대구현장 송년모임을 무사히 끝냈다
현장직원녀석들이 자주 다닌다던 '런던' 이라는 카페였는데 마침 손님도 없고 갑장이라는 '바올라'의 배배려로 셔터를 내리고 우리들만의 리그를 벌렸던 것 같다.
통상적인 송년모임의 컨셉에서 벗어나 탄력을 받은 나와 나의 쫄들은 내가 준비해간 통키타를 튕기며 소리높여 합창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듯 싶다. 마치MT에 온 아이들처럼 들떠 7080년에 유행하였던 노래들을 목청높혀 함께 부르며 젊은날을 회상해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김정호나 어니언스의 노래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싸해질정도로 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솔직히 세월이 너무도 흘러 그 노래들의 가사마져도 기억이 나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지만'''젊은날 우리들의 가슴깊이 각인되어 있는 선율들은 이렇게 때묻은 어른이 되어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감성을 흔들어 대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 듯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느낌들이 드는 것은 7080에 불려졌던 그 노래속에는 눈물나도록 빛나던 시절의 많은 추억들이 숨겨져 있기에 그런 모양이다.
지금은 중년의 넉넉한 아줌마가 되어있을지도 모를 은정이의 아름다운 보조개가 바라만 보아도 황홀하였던 인애의 긴 머리카락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혜정이의 그 산소같이 예쁘던 모습이'''그리고 모닥불을 밝혀놓고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던 젊은날 우리들의 초상들이'''
발렌타인21년산이라는 그 비싼 명품 양주가 아깝지 않을정도로 나는 마시고 또 마시고 그리고 취해버렸던 것 같다. 아니 아니 어쩌면 40도는 넉히 되고도 남을 발렌타인21년산이라는 양주에 취했던 것이 아니라 가슴깊이 숨어있었던 젊은날의 추억에 취했는지도 모를일이다.
현장소장 김흥덕은 김정호의 '이름모를 소녀'를 음정박자 다 무시하고 불렀다
현장경리 배미경은 둘다섯의 '밤배' 를 소녀처럼 손을 모으고 나즈막히 불렀다
공사과장 한승덕은 바람꽃의 '비와 외로움' 이란 노래를 가수보다 더 멋지게 불렀다
본사상무 장길태는 투에스의 ' 떠나는 님아' 를 그의 특이한 모션과 함께 불렀다
나는 내 평생 애창곡(18번)이기도 한 조하문의 '사랑하는 우리'를 소리높혀 불렀다
우리들의 모임에 감동을 받고
갑장여주인 '바올라'는 이승연의 ' 잊으리'를 허스키한 목소리로 불렀다
카페의 메니져역활을 하고 있는 삼십대중반쯤의 여자는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불렀다
호주 멜번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다는
주인의 딸래미는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팝송을 불렀다
그밖의 합창으로는 아침이슬부터 하얀나비 긴머리소녀 날이갈수록 사랑이여 상아의 노래을 포함하여 기억해 낼수 있는 7080년도의 노래는 모두 끄집어 내어 지판의 코드를 정신없이 잡았던 나의 손가락이 아프고 동석한 녀석들의 목이 쉬어버릴정도로 그렇게 소리높혀 불러댔던 것 같다.
그렇게 유쾌찬란하기만 했던 2008년도의 송년모임은 카페주인이 써비스로 준비해준 야참인 신라면을 맛있는 김치와 함께 나누워 먹는 것으로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모임을 끝내고 밤길을 걸어 숙소를 돌아오면서 바라다 본 깜깜한 하늘엔 아'''서쪽 하늘에서 유난히 빛을 내고 있는 금성과 붓으로 획하고 그어놓은 듯한 날카로운 초승달이 추억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나와 나의 쫄녀석들을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올 한해를 이렇게 벅차게 살았던 것 처럼 새해에도 또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되겠지,,,그렇다면 우리들은 언제까지 이땅에 남아있을수 있을까,,,,70,,,80,,,90,,,100,,,우리들이 얼마동안 이땅에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에 내가 할수 있는 말이라곤 겨우 이말밖에는 없는 듯 싶기에 깜깜한 어둠으로 덮혀있던 텅빈 세상을 향해 버럭 큰소리로 쏘아 부치고 말았다.
'The show must go on,,,!!!'
도시였습니다
첫댓글 오랫만에 도시님의 글을 접하게 되는것 같아요~~ 잘 지내시고 계시죠?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 합니다!!
일년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변함 없는 사랑 주시기 바라오며 2009년 한해동안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그동안 글 올려 주셔서 잘 봤습니다...감사합니다 ^^*
독특한 망년모임이군요 뭐 전부다 쫘악 가라앉는 노래만 불렀으니 감상은 좋지만 어쩜 흥은 없지않나 싶어요 그 정도의 취기라면 몇곡은 방방 뛰어도될듯한데 ㅋㅋㅋㅋ 어쨌든 저보단 훨씬 낫네요 전 노래 근처도 못가봤으니 ,,, 새해엔 건강하세요 여행도 잘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