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다 보면 술 병에 적힌 이름이
특이한 경우가 있다.
꼬냑중에 루이XIII세 있다.
태양의 왕이라고 하는 루이14세에 대해서는
조금 알려져 있지만 루이13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나도 왜 루이13세라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주당인 나는 1988년 카나다 뱅쿠버에서 당시 면세점에서
300불을 주고 제일 비싸다는 그넘을 한 병 샀다.
이사를 몇번 하는 동안 애지중지 보관하다
집사람이 포장을 벗기고 술병만 꺼내
앵글로 만든 침대 밑에 숨겨 놨다가
겨울철에 난방을 하는 통에 술병 모서리가 앵글에 걸려
하필이면 아버지 제삿날 한밤중에 펑하고 터져 버렸다.
오호 통재라!
그 피 보다 아까운 술을, 방다닥에 쏟고 나니
하늘이 노랬다.
막걸리 주제에 무슨 팔자에도 없는 꼬냑이냐고
아버지가 노하셨던 모양이었다.
벌써 25년이나 됐지만 아직까지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
금년 여름 중국 상해공항 면세점에서 그 넘 가격표를 보니
자그마치 2200불이 넘었다. 그만큼 인플레이가 된 모양이다.
늦게 퇴근해서 혼자서 저녁을 먹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식사 때마다 반기는 친구가 와인이다.
비쌀 수록 맛이 좋기는 하지만 그리 넉넉한 형편이 못되는 넘이
자주 마시려면 한 병에 만원짜리 내외가 적당한 것 같아서
세일할 때 여러 병 사서 곳간에서 곶감 꺼내 먹듯이
저녁식사 때마다 한 잔씩 즐기고 있다.
어제 방 구석에서 한 병을 꺼내 코르크 마개를 뽑아
와인 글라스에 한잔 따라 먼저 코에 가져갔더니
은은한 와인향이 코끝으로 스며 들었다.
한 모금 입속에 넣어 혀를 굴리니 온 세상이 내 것만 같았다.
아침에 식구들과 같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식탁 위에 있는 술병을 보니
라벨이 'CHAKANA' 로 돼 있었다.
마누라를 향해 놓고, "당신 착카나?" 물었더니
빙그레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