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염천 3부제 수업
칠월 하순 수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와 주었으면 텃밭 작물 생육이 순조로울 텐데 가뭄으로 부진하다. 지난 유월 열무를 한 차례 키워 김치를 담가 잘 먹고 두 번째 심은 씨앗은 발아율이 시원찮아 가을에 다시 기대해 본다. 들깻잎이나 노각 오이는 가뭄으로 수확을 기대할 여건이 못 되었다. 풋고추나 호박은 그런대로 더 거둘 게 있을 듯하고 고구마는 넝쿨이 시들어 안쓰럽다.
주중 하루는 짬을 내 텃밭에 들르고 싶으나 가뭄으로 할 일도 없다. 날이 밝아온 이른 아침 근교 숲으로 먼저 들어 산림욕을 겸한 영지버섯을 찾아낸 뒤 텃밭을 둘러볼까 한다. 이른 시간에 아파트단지 체육 기구에 몸을 풀면서 안민동을 출발해 월영동으로 가는 첫차를 기다렸다. 정한 시간에 다가온 102번 버스를 타고 명곡 교차로로 나가 본포로 가는 30번 버스로 바꿔 탔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어간 남산마을 입구에서 내렸다. 남해고속도로에 걸쳐진 국도 신호등을 건너 용전마을로 향했다. 남산리와 지개리 사이 민자 터널 입구에서 구룡산으로 올랐다. 숲으로 드니 등산로가 제대로 없이 묵혀진 길은 후손이 성묘를 다니느라 희미해져 있었다. 지난봄 정비창 너머 계곡으로 머위 순을 채집하느라 한 차례 다녀온 산자락으로 올랐다.
신우대 숲을 지난 산등선을 넘자 아카시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우거졌다. 오리나무가 많았으나 드물게 참나무도 섞여 자랐다. 삭은 참나무 둥치에 붙어 자란 영지버섯을 겨냥했으나 귀하게 만나기는 해도 펼친 갓은 생육이 부진했다. 장마철 강수량이 미미해 영지버섯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성장을 멈춘 듯했다. 고사목 둥치에서 수분 공급이 제대로 되지 못해 갓은 크기가 작았다.
영지버섯은 가까스로 세 무더기 찾아냈으나 땀을 발품을 판 노력에 비해 성과는 미미했다. 숲을 더 누벼도 찾아낼 영지버섯은 가뭄으로 성장이 멈춰 대물을 기대할 수 없을 듯했다. 산등선에서 고도를 높이지 않고 발길을 돌려 하산을 택했다. 등산로는 없어 산소를 찾아간 성묘객이 다녀갔을 희미한 길에서 신우대 숲을 빠져나가니 아까 올라왔던 산기슭 들머리로 되짚어 나왔다.
이른 아침 숲에서 2시간을 보내고 여덟 시가 조금 지나는 즈음이었다. 남산리 입구에서 7번 마을버스를 타고 소답동에서 북면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신동리에 내려 텃밭으로 향하니 이웃한 농장 아주머니는 익은 참깨를 쪄 다발로 묶었다. 텃밭에 닿아 작물을 살피니 고구마와 노각 오이는 넝쿨이 말라 보기가 안쓰러웠다. 호박은 그나마 시들지 않고 풋호박이 달려 있었다.
들깨는 깻잎을 따려면 비가 온 뒤여야겠고 풋고추는 몇 줌 땄다. 열무는 더 거둘 게 없고 그 이랑에 심은 쪽파는 움이 터 자랐다. 호박은 누렁 덩이가 되어 영그는 게 여러 개 보여 풋호박을 두 개 땄다. 가뭄이 지속되니 잡초도 더 자라지 못해 김맬 일도 없었다. 푸호박과 풋고추를 배낭에 챙겨 온천장 콩나물국밥집으로 가 이른 점심을 요기하고 무동의 최윤덕 도서관을 찾았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은 젊은 엄마들이 더러 보였다. 실내는 냉방이 잘 되어 지하 북 카페와 편의점에는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는 쉼터처럼 사람들이 북적였다. 2층 자료실 서가에서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을 세 권 골랐다. 내가 평소 앉던 자리는 먼저 차지한 이가 있어 개방된 열람석에서 이원영의 ‘자연은 포기하지 않는다’를 펼쳐 삼매에 빠졌다.
‘극한의 동식물에게 배우는 살아갈 용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저자는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동물행동학자였다. 여름엔 북극, 겨울에는 남극을 오가며 펭귄을 비롯한 동물 행동 생태를 연구하는 이였다. 남극의 황제펭귄 암수 짝짓기와 포란은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장엄함의 극치였다. 얼음 바다에서 45일간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이 70일을 굶으며 알을 품었다. 26.07.29
첫댓글
날이 더운가 보다
텃밭 잎들이 힘이 없구나
그래도 호박은 잘 자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