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재 산등선 따라
칠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전날 다녀온 유등 강촌에서 본 설악초로 ‘유등 설악초꽃’ 시조를 한 수 남겼다. 농가 고샅에 가꾸는 화초였다. “열대야 계속되는 푹푹 찐 삼복염천 / 한밤중 잠 깨어서 새벽을 기다리다 / 날 밝아 유등 강가로 아침 산책 나섰네 // 풋대추 영근 골목 강마을 농가 고샅 / 설악초 잎사귀에 하얀 눈 내린 듯해 / 한여름 폭염경보에 더위 잠시 잊었네”
연일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영남 일원이다. 하루를 도서관 열람실에서 보냄은 좋은 피서법이나 두세 가지 제약이 따른다. 일과를 일찍 시작하는 이한테 업무가 개시되는 9시까지 기다리기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 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있으나 열람 여건이 좋은 교육단지나 북면 무동까지 이동하려면 30여 분 걷거나 버스를 한 번 갈아 타 오가야 한다. 더울 때는 열람석도 혼잡하다.
도서관으로 가려던 마음은 거두고 새벽 산행을 나서기로 했다. 새벽 3시에 등산화 끈을 묶어 스틱도 챙겨 짚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뜰로 나서니 외등이 켜진 채로 외동반림로는 가로등 불빛이 훤했으나 거리는 차량이 다니지 않아 텅 비었다. 서녘 하늘에 하현으로 기우는 유월 열여드레 달이 중천에 걸려 있었다. 창원천 상류에서 창원중앙역을 거쳐 용추계곡으로 향했다.
등산 안내소를 지나면서 달빛은 숲에 가려 더 기대할 수 없어 앞이 어둑해 발을 디뎌 나아갈 수 없었다. 이때 휴대폰이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다. 폰을 열어 전등을 켜니 야간 등반 해드랜턴 기능을 했다. 용추계곡으로 드는 등산로는 익숙했으나 사위가 어둠에 갇혀 조심스럽게 걸었다. 야행성인 멧돼지 출몰은 걱정하지 않았다. 바윗돌이 많은 계곡은 멧돼지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다.
장맛비가 내리지 않아 용추계곡은 물이 말라 건천이 되어 물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 휴대폰 불빛 도움으로 계곡을 거슬러 용추 2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니 어둠이 서서히 걷혔다. 휴대폰 야광은 끄고 우곡사 갈림길 쉼터에서 얼음 생수를 마시면서 소금도 살짝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나중 해가 뜬 아침이 되면 폭염으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탈수를 대비한 예방책이다.
우곡사로 넘는 비탈길로 올라 용추고개에 이르니 날이 완전히 밝아 왔다. 집에서부터 걸어 와 2시간이 반이 지나는 즈음이었다. 우곡사로 내려서지 않고 이제 앞으로 나아갈 목적지는 평소 산행객이 잘 다지질 않아 등산로가 묵혀진 길로 들었다. T자 갈림길에서 진영 방향이 될 노티재로 향했다. 산등선으로 동녘에서 뜬 아침 해의 붉은 기운이 우뚝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드러났다.
더위 때문인지 산새들을 소리도 멈췄고 매미 울음소리도 가느다랗게 들려왔다. 목탁새로 불리는 딱따구리만이 삭은 나무둥치를 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새벽 산행을 감행해 길을 나섬은 노티재 산등선에서 영지버섯을 찾아냄이다. 인적이 끊긴 산마루를 나아가면서 참나무가 삭은 그루터기 붙은 영지버섯을 몇 무더기 발견했다. 여름 강수량이 적어 영지버섯은 생육이 부진했다.
노티재 산등선을 따라가면서 땀 흘려 발품을 판 성과는 있어 영지버섯을 몇 무더기 찾아냈다. 올여름 비가 적어 성장이 멈춰 갓의 크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벌레가 꾀거나 삭기 전에 내가 오롯이 접수해 건재로 삼게 되었다. 이제 올여름에 영지버섯을 더 찾아낼 곳은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 집 베란다에 그간 채집한 영지버섯이 다수 말라가는 중인데 인연 따라 나눠 흩어진다.
노티재에서 등산로가 없는 숲을 헤쳐 나가 골짜기로 내려섰다. 진영 우동리로 가는 서천마을이 나왔다. 우곡사로 드는 길목의 저수지는 수위가 낮아져 비가 많이 와야 채워질 듯하다. 자여마을에 이르니 8시였다. 새벽어둠에 산행을 나선 지 5시간이 지나는 때였다. 7번 마을버스로 소답동으로 나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탔다. 하루를 보낸 일과로 충분한 산행이었다. 26.07.31
첫댓글
새벽 3시라...
무어라 할 말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