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걸었던 길.
다시 걸으니,
새롭기도 하고 지난 추억에
눈 길, 발 길이 머물기도 합니다.
고마운 파출소 아저씨.
새벽 강 추위에
손, 발, 얼굴이 꽁꽁 얼었을 때
들어간 파출소,
어찌나 따뜻하던지요.
동료가 건낸 녹차 한 잔,
마음 속까지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마을회관에서 먹은 점심.
꽁꽁 얼어 붙은 밥에,
뜨거운 물을 가득 부어
김치와 먹으니 꿀맛입니다.
칼바람이 부는 삼수령.
5분 동안 침묵하며
바람소리 듣는데
몸이 휘청, 정신이 아찔,
동료들이 없었다면
날아갔을지도 몰라요.
고마운 동료들.
댓재 내려오는 길,
함께 걸으며 찬양하며
내게 힘을 주었던 헌호오빠.
다리가 삐끗했는지,
절뚝거리던 내 곁에서
발마추어 걸어주고 부축해주던
마음 따뜻한 보라.
자전거 타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잘오고 있냐며,
전화로 안부를 물어준 고마운 민지.
혼자 걷고 있을 때면,
저 멀리서 "심쌤~"하며
달려와 말벗이 되어준 선웅오빠.
무거운 자전거 아기 의자를
등에 짊어지고도,
허허 웃으며 '안무겁데이~'하던
마음씨 고운 주현오빠.
말 없이 옆에서 걸을 때에도
같이 있어서 좋고,
11기 동료라서 좋은 명화.
고마운 선생님.
댓재휴게소에서 먹을 라면을
생각하며 힘내서 걸었는데,
휴게소가 문을 닫아서
힘이 빠져 지쳐있을 때
기운내라며 목마사지해주고
힘을 준 익상선생님.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고마운 동찬선생님.
'은영이는 작년에도 트레킹해서
엄두가 안날텐데 도전했구나.'
'은영이 잘 걷네~!' 하시며,
힘 주시는, 비타민 동찬선생님.
삼척에 도착해서 먹은
잊지 못할 병천 순대국밥.
평생 이 맛을 잊을 수 있을까.
하루종일 찬 바람과 맞서 걷고
뜨거운 국밥먹으니,
얼굴에 열이 후끈후끈,
동료들 얼굴이 발그레졌습니다.
삼척터미널 근처 천지연찜질방.
온탕에 몸을 담그니
'이 곳이 천국이구나' 싶고,
베게에 머리 대니
바로 잠이 듭니다.
태백 돌아오는 길.
두 발로 걸어왔던 길,
순식간에 샥샥, 지나갑니다.
허무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해서
한참동안 창문을 바라봅니다.
걸으면서 느끼고 즐겼던
소중한 순간들이
버스를 타니
순식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트레킹 하며 계속 내 입에
맴 돌던 가사.
보고픈 책들을 실컷보고,
밤 하늘에 별님도 보고,
이 산, 저 들판 거닐면서
내 꿈도 지키고 싶다.
광활 트레킹.
동료들에게 고맙고,
선생님들께 고맙고,
자연에게 고맙습니다.
카페 게시글
광산지역사회사업
[일일기록] 2009.01.11 손 잡고 같이 가보자 ♪
심은영
추천 0
조회 73
09.01.12 00:4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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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지막 4Km가 40Km처럼 길게 느껴졌지요. 절뚝거리며 비틀거리며 끝내 완주한 심은영 선생. 비틀거리며 정의의 길을 걸을 심은영 선생. 어둠도 칼바람 추위도 함께가니 두렵지 않았어요.
고맙습니다. 이 산 저 들판 거닐면서...
잘 다녀왔다니 감사, 잘 누렸다니 감사...^^
은영이 글을 읽으니 같이 다녀온 것 같은 마음입니다. 가슴이 뜨겁고 코 끝이 찡합니다.
그길 ,그 산, 그 마음들, 그행복함들, 그 자연들 모두 잊을수 없는 평생에 기억으로 나에겐 남을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