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산장 수원지로
열대야 출구를 모를 팔월 첫날 토요일이다. 새벽에 전날 한밤중 산행을 나선 용추고개에서 산등선 따라 간 ‘노티재 영지버섯’을 한 수 남겼다. “계속된 열대야로 한밤중 잠을 깨니 / 새벽이 시간 많아 등산화 끈을 묶어 / 어둠 속 산행을 나서 노티재로 올랐네 // 발품 판 보람 있어 영지를 찾았으나 / 가뭄에 성장 멈춰 모양이 작긴 해도 / 말려서 건재로 삼아 찻물 달여 먹을래”
날이 밝아 와 더위를 식힐 행선지를 한 곳 물색해 두었다. 근교 산행을 다니면서 혼자만이 누리는 탁족으로 몇 군데가 있다. 산행 중 발을 담그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일단 국립공원이 아니라야 한다. 그다음은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니어야 한다. 지리산 계곡은 생활권에서 멀고 작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정산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어제 새벽 다녀온 용추계곡은 여름이면 시원한 물줄기에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창원대와 도청에서 가까운 창원천 상류로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다. 장마에 비가 적게 내려 계곡은 건천으로 물소리를 들을 수 없어 사람 발길이 끊겼다. 천주산 꼭뒤에 해당하는 북면 달천계곡이나 마산 무학산의 서원곡도 물이 적게 흐름은 마찬가지지 싶다.
내가 여름에 자주 찾은 산행지는 용제봉 기슭과 불모산 자락이다. 그곳은 활엽수림이 우거져 참나무 고사목에 붙는 영지버섯이 자라 발품을 판 보람이 있다. 올여름 몇 차례 거기 숲속을 누벼 영지버섯을 찾아내 베란다에 말리는 중이다. 이른 아침 근교로 산행을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곧장 집으로 복귀함이 예사인데 이번은 영지버섯보다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 외동반림로 따라 걸어 창원천 수변 산책로 운동 기구 몸을 풀었다. 창원대 기점에서 첫차로 김해 삼계로 향하는 59번 좌석버스를 탔다. 시내를 관통해 창원터널을 지난 버스는 장유 계곡으로 들어 첫 정류소 윗상점에서 내렸다. 불모산 산정 중계소로 가는 포장된 길을 따라 터널로 진입하는 육교를 건너 약수산장으로 향했다. 산장은 휴업인 채 폐가로 묵혀져 의아했다.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던 외딴집 산장은 미등기 불법 시설인 듯했다. 당국에서 계곡을 점유한 상행위를 단속하자 영업을 중단한 채였다. 불모산과 인접한 화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시원한 경관이다. 화산에는 공군부대 레이더 기지가 있는데 오염원이 없는 청정 지역이다. 산행객이 다니질 않는 숲으로 들어 주특기를 살려 참나무 고사목 둥치에서 영지버섯을 한 무더기 찾아냈다.
방송국 중계소와 통신사 기지국 송신소가 세워진 산정으로 오르내리는 자동차가 다니는 포장도로에서 제법 떨어진 계곡으로 들었다. 나만이 혼자 알고 지내는 비밀스러운 알탕(?)지다. 올해는 장맛비가 적어도 맑은 물이 흐르는 계류였다. 바윗돌을 비집고 흐르는 석간수에 몸을 담그고 한동안 원시를 지향하는 자연인이 되었다. 배낭에 넣어간 곡차와 삶은 감자를 간식으로 삼았다.
두어 시간 더위를 잊고 머문 계곡에서 숲을 빠져나온 바깥 땡볕 열기는 대단했다. 윗상점에서 시내로 복귀하는 버스를 탔다. 아직 해는 중천에 있어 집으로 가기는 너무 이를 때라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 북면 온천장으로 가 가끔 들린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식후는 그곳에서 가까운 신동리 텃밭으로 갔다. 혹심한 가뭄에 작물 생육이 어떤 상황인가 궁금해서다.
비가 오지 않아 고구마 넝쿨은 시들어 말라갔다. 노각 오이도 시든 채 성장을 멈췄다. 장맛비를 기대하며 심은 열무는 발아율이 시원찮아 거둘 게 없었다. 가장자리로 심어둔 호박은 그나마 열매를 맺어 누렁 덩이로 영글어 갔다. 풋고추는 가뭄에도 몇 줌 따 다행으로 여겼다. 쌈으로 삼는 깻잎도 챙겨 왔다. 더위가 아무리 심할지라도 팔월이 가기 전에 가을 채소는 심게 될 테다. 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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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
시원한 계곡 그림과 막걸리...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