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산 등정기
마른장마 이후 불볕더위 기세가 좀체 누그러질 기미가 없다. 전날은 장유 대청계곡 약수산장 수원지에 한동안 발을 담그고 북면 신동 텃밭을 둘러왔다. “텃밭에 이랑 지어 봄날에 강수 틈타 / 여리게 자란 순을 마디로 잘라 끊어 /호미로 간격 알맞게 꾹꾹 눌러 심었다 // 잔뿌리 내리면서 잎줄기 싱그러워 / 장맛비 적게 내려 땡볕이 내리쬐니 /넝쿨은 말라 시들어 안쓰러워 보여라”
앞 단락 인용절은 팔월 첫째 일요일 새벽에 남긴 ‘가뭄 고구마밭’이다. 날이 밝아온 아침은 김해로 나가 무척산에 오를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더위를 핑계 삼아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의존함은 나약하고 무기력이라 여겨진다. 인근 지역에 유래가 없는 폭염이 우리 고장까지 포위해 올지라도 이른 아침 반나절 산행으로 체력을 점검하고 생활 속에 남기는 글감을 찾을 셈이다.
이른 시각에 창원대 삼거리로 나가 김해 불암동으로 오가는 97번 좌석버스를 탔다. 시청 광장을 돌아 창원터널을 넘어 장유를 거쳐 김해 시내로 들어 분성사거리에 내렸다. 풍유동 차고지를 출발 생림 강가 마사로 가는 60번 버스를 타고 삼계에서 나전고개를 넘었다. 생림중학교를 앞둔 무척산 입구에서 내렸다. 무질서한 공장지대에서 모은암 가는 길목으로 드니 산행 기점이었다.
젊은 날 강 건너 삼랑진에 살아 무척산을 두 차례 올랐던 아슴푸레한 기억이 희미했다. 수로왕비와 얽힌 전설이 서린 모은암은 칠월 백중 우란분절을 기리는 법회가 일요일마다 열렸다. 조상 영혼에 안식을 기원하는 공양을 일곱 차례 올리는 제례 의식이다. 암자로 오르는 비탈진 길목에는 산행객과 신도들의 차량이 혼잡하지 않도록 한 사내가 주차 안내 역할을 맡아 수고를 했다.
무척산 등반은 암자 들머리에서 흔들바위로 가는 길과 암자를 비켜 돌바닥 길을 오르는 두 갈래인데 후자가 수월했다. 암자로는 법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의 차가 올라갔다. 무척산에는 모은암이 있고 맞은편 낙동강 건너 천태산에는 부은암이 있다. 김해 인근 사찰 스님들은 불교 전래가 사서에 전하는 당으로부터 전해진 북방 전래보다 허황옥이 함께 전한 남방 전래에 더 기운다.
무척산의 북향 산세는 암반으로 되어 등산로 곳곳은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아 조망이 좋았다. 우뚝한 바위 벼랑 밑에 서니 삼랑진 뒷기미를 돌아가는 경전선 철교와 국도 교량이 걸쳐 지났다. 약수터는 물이 말랐고 천지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이어진 무척폭포는 가뭄에도 시원함을 느꼈다. 폭포수가 물방울을 튀긴 자리는 습지에 잘 자라는 노루오줌과 물봉선꽃을 봐 반가웠다.
폭포를 지나 더디어 무척산 천지에 이르렀다. 백두산 천지에 비견하지야 못하겠지만 700미터 산정에 인공으로 조성된 못이 있음은 신기했다. 가락국 시조 수로왕이 돌아가 장례를 치를 때 현재 왕릉 자리에 물이 고여 곤란을 겪자 인도에서 허황옥과 같이 왔던 신보가 김해 고을 진산 정상에 못을 파면, 장지에 물이 말라 장례가 순조로울 거라는 제안에 따라 조성된 무척산 천지다.
무척산 천지는 외부로 유입되는 물줄기가 없어 사계절 고인 물이라 오염은 되지 않아도 투명도가 탁했다. 올해처럼 비가 적은 가뭄에도 수위가 낮아지지 않고 퇴수로 물줄기가 넘쳐 나감이 특이했다. 천지에서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돌바닥이 아닌 육산이라 부엽토를 밟듯 폭신하게 느껴졌다. 그늘진 길섶에 여름 야생화로 예쁘게 핀 이질풀꽃 무더기를 만나 더위를 날려 잊었다.
정상 표석에서 발길을 돌려 흔들바위로 가는 하산길 원추리꽃도 만났다. 김해 시내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때운 귀로 ‘무척산 이질풀꽃’을 남겼다. “장마에 비가 없고 한여름 불볕이라 / 전설이 서린 못에 수위가 궁금해서 / 무척산 꼭대기 서니 천지 물은 탁했다 // 하부는 골산이고 상부는 육산으로 / 신성봉 가는 길섶 이질풀 꽃을 피워 / 땀 흘려 발품 판 보람 바람마저 불었네” 26.08.02
첫댓글 올여름 같은 날씨에도
연일 야외 활동을 하십니다.
선생님~~~~
선생님~~~~~~~~~~
수분 보충 잘하고 계시지예?
단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