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들녘을 지나다가
팔월 초순 월요일이다. 양산에서는 전날 우리나라 기상 관측이 이루어진 이래 처음으로 여름 최고 기온이 42.5도를 기록했단다. 우리 지역도 40도가 넘은 폭염임에도 나는 인근 김해 무척산 산행을 다녀왔다. 평소는 도서관을 찾았으나 상황이 녹록하지 못했다. 열람실을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로 삼아도 되겠으나 일반 시민들이 그곳으로 몰려와 혼잡해 독서 여건이 아늑하지 않았다.
날이 밝아온 아침 이른 시각 현관을 나섰다. 근교 대산으로 나가 평생학습센터와 나눔문화센터에서 실시하는 휴대폰 사용법 수업에 참여하는 날이다. 두 곳 다 지역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갖춰 교육 실시 이전 1시간 정도 책을 읽고 수강생들과 같이 교육에 임하면 된다. 외등이 켜진 아파트단지 운동 기구에 한동안 매달려 몸을 단련하고 창원역 앞으로 가는 첫차 버스를 탔다.
창원역 건너편에서 대산 강가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났다. 더위 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이른 시간 생업 현장으로 나서는 이들이 적은 듯했다. 가월 주남 저수지를 비켜 들녘을 거쳐 가술 아파트단지를 둘러 상포를 지난 대산 미곡처리장에서 내렸다. 도서관 업무가 시작하려면 아직 2시간이 남아 있어 들녘 산책을 먼저 할 요량이다.
창원에서 밀양으로 향하는 국도에는 차량이 혼잡했다. 국도변에서 중포마을 골목으로 드니 농가 정원과 텃밭에서는 고무호스로 화초와 작물에 물을 주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 혹심한 가뭄에 물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됨만도 부러움을 살만했다. 내가 놀이터로 삼는 북면 신동리 텃밭은 고구마는 발갛게 타들어 보기 안쓰러웠다. 농사는 농부의 부지런함에 하늘의 날씨가 도와야 한다.
중포마을에서 우암리로 향하는 너른 들녘으로 들었다. 나는 현지인도 아님에도 거기 농사 여건에 훤하다. 이태 동안 대산 지역 아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해 근무 상황과 별개로 이른 아침에 산책을 다닌 구역이다. 주천강 물길 곁에 딸린 중포마을에서는 꽃을 재배하는 농가가 몇 되었다. 화훼단지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초기 비용과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선진 영농 기법이다.
들녘에는 당근과 수박 농사 후작으로 벼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낙동강 물길을 끌어 쓰는 수리 안전답이라 가뭄에 물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화훼농가에서는 가을 이후 겨울까지 출하할 안개꽃을 심을 준비를 했다. 이미 모종을 심어둔 비닐하우스가 있고 어린 싹을 키웠다. 안개꽃과 함께 주력 작목인 리시안샤스를 심을 비닐하우스는 이랑을 지어 싹을 심을 준비를 마쳐 놓았다.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벼가 자라는 구역으로 가니 송수관 꼭지에 까치 한 마리가 맥이 풀린 채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더위로 주둥이를 벌려 더위를 먹은 듯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아 피사체로 삼았다. 까치와 까마귀는 다가올 음력 칠월 칠석이면 밤하늘 은하수로 올라 오작교를 놓는 설화 주인공이다. 올해는 더위로 탈진 상태라 그 먼 곳으로 갈 수 있으려나.
벼농사 논에 이어 비닐하우스 농가가 나왔다. 겨울 농사로 키워내는 수박과 계절을 달리해 여름 농사로 멜론을 키웠다. 외국인 인력이 곁순을 따고 있었다. 추석 차례상 제수와 함께 일반 가정에서 가을 과일이 출하되기 이전 틈새 작목인 머스크멜론이다. 육질이 풍성하고 맛이 향긋한 멜론은 지역 특산품이라 내가 추석에 인사를 놓치지 않아야 할 몇 지기들에 택배로 보낼 참이다.
제동리를 거쳐 가술에 닿아 행정복지센터에서 땀을 씻고 평생학습센터 업무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디지털 교육 틈새 열람실에서 ‘삼복 까치’를 남겼다. “예년에 보기 드문 더위가 수상쩍다 / 사람만 그럴손가 미물도 마찬가지 / 들녘에 한 마리 까치 아침부터 지쳤네 // 다가올 칠석이면 밤하늘 은하수에 / 오작교 다리 놓아 상봉할 견우직녀 / 저렇게 맥 풀려서야 제 임무를 다할까” 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