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도가 3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검도 남자국가대표팀은 지난 10일 대만(타이베이) 국립타이베이대 체육관에서 열린
제13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만년 2인자' 딱지를 떼고 첫 우승컵을 안았다.
경주 출신의 김정국(40∙검도7단) 선수는 한국 검도 36년 숙원을 푼 주역이었다.
"제13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남자부 단체전 결승전 경기가 열린 지난 10일
대만국립타이베이대 체육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검도 국가대표팀의 코치 겸 주장인 김정국 선수의 기쁨은 누구보다 컸다.
1953년 대한검도회 창설이후 53년 만에 한국 검도의 역사를 새롭게 쓴 주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날 결승전 상대는 미국 대표팀.
앞선 준결승에서 검도 종주국 일본을 꺾어 파란을 일으킨 미국 대표팀은 형제검객
대니얼 양을 비롯해 주장 마빈 가와사키 등 주전 4명이 일본계 2세들로 구성돼
일본대표팀과의 승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 대표팀은 검도 종주국이자 세계 최강인 일본 대표팀을 3대 2로 승리,
지난 36년 동안 단 한번도 일본을 꺾지 못한 한국팀으로서는 부담감이 더했습니다."
김 선수의 고민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만 10회를 차지해 일본이외에는 적수가 없었던 탓에
혹시라도 미국에 패한다면 '한국 검도가 일본이 아닌 일본계 2세에게도 패했다'는
오명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승전은 한국의 리드로 진행됐다.
1대 0으로 앞선 상태에서 김 선수는 주장전에 나섰다.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초반 경기로도 이어져 미국팀의 주장인 마빈 가와사키를
마음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가와사키의 허점이 훤히 보였으나 냉철해야만 했습니다. 섣불리 공격을 시도했다가는
36년간 기다렸던 우승의 꿈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리드를 당하던 가와사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두르자 김 선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승리했다.
한국 검도계의 새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
경주 문화중 1학년때 화랑의 후예임을 자처하며 죽도를 잡은 이후 26년만에
세계 최고의 검객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한국 검도는 세계검도선수권대회 출전 이후 36년만의 첫 우승이었다.
"지난 36년간 세계검도계를 장악했던 종주국 일본의 몰락을 지켜본 것이기에 이번 대회 우승의 의미는 어느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기쁨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18년간의 최장수 국가대표 선수, 세계대회 우승 1회, 준우승 4회, 전국단위대회
개인전 우승 17회, 단체전 우승 3회 등 김 선수의 전적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특히 전국단위대회 17회의 개인전 우승은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도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현역 검객, 김 선수의 검도 인생은 처음부터
화려하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의 검객이 되기까지 아프고 서러운 기억도 적지 않다.
경주 문화고를 졸업할 당시 김 선수는 지역 대학에서 외면을 받았고 자신을 불러준
전북 전주대학교로 호구보따리를 들고 유학길에 올라야만 했다.
전주대에서 절치부심 칼을 갈았던 김 선수는 대학 4년 때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한국 검도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선수 생활 중에는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열렸던 세계대회 결승에서 일본의
다카하시에 패해 한국팀의 우승에 발목을 잡은 적도 있었다.
그 당시 검도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는 김 선수는 이번 대만대회에서 2000년 일본의 우승
주역인 다카하시가 지켜보는 앞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고 다카하시로부터 축하도 받았다.
"도도한 일본의 대표적인 검사 다카하시의 축하 인사는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김 선수의 하루는 검도로 시작해 검도로 마무리된다. 국가대표 코치 겸 선수,
대구달서구청 실업팀 코치 겸 선수, 대구시검도회 전무이사, 김정국검도관 관장 등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으며 어떻게 시합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단체전 우승은 실력보다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겸손해 하는 그의 마지막 인사말은 역시 검객다운 매서움이 배어있었다.
"다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면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일본과 상대해
당당히 우승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연구하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나갈 작정입니다."
◇경력
경북 경주출생
경주문화중∙고, 전주대학교 졸업
현 검도 국가대표 코치 겸 선수
현 달서구청 검도 실업팀 코치 겸 선수
현 김정국검도관 관장
현 대구시검도회 전무이사
제13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단체우승 1회, 단체 준우승 4회
전국단위대회 개인전 17회 우승
◇수상
체육훈장 백마장
대통령 표창
대한체육회 우수선수상
대구시체육회 공로상
대한검도회 공로상 한국
김 정국 사범님 정말 훌륭하신 분이고 한국검도계에 새로운 장을 여신 분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한국이 국제검도계에서 우뚝섰으니 검도강국으로서 더 넓은 포용력과 화해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 생각됩니다. 너무 '일본을 눌렀다' 라는 구도로 가는 것이 좀 아쉽네요. 그것보다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 가 나을듯합니다만,,, 결국 검도인은 검도로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하나가 될수있는것이 아닐까요... 그런의미에서 다카하시의 축하인사는 큰 감동을 주는것 같습니다. 또 그런 맛에 검도하는 것이구요 ^^~*
첫댓글 저와 같은 경주 출생에다 문화중학교 선배님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럽습니다. 대구에 가면 꼭 한번 뵙고 싶네요. 늦었지만 감축드립니다.
김 정국 사범님 정말 훌륭하신 분이고 한국검도계에 새로운 장을 여신 분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한국이 국제검도계에서 우뚝섰으니 검도강국으로서 더 넓은 포용력과 화해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 생각됩니다. 너무 '일본을 눌렀다' 라는 구도로 가는 것이 좀 아쉽네요. 그것보다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 가 나을듯합니다만,,, 결국 검도인은 검도로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하나가 될수있는것이 아닐까요... 그런의미에서 다카하시의 축하인사는 큰 감동을 주는것 같습니다. 또 그런 맛에 검도하는 것이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