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5개월째 화미레스 '가스토'에서 키친 알바 중입니다.
혹시 화미레스 알바 생각중이신 분 있으실까 싶어서 간단하게 적어보네요.
저는 워홀로 와있는 한국기준 25살 남자구요,
일본어는 n1보유중입니다.
가스토 알바는 크게 키친, 플로어, 딜리버리 이렇게 3종류가 있는데요
아마 딜리버리 알바를 하실 분은 없으실테고
키친, 플로어 위주로 말해드리자면
플로어는 일본어를 정말 잘하셔야합니다.
사실 동네 이자카야나 한국식 요리점에서야 일본어를 잘 못해도 소통할 정도만 되면 되겠지만
여기서는 무조건 자기 자신을 최대한 낮춘 겸양어를 사용해야 하며,
오더를 받으면 직접 거기서 단말기를 조작해서 전표를 쏴야하는데
그 단말기도 전부다 일본어입니다.
메뉴도 수십가지구요..
물론 저보다 일본어 잘하는 한국분이 많으시겠지만
저도 n1기준 청해는 만점이고 딱히 일본생활하면서 일본어로 곤란한 적은 없지만
알바 시작하고 나서 느낀게 나는 플로어는 못하겠구나.. 였습니다.
키친은 제 생각에 N2정도 수준만 되도 어떻게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전표가 나오면 그걸 보고 요리를 만드는 시스템이니
기본적으로 전표를 슥 보고 읽을 수 있는 정도는 되야하거든요.
보통 평일 런치나 주말 런치, 디너 등 러쉬타임에는
1분에 손바닥만한 전표가 네댓개씩 나올때도 흔한데
그걸 빨리 읽지 못해서 하나하나씩 읽고 있으면.. 아마 같이 일하는 사람들 복장이 터질 겁니다.
주방 같은 경우, 대충 파트가 3개가 있는데요
바쁠때는 4명이서 하는 경우도 있고, 아침일찍이나 폐점시간에는 혼자서 전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3개 파트가 그냥 쉽게 구분하면 파스타/샐러드 담당, 플레이팅 및 주방전체 조율, 철판/튀김 담당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처음에는 파스타/샐러드 혹은 철판/튀김 중 하나를 배웁니다.
뭘 배울지는.. 가게의 인력 상황에 따라 다르겠네요.
그러다가 일을 좀 능숙하게 하면 이제 다른 것도 배우는데
일을 오래해도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은 알바한지 몇년이 지나도 저 중 하나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한달째부터 폐점조에 들어갔기때문에
한달만에 전부 다 배웠습니다.
주6일 시프트로 들어가다보니 남들보다 일을 빨리 배우기도 했었지만, 가게에 폐점조에 들어갈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아무튼 기본적으로 굉장히 바쁩니다. 거기다 한국말을 쓸 일 따윈 하나도 없죠.
저도 주 6일 시프트로 들어갔었는데, 그때는 집에 전화할때 말고는 한달내내 한국말을 써본 적이 없었네요.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주말이나 러쉬타임에는 오더가 엄청 빨리 쌓이기때문에
파스타 면 삶으면서 샐러드 만들면서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면서 전자레인지를 돌리면서 디저트를 만듭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그나마 다행인건 대부분의 요리가 요리보다는 '조리'에 가깝기때문에 만드는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다는 거겠네요. 그래도 바쁜건 바쁘지만요.. 특히 디저트 같은건 손이 많이 가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죠. 편한 일을 찾으시는 분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저도 알고지내던 일본인에게 '가스토에서 알바하게 됐어.' 라고 하니 '빨리 때려치는 편이 좋아.'
라는 답을 들었거든요.
저랑 같이 일하는 알바생 한명이 작년까지 사이제리야에서 일했다는데 거기는 키친이 가스토보다 편하다고는 했었습니다.
가스토도 레토르트 비중이 높지만, 사이제리야는 대부분 요리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나간다고..
거기다 메뉴가 굉장히 많고, 매 달 신메뉴가 나오고 기존 메뉴가 사라지거나
기존 메뉴의 만드는 법이 조금 바뀌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외울게 많습니다. 이런 점은 패스트 푸드 점이랑도 비슷하네요.
처음 주방에 들어갔을때 A4용지 4~5장분량의 메뉴표를 주는데,
처음에는 모든 요리를 배우는게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파트 중 하나를 배우는거라 다 외우실 필요가 없지만
저처럼 1인영업을 하게되는 폐점이나 톱(개점), 그 외에도 본인이 일을 열심히 잘 하시면 결국은
주방의 모든 일을 배우게 됩니다. 저는 처음 갔을때 일 좀 열심히 하고싶었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배려를 받는게 싫었기 때문에 시험공부 하듯이 이 바득바득 갈면서 외웠었네요.
플로어 알바에대해 설명드리면,
손님이 오시면 자리로 안내해드린 후 오더를 받아서 본인이 가진 작은 단말기로 전표를 쏩니다.
그 후 요리가 나오면 자리로 갖다드리고.. 테이블 닦고, 드링크바 청소 및 보충 하고, 뭐 그런 식입니다만...
바쁠때는 오더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당연히 요리도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주방에서 요리를 열개 이상 늘어놓으면 전표를 봐도 어느 요리가 어느 테이블인지 굉장히 헷갈립니다.
알바 오래한 일본인들도 급할때는 어디가 어딘지몰라서 우왕좌왕 할 때가 많더라구요.
또, 배달 관련 주문이 전화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 전화 응대도 보통 플로어에서 합니다.
그 외에는 레지(계산)도 하고.. 사실 한국이랑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플로어 알바를 직접 한 건 아니기 때문에 플로어 업무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리기 힘드네요.
아, 중요한 걸 빼먹었는데 마카나이 없습니다. 대신 종식이라고 해서
1000엔 미만의 메뉴를 360엔 정도에 먹을 수 있고, 그 돈도 바로 내는게 아니라 알바비에서 빠집니다.
다음으로 화미레스 알바의 장점인데요,
1. 한국어를 쓸 일이 없다.
절대로 없습니다. 가게에 본인 외의 다른 한국인이 있는게 아니라면.
2. 알바비가 칼같이 들어온다.
알바비 들어오는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atm가보면 돈 들어와 있습니다.
3. 스카이락 쿠폰
알바생들한테 스카이락 25%할인 쿠폰을 주는데요, 가스토 외에도 바미얀이나
뭐 야키니쿠 타베호다이 집도 있고.. 많습니다. 저는 친구들이랑 밥먹을때 유용하게 사용중입니다.
단점은 대충 이렇겠네요.
1. 보험 가입을 강요
사실 일하는 시간이 적으면 딱히 신경안씁니다만,
아마 월에 몇시간.. 이상이면 가입하라고 할겁니다. 일본인 중에도 물론 그래도 안하신 분들도 계시긴했는데
저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점장이 원래 하는 거라는 식으로 말해서.. 가입해버렸네요.
2. 바쁘다
굉장히 바쁩니다. 혹시 손님이 엄청 적어서 한가하면 쉬면서 다른 알바랑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다음 사람을 위해 식재료 스탠바이를 하거나, 평소에는 청소 안하는 곳까지 청소를 합니다.
혹시 그런것까지 포함해서 정말로 할 일이 없으면 근무시간이 짧아집니다.(휴게를 길게 받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렇게 한가한 경우는 거의 없어요. 보통은 하루종일 바쁩니다.
3. 시프트가 뒤죽박죽이다.
이 부분은 직접 점장이랑 쇼부를 보면 좀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심할때는
주말 오전 11시 - 2시 --- 4시간 휴게 --- 6시 - 9시 ---- 2시간 휴게 --- 11시 - 새벽2시
이런식으로 들어간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새벽2시에 끝나고 그다음날도 오전 11시..
사실 며칠전에도 저렇게 들어갔구요. 물론 지금 사람이 없어서 그런거고, 저는 이번달로 일 관두기때문에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 싶어서 그냥 조용히 있는거긴한데..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서 혹시나 일을 하시게 되면 무슨 요일은 고정으로 쉬고 싶다,
혹은 무조건 몇 시 이후부터 일을 하겠다, 혹은 몇시 까지만 일을 하겠다. 를 말해두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학교 복학을 위해 6개월만 짧게 워홀을 하고 다음달에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만
혹시 화미레스 알바에 관심있으신 분은 댓글 달아주시면 아는 한도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
첫댓글 진짜 대단하시네요
화미레스 엄청 바쁜데 거기다 인력은 부족하고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고생고생 일본사람도 하기 힘든데가 화미레스죠
일본 이외로 백애리어 한국보다 너무 열악하고 비인간적이고 외국인 차별 심하고…뭐 월급은 안 떼어먹고 주지만
어쨋든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하세요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12 13:2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12 14: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12 14:3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7.19 11:23
대단하십니다.
이야~ 구체적인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쭉 읽어보니 빡센거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좋은 경험 하시는거 같네요
ㅎㅎㅎ 잘읽었어요~
대단하십니다 ㅠ 화이팅이에요!
저도 홀에서 4년 유학동안 알바했는데 적응하시면 홀도 재밌고 할만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