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술자리에서 회원들과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 만일 유승안 감독이라면 1루 김태완 - 2루 송광민 - 3루 김태균 - 유격 이범호를 시도했을 것이라고 말이죠. 최진행 군대 미루고 지명대타 시키면서 포수는 이도형, 그야말로 '뻥야구'를 시도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몇년 전 유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1루 최진행 - 3루 김태균 - 유격 이범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었거든요. 그만큼 그는 아주 공격지향적이고 젊은 선수들에게 제법 많은 기회를 줬던 스타일입니다.
저는 김인식의 야수기용 스타일을 <노장선호>가 아니라 <수비선호>라고 봅니다. 요즘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2루 포지션도 바로 그 부분인데요, 현재 2루 유력 멤버가 한상훈-백재호-송광민인데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 이후부터 한상훈을 주전으로 기용 중입니다. (2005년까지는 백재호가 주전이었죠.)
공격 쪽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송광민은 허리 부상이었으나 며칠 전 2군경기에 출전 했죠. 그렇다면 부상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고 이 세사람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기회는 똑같은 1군 타석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회 역시 <경쟁>을 통해서 얻어야하니까요.
야구선수에게 <기회>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스프링캠프, 연습게임, 청백전, 시범경기에 정규시즌까지 크게 5번 이상이죠. 물론 다른 4번의 기회보다 정규시즌 1경기가 더 큰 경험이지만 일단 다른 과정에서 상대보다 비교우위를 점해야 주전을 보장 받습니다. 캠프에서 2개월 이상 보여준 몸상태, 연습게임 및 청백전 성적, 시범경기에서의 페이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몸이 건강해야겠구요.
만일 제가 감독이라면 주전을 백재호, 송광민은 대타요원으로 1군에 남겨두고 한상훈은 굳히기용 디펜서로 구성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생각이지요. 저라면 그렇게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감독도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독은 선수 기용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대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누구 내보내세요>라고 했다가 그 선수가 못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감독은 그 선수 내보냈다가 팀이 패하면 결국 본인 입지가 좁아지고 그런 과정이 쌓이면 재계약에 실패합니다.
저는 전임 감독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감독의 결정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확신을 갖는 부분은 그 결정을 내린 감독에게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거죠.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몇몇 후배의 성장이나 연봉상승이 아니라 어차피 팀 승리, 본인의 명예와 고용보장, 자녀들의 대학등록금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팬으로서 <승리>를 바라는 것처럼 감독 역시 스태프로서 <승리>를 바랄겁니다. 바꿔 생각하면 김인식 감독은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이기고 싶을겁니다. 당연한 얘기겠지요.
흔히 말합니다. 감독은 1년의 시각으로 팀을 운영하지만 팬은 10년의 시각으로 팀을 바라본다구요. 팬이라면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위해 신인들을 더 아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맞는 말씀이죠. 하지만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볼까요. 그 미래라는 것 말입니다. 예를 들면 군미필 83년생 송광민보다 군필 74년생 백재호가 팀에서 더 <오래>뛸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물론 젊은 선수가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공격력을 갖춘 선수가 수비력을 키우는 것이 수비되는 선수 공격 키우는 것보다 더 쉽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리고 송광민의 포텐셜은 저도 크게 봅니다)
2004년 한화이글스 기억 하십니까? 최진행-정병희-조영민-송창식-권준헌-고동진 등 줄줄이 로또가 터지며 한때 잘 나가던 팀이지만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7위했습니다. 그 팀 전력 고스란히 이어받아 플옵 진출시킨 감독이 누구인가요. 조원우와 브리토, 최영필이 있어서 그랬다구요? 그 선수들 데려오고 기회를 준 사람에게 가장 큰 공이 있을 것 같군요.
이듬해에는 큰 경기에서 브리토의 수비력이 문제를 일으키자 김민재를 데려왔고 구대성까지 복귀시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단순히 선수들만의 힘이고 복귀한 사람만의 공일까요. 동네북이나 마찬가지던 만년 7위팀 데려다 우승후보 만든 사람이 바로 김인식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류현진의 무리한 등판이라는 아픈 과정도 있었고 1군에서 기회를 적게 받은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남지만, 무리하게 등판 시키고 특정 선수 편애하면서 4강도 못가는 감독들 주위에 널려 있습니다.
혹사는 안 시키면서, 모든 포지션의 젊은 선수들 죄다 키워내고, 2군에서 좀 한다 하는 선수들 전부 1군에서 기회 주고, 그러면서 팀 성적까지 좋게 만드는 감독. 그 사람이 누구인가요? 있으면 좀 소개시켜주세요. 그럼 우리 김인식 감독 당장 경질시키고 그 분 모셔옵시다.
<팀이 잘나간다>는 사실 하나로 부정적인 면을 모두 덮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나 '선수 혹사'나 '부상 염려'같은 사안이 아니라면 현재 굴러가는 방식 그대로 놔둘 필요도 있습니다. 비록 송광민의 수비가 2005년 준PO의 브리토 수준은 아닐 수도 있고 한상훈의 수비가 김민재의 그것보다는 못할 수 있지만, 브리토와 김민재 중 후자를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한상훈의 공격력이 극악이라지만 아무래도 지난해 큰 경기의 기억이 있으니 감독이 초반에 기회를 좀 주는 것일테고, 송광민도 일단 세워두면 수비 잘한다지만 대륙간컵의 기억에다 부상까지 있었으니 출발이 좀 뒤진 것일수도 있겠죠. 한상훈이 계속 힘없이 물러난다면 백재호에게 기회 줄 수도 있을테고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송광민도 타석에 조금씩 들어서겠죠. 지난 해에도 백재호가 주전일 경우 많았는걸요.
팬으로서 갖는 불만과 건의사항, 대안제시, 비판 등은 얼마든지 해도 되고 한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런 주제로 갑론을박하며 토론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투수와 주전야수 빼면 남는 자리가 겨우 5개인데, 그 자리를 채워넣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장황하게 긴 글이 되어버렸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조원우 외야수>는 뭔가 변화가 좀 필요한 것 같은데, <2루수 한상훈>은 변화가 없다고 해서 크게 불합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한상훈이 부진하더라도 감독님께서 '공줍는 애' 라고 칭했던 선수를 기억이나 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한상훈이 부진하면 감독님의 대안은 백승룡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 감독님께서는 과거의 기억으로 선수들을 기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모선수를 보면 장코치는 왜 은퇴를 시켰는지 몰라요. 아무리 뱃스피드가 저하되었어도 흑마구에는 극강이었는디...
선수기용은 감독님의 고유권한이고 그룹내에서도 감독님의 선수단운영방침을 연구할 정도이니 그 능력은 그 누구도 읽어낼수는 없습니다. 공격을 위한 포지션이나 신인에게 공평한 기회를 줘야한다거나 누구를 백업으로 넣고 누구를 선발로 써야한다는건 좀 월권입니다.ㅋㅋ 엄밀히 이건 돈을 받고하는 사업입니다. 성적이 나쁘면 팬들은 문제점만 이야기하고 야구 안보면 되지만 감독은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팬끼리 되느니 마느니 하는 입씨름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댓글 조원우 선수가 수비형 중견수였군요. 하긴 한때 쌍방울 시절 명품 수비를 선보이기도 했지요. 유승안이 욕먹을 행위는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 원투펀치는 유승안의 위대한 유산이지요. 과감하게 장레전드 대신 김태균을 기용한 것도 유승안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단락을 늦게 추가해서 아마 칠천량의 전설님께서 못 보신 모양이네요. 저도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조원우 선수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한상훈이 부진하더라도 감독님께서 '공줍는 애' 라고 칭했던 선수를 기억이나 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한상훈이 부진하면 감독님의 대안은 백승룡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 감독님께서는 과거의 기억으로 선수들을 기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모선수를 보면 장코치는 왜 은퇴를 시켰는지 몰라요. 아무리 뱃스피드가 저하되었어도 흑마구에는 극강이었는디...
아무리 수비 위주라지만 한상훈 수비+공격 보다는 백재호나 송광민 수비+공격이 좋은거같네요...ㅠ.ㅠ 그리고 조원우 선수 중견수 수비는 정말 할말이 없습니다... 현재 크루즈가 몸상태때문에 수비를 못해서라고 믿고 있는데...
크루즈는 몸상태가 100%가 된다 해도 중견수는 힘들것 같습니다. 고동진 선수를 중견수로 내보내던가 아니면 2군에서 다른 대안좀 찾아봤으면 합니다. 어디 홈페이지를 보니 김수연은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듯 하군요.
크루즈 좌익수로 보내고 고동진 중견수 보내면 김태완이나 우익수로 썼으면 좋겠네요... 물론 감독님은 그렇게 안하시겠지만요.... 2군에 중견수 자원이라고는 오승택뿐인데..ㅠ.ㅠ
태완이 선발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2군에나 안보내시고 가끔씩 대타로라도 출장시켜주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군대간다고 하는 선수 붙잡지좀 마시고...정병희만 생각하면 정말 자다가도 토나옵니다.
좀 경쟁체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한상훈은 백업했으면 좋겠네여,,김재걸처럼,,,,,
오늘 두산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예전 그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빙그레시절 어땠습니까. 그화려한 맴버에도 큰경기에 중요할때마다 터지는 내야에러..ㅠㅠ 외야의 조원우 선수는 몰라도 지금의 내야진은 제가 봐온 우리팀의 모습중 가장 안정된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오늘 에러 나올만한 상황도 없었는데,,쩝,,,
네 정말 눈물겹더군요. 2포지션을 제외한 전포션의 수비형 선수화...정말 감동적이라고 보여집니다.
한상훈선수 작년 군입대하는것도 말리셨는데...아마 계속 주전으로 쓸거 같은데요.... 그래도 오늘처럼 공격이 필요할때는 백제호선수도 대타로 기용하니....곧 김태완선수도 출전할 기회가 생기겠죠...
윗분 글처럼 고동진 한상훈 군입대 미룬것때문이라도 좀더 주전 보장해줄거 같습니다 점점 나아지길 바래야죠 뭐 그리고 백제호가 아니고 백재호입니다
선수기용은 감독님의 고유권한이고 그룹내에서도 감독님의 선수단운영방침을 연구할 정도이니 그 능력은 그 누구도 읽어낼수는 없습니다. 공격을 위한 포지션이나 신인에게 공평한 기회를 줘야한다거나 누구를 백업으로 넣고 누구를 선발로 써야한다는건 좀 월권입니다.ㅋㅋ 엄밀히 이건 돈을 받고하는 사업입니다. 성적이 나쁘면 팬들은 문제점만 이야기하고 야구 안보면 되지만 감독은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팬끼리 되느니 마느니 하는 입씨름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프로팀이 팬으로 벌어먹고 사는건데 이래라 저래라 하지말라고 하는건 아니라고 보네여,,,팬이니깐 이런전런 논쟁을 하는거져,,그럼 팬이 왜 존재합니까
쓸데없는 입씨름을 말하는거죠 의견교환이 필요하다는거지 누구를 왜쓰면서 누구는 왜쓰나? 이런식의 의견말입니다. 서로서로 의견이 다 다르고 같은 팬이라도 조원우 선수 믿는 사람이 있고 김수연이나 차라리 크루즈가 나을거다하는사람이 다 있기 떄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