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으로 떠난 피서
팔월 초순 수요일이다. 전날 오후 함양으로 문상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오래도록 교류한 대학 동기가 부친상을 당해 먼 길이라도 조문을 했다. 울산에서 한 친구가 차를 몰아 창원을 거쳐 가도록 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편하게 다녀왔다. 귀로에 친구가 나를 창원에 내려주고, 집에서 가까운 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에 차를 세워두고 인생 후반전 얘기를 늦게까지 나눴다.
평소 일찍 잠들어 일어날 시각에 늦게 잠들어 짧은 잠을 자고 난 새벽에 생활 속 남기는 글을 썼다. 전날 새벽 창원천으로 나가 봉암갯벌까지 다녀온 동선에서 본 풍광이 글감이었다. 천변 식생과 거리의 가로수와 조경수들은 혹심한 가뭄 속에 물 부족으로 말라 시들었다. 마른장마 이후 대단한 폭염이 농작물뿐만 아니라 도심 생태계도 영향을 미쳤다. 재앙에 가까운 연일 폭염이다.
수요일 새벽은 날이 무더워지기 전 근교 산행을 먼저 다녀올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원이대로로 나가 불모산동 기점에서 삼귀 해안으로 가는 첫차 216번 버스를 탔다. 새벽이지만 양곡을 거쳐 삼귀로 가는 공장으로 출근하는 이들이 다수 타고 왔다. 어쩌면 여름휴가를 마치고 출근할 이들도 있을 듯했다. 나는 신촌 들머리를 지난 양곡 중학교 앞에 내려 웅남 주민 운동장으로 갔다.
장복산이 북사면으로 흘러내린 산기슭에 양곡 주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을 갖춘 곳이다. 양곡로를 육교로 건너는 주민 운동장으로는 아침 운동을 하려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운동장으로 향하지 않고 산성산 둘레길이 장복산으로 이어지는 숲으로 들었다. 여름 숲에서 내가 즐겨 찾아내는 영지버섯이 있을까 싶어 개척 산행을 감행했다. 가뭄으로 숲 바닥이 메말라 부석거렸다.
돌너덜도 지나고 삭은 참나무 그루터기 영지버섯을 찾았으나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가파른 산비탈을 누벼도 성과는 미미해 숟가락 크기 마른 영지 하나를 찾는 데 그쳤다. 산속을 더 헤매도 성과가 적을 듯 곧장 숲을 빠져나와 웅남 주민운동장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나와 쉼터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워낙 새벽 이르게 시작한 하루 일정이라 이제 아침 햇살이 퍼지는 즈음이었다.
이제는 무더위에 남다른 피서지를 한 곳 떠올렸다. 북면 온천장으로 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냉탕으로 들어 더위를 잊을까 했다. 양곡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 북면 신촌 거리 온천장에 닿았다. 그때 창녕읍에서 영산과 부곡을 거쳐온 영신교통 버스가 신촌 정류소를 지났다. 북면보다 부곡 온천이 수량도 풍부하고 혼잡도 덜 함은 익히 알고 있는지라 거기로 가려고 마음을 바꿨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 차에 혼자 타고 본포교를 건너 학포를 지나 인교와 수다를 거쳐 부곡에 닿았다. 여러 차례 이용한 지하 대중탕으로 드니 입욕객이 적어 마음에 들었다. 온탕과 열탕을 오가면서 고열탕에도 몸을 담가보기도 했다. 부곡의 온천수는 78도인데 고열탕은 42도~45도로 낮춰 조절했다. 일전 양산에서 일 최고 기온을 갱신한 42도가 부곡 온천장 고열탕과 같았다.
온천장을 찾음은 온천수보다 냉탕으로 듦이라 거기에 들어가 폭포수를 등물로도 받아보기도 몇 차례 했다.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 사우나실을 들었다가 다시 냉탕으로 들어 몸을 담가 더위를 잊었다. 평소보다 입욕 시간을 길게 머물러 2시간 가까이 걸려 목욕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겨울 부곡 온천은 외지 운동선수들이 머물면서 합숙 훈련을 했는데 여름철은 한적한 편이었다.
하루 서너 차례 북면으로 오가는 버스를 타고 학포에서 본포교를 건너 북면으로 왔다. 텃밭을 다니면서 가끔 들린 콩나물국밥집에서 곡차를 곁들인 점심을 먹었다. 곡차가 한 병으로 아쉬워 한 병 더 비웠다. 가까운 텃밭을 가뭄에 거둘 게 없어 들리지 않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더니 깜박 잠이 들어 마산합포구청을 지나 서둘러 내렸다. 길 건너 창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왔다. 26.08.05
첫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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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잠이 들어 마산합포구청을 지나 서둘러 내렸다
시원한 버스 에어컨에
세상사 잊고 잠시 기도하는 것도 즐거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