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사이비 종교,
불안감 생활 전반서 활용
이용 당하기 쉬운 현대인,
인문학과 예술이 해결책
보이스피싱과 각종 사기 범죄가 판치는 세상이다. 심리조작의 피해로 진료실을 찾는 분이 부쩍 늘었다. 심리조작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기술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다단계 같은 사기꾼의 수법과 사이비종교의 포교 활동, 요즘은 정치인의 선동이나 기업의 마케팅 분야에도 활용된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소중한 노후자금을 날린 할머니는 아직도 절망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할머니를 설득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할머니는 출동한 경찰까지 따돌리며 일당에게 돈을 전달했다.
“귀신에 홀렸어.”
심리를 지배하고 조작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세뇌 장면에는 창문이 없는 캄캄한 방에 크게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만 울려 퍼진다.
사람을 외부와 격리시켜 가둔 채 밝은 전등을 켜서 잠을 방해한다. 그게 세팅의 전부지만, 우리의 뇌는 정보를 극단적으로 차단하면 굶주린 상태에서 아무 정보라도 빨아들인다.
심지어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내용도 저항 없이 흡수해 신념이 바뀌는 일이 발생한다. 감각을 차단하고 소음을 무한 반복해 뇌를 지치게 만든 후, 세뇌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나를 따르라.”
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면 게임 끝이다.
최근 고학력의 청년과 대학생이 종종 사이비 종교에 빠진다. 진료실에서 이들을 만난다면 기존 선입견과 다른 모습에 놀랄 것이다. 대체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고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그들은 세뇌당한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라 주장한다.
도대체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걸까?
그들과 자세히 얘기를 나눠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현실에 불만이 많은 순수한 이상주의자가 많다. 순탄하게 살아온 듯 보여도 내면이 불안정하고 의존적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어쩌면 터널과 비슷하다. 합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터널 속에서 보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을 해도 여전히 터널 내부다. 청춘을 어두운 터널에서 보내면 막상 바깥에 나가도 햇빛 속에서 얼어 버린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청년은, 기성세대의 세상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닐까? 거짓말이 통하는 이유는 거짓말에 속고 싶은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심리조작은, 적어도 지금보다 인생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된다. 사기꾼이든 사이비종교의 교주든, 어쨌든 그들은 희망이 있는 삶의 환상을 제시한다.
우리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믿음을 가지려 하고, 심리를 조종하는 자들은 그 희망을 미끼로 우리에게 믿음을 파는 것이다. 그럴 때 앞날의 희망을 약속하는 강력한 존재가 접근하면 빠지게 된다.
심리조작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유행을 떠올리면 어떨까. 대부분의 유행은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다. 기획자가 치밀하게 각본을 짜고 연출하는 것이다. 유행은 군중심리를 이용해서 심리를 조작하는 현상이고 그런 군중심리에는 맹목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유행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확산돼도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중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이 군중심리를 자극해 유행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현재의 유행에서 홀로 벗어나 고독하게 맞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현대인들은 과연 심리조작에서 안전할까? 현대인을 떠올리면 두 가지 자화상이 연상된다.
매년 1인 가구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와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고독하고 소외된 자화상.
다른 한편에선 숨 가쁘게 사람을 만나고 방대한 정보에 노출된 채 지친 몸으로 허덕이는 자화상이 겹쳐진다.
우리의 뇌는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어서 정보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거꾸로 과잉 상태로 뇌를 혼란스럽게 하면 심리조작에 취약해진다.
고립되어 외롭거나 과부하에 지친 모습, 현대인의 양쪽 자화상 모두 세뇌당하기 쉬운 상태가 아닐까.
우리가 지금 당장 사기꾼에 당하거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할 수 없다면 심리가 조작되어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령 특정 정치인의 극렬 지지자들은 한없이 열려 있는 정보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특정 콘텐츠만을 수용하는 건 자신을 정보의 터널에 가두는 것이다.
심리조작의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나의 대안은, 인문학이나 예술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인문학은 우리가 자주 피해 다니는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되살려 준다.
예술은 우리를 여러 번 살게 해주고 매 순간 다르게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의존과 자립의 문제다.
권명환 해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국제신문
첫댓글 현란한 몸짓과 유창한 말솜씨로
없는 것을 실존한다는 듯이 사이비 종교 인 듯 합니다
젊은 청년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다는 뉴스를 접 할 때
마음이 애잔 합니다
인문학이나 예술적인 분야에 접해도
교묘히 파고드는 사이비는
스스로 방어 능력이 있어야한다 생각됩니다
이른 아침 춘수님이 올린 국제신문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