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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읍니다
사는 게 어려워
이번 추석에는 사실 산소에 갈지 안갈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읍니다
며칠전
서울의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읍니다
벌초때문입니다
남동생은 "우리 예초기를 하나 살까?"
하고 묻지만
둘다 살 형편이 못돼는 것을 잘 압니다
빌리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요즘이 한참 대목이라서 빌릴 예초기가 있을 지도 모르겠읍니다
남동생에게
"신림가는 손님이 있으면 가는 길에 일단 한번 가서 보고 오겠다" 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신림가는 손님이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서울에서 남동생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신림 친척집에서 예초기를 빌리면 안돼?" 하고 묻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게 말이 아니라서 한동안 찾아가 뵙지도 못하고
불쑥 예초기를 빌리러 찾아 가는 것도 예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의 남동생에게
"형이 예초기를 빌리든지 낫으로 하든지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일이나 해라"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일은 해야하고 벌초는 또 해야하고
이 가을에 걱정이 또 하나 늡니다
저희집 사는 것이 어려워 어떨때는 산소가 있는 신림의 친척집에서
저의 집 산소까지 해주실 때도 많았는데요
그래도 가보아야하지 않겠읍니까
2
오늘은 화요일이라서 아침에 손님이 참 없읍니다
여태 한 삼만원 했나요
중앙시장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웬 남자가 물어봅니다
"평촌아세요?"
원주에서 택시를 5년동안 하는 동안
평촌이라고 하는 곳은 처음 들어봅니다
하지만 저는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급히 대답합니다
"거기 박경리 문학관 있는데 있는 거 아닙니까? "
하고 물으니 그렇답니다 ㅎㅎㅎ
"그런데 거기는 회촌인데 거기 옆에 평촌이라고 있나요?"
하고 재차 물으니 그렇답니다
손님은 평촌까지 가는데 택시비가 얼마 나오냐고 물으시네요
저는 한 만이천원나온다고 하니
그분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버스 타는 곳에 세워 두었던 가방등을 가지고 택시에 탑니다
택시에 실은 것은
고추를 널어 놓는데 쓰는 발두장이랑 가방 그리고 웬 짧은 끈 두개...
물어보니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다가 지쳐서 택시를 타고 가시려는 모양입니다
3
평촌을 향하면서
"원주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고 물으니
형님댁에 며칠 쉬러 가신답니다
손님은 서울에 사시는데
몇년전에 형님이 평촌에 땅을 사서 거기에 집짓고 사시기에
거기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 아효~거기 땅값이 많이 올랐을텐데 형님은 좋으시겠어요"
라고 제가 이야기하자
"아직도 한평에 3만원인데요 뭘~ " 라고 합니다
하여
"그런 땅 있으면 저도 이다음에 사야겠네요" 라고
살 형편도 아니면서 농담삼아 이야기 건넸지만
그 근처 흥업은
땅 한평에 백만원이 넘은지가 옛날인데
형님이 사시는 그곳은 싸도 한참 싸네요
그런데 손님께서는
평촌가는 길에
산으로 가는 굴이 있다고 합니다
형님집은 거기 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있다고 합니다
저는 박경리문학관이 있는 곳이 회촌이니
그옆이 평촌인 거 같아 내심 마음을 그리로 다잡고 가는데
평촌이라고 한다면
회촌 옆 귀래쪽으로 꺽어질 줄 알았는데
이분은
삼거리에서 왼쪽 회촌쪽으로 꺽어지자네요.
왼쪽이면
박경리 문학관이 있는 회촌이라고 하니
그래도 이쪽이 맞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수 없이
회촌을 갔는데
다리를 건널때 쯤 이곳이 아닌가 보다 하십니다
손님은 이곳에서 굴을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곳에
굴은 없으므로
할수 없이 다시 돌아나와
처음 가려던 귀래쪽으로 가보려고 가는데
삼거리에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 한분이 계셔서
알던 길도 물어 가라고 길을 물어봅니다
4
"평촌이 여기 근처에 있나요?" 라고 물으니
할머니는
"이 근처에는 평촌이 없고 장양리에 평촌이라고 하는데가 있다"
라고 합니다
에고~ 우리는 거꾸러 왔나 봅니다
장양리면 원주의 끝부분이고
지금 있는 곳은 반대편인데...
웬지 돈받기는 다 틀렸구나 싶습니다
"박경리 문학관 있는 곳이라고 안그러셨어요?"
하고 손님께 묻자
이 서울분이지만 시골분같은 손님은
"저도 거기에 그런게 있는 줄 알으셨답니다"ㅎㅎㅎ
하여 장양리 쪽으로 가다가 혹시나 하여
조금밑의 매지리 연세 대학교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에게 다가가 물어봅니다
그차는 제가 잘아는 택시회사의 차였고
차안에 네비게이션도 있으니까요
평촌을 물어보니
그 사람도 평촌은 처음 들어본다합니다 ㅎㅎ
네비게이션을 보니
귀래 평촌....이렇게 두세개의 평촌이 나오는데
마침 어떤 학생이 그 택시를 타는 바람에...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처음의 느낌처럼 귀래의 평촌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네비게이션에도 귀래 평촌이 분명히 나오고요
제가 이곳에서 택시를 한 오년했거든요.
손님께
"제가 아까 이야기한 곳이 맞네요 괜히 할머니에게 물어봐서..." 라고 하니
손님도 그렇다고 합니다ㅎㅎㅎ
그런데 이 손님 웃음도 많고 그런데...참~ 법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같으면
이쯤되면 걱정할텐데 무조건 웃기만 합니다
우리는 기분좋게 다시 귀래로 갑니다
메타요금이 19000원. 한 6000원은 깍아드려야겠네요
5
아까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던
회촌 삼거리에 버스한대가 서 있길래
귀래를 넘어 가기전에
버스기사에게 평촌을 물으니
그분은 또 평촌을 모르신다고 하네요^^;
하기사 택시를 오년했는데도 모를정도니
귀래에서도 아주 ...촌인가 봅니다.
이 재를 넘으면 귀래로 가는데...
손님은 이길이 맞는 것 같다 하시길래
우리는 귀래쪽으로 갑니다
아니면 다시 나오면 되죠 뭐...
요금이야 깍아드리면 되는 것이고
하여 한번 가봅니다.
가면서 손님께 물어보니
손님은 원주가 몇년 만이랍니다
서울에서는 페인트하신답니다
페인트일이 많으냐고 물어봤더니
요새는 뜸하다고 하십니다.
재를 내려가는 이 동네에 사는 듯한 오토바이를 타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니
자기도 평촌가는 길이니 자기를 따라 오랍니다
착한 택시 손님과 저는
기분좋게 오토바이를 따라갑니다
조금 밑으로 내려가니
그분이 가르쳐 주는 곳이 이 앞길이 다 평촌이랍니다
손님은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
"산으로난 굴이 있냐?"고 물으시네요
오토바이를 탄 사람은
이 길을 곧장 가면 저쯤에 산으로 난 굴이 있다고 합니다
2킬로미터 즘 내려갔나요.
너무 가는 것 같기도 하여
귀래 삼거리 근처의 방앗간집 아줌마에게 물어봅니다
"이곳에 평촌이 있나요?"
있는데...조금 더 내려 왔답니다
돌아서 삼백미터가야한답니다
손님은 또 그곳에 산으로 난 굴이 있냐고 물으니
"글쎄" 하시며 평촌에서 비두리가는 길에 굴은 있다고 합니다
손님의 말씀에 갸우뚱하시는 아주머니는
혼잣말인지
'이분이 길을 잘 모르시나봐 택시기사가 애먹겠네'라며 중얼거립니다
아주머니는 손으로
"저쯤가면 문막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그리로 가면 평촌이 나온다" 고 합니다
착한분은 굴이 있던데하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하여간 가면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간다고
300미터쯤 가다가
경운기를 몰고 가던 할아버지에게 물어봅니다
평촌이 여기 언덕을 넘어가면 있다고 합니다
굴이 있냐고 물으니 글세하며 갸웃합니다
이분은 아까부터 산으로 난 굴이 있어요 라고 물어봅니다
6
언덕을 내려가니
손님은
그 굴로 올라가는 길앞에 교회가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 교회에서 일을 하고 점심을 먹었었다고 합니다
언덕을 조금 내려가다가 트럭에게 물어봅니다
그분의 "교회가 삼거리앞에 있다"고 하는 말에
우리는 좋아라 합니다
그런데 평촌이라...이렇게 넓은 곳이 있었군요
이곳은 호박과 옥수수가 한참입니다
밭과 밭사이에는
깻잎을 심었는지 향긋한 내음이 길에 가득합니다
그런데 가르쳐준 삼거리에서 한참을 내려왔나요
교회가 있기는...있는데
이건 그분이 말씀한 하얀교회도 아닐뿐더러
교회가 아주 작네요
하여 교회옆의 작은 편의점가게에 물어보니
이곳이 평촌이고 교회는 이곳 한곳밖에 없다는 겁니다
^^;+ ^^;
아무래도 이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7
저는 다시 호저에서 보았던 굴이 오버랩됩니다
여기서 호저까지 갈려면 원주의 끝과 끝인데
차비가 얼마나 나올려는지 저도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거기는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장양리가 아니란 말이예요^^;
그래서 거기는 평촌이 아닐거란 말이예요.
손님도 안색이 별로 안좋습니다
제가 손님의 형님집에 전화를 해봅니다
손님의 형님은 여긴 영월주천가는 황둔에 있는 평촌인데요라고 하시네요
^^;
안흥에서
주천가는 길의 터널을 지나면 바로 있다고 합니다
형님의 말에 저는 황당했읍니다
손님도 택시타고 간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영월이면 다시 원주로 나가야겠읍니다
이곳은 충청도로 가는 길이니까요
그런데 원주로 가는 빠른 길을 저번에 본 것 같아서
다시 슈퍼로 되돌아와
원주가는 길이 빠른 길이 어디쯤 있냐고 물으니
"비두리로 가는 길이 있지만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그 거리가 그 거리" 이라고 합니다
그냥 지금 가는 그리로 가는게 낫다고 합니다
메타요금은 벌써 9만원...
손님에게 귀래고개를 넘어 오면서
마치 개인택시가 그러하듯이 얼마줄수 있냐고 물어보니
"오만원드릴께요" 하시네요
거기까지 가면
요금은 한 십사만원이 나오겠지만
저는 그거면 좋겠다고 하여 우리는 서로 다시 웃으면서
갑니다
아예 손님은 오만원을 주시네요
저는 다 가면 주시지 하니
어차피 줄건데요 뭘 하면서 주시네요
그런데 가면서도 참 걱정입니다
이렇게 착한 사람에게 돈을 받아도 되는 건지... 싶습니다
이분은
애초에 택시요금이 만 이천원인줄 알고 타신거거든요
택시기사들중에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자랑하지만 저는 교회를 다니는 교인이거든요
8
귀래 재를 내려오면서
"페인트일하면 돈 많이 버시겠네요" 하니
일하시다가 다쳐서 지금은 산재에서
한달에 백만원 나오는 걸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천이면 여기서 원주를 거쳐
신림을 거쳐 황둔을 거쳐가야 합니다
손님이 말씀하시던 산으로 난 굴은
황둔과 주천사이에 있는 터널을 말씀하신 거네요.
원주를 거쳐
금대리에 오니까 손님은 이제 길을 아시겠다고 합니다
저번에 형님집에서 버스타고
원주중앙시장에 내려 오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버스비는 천백원이라서
시내요금과 동일 하더랍니다
'아니 영월주천에서 원주로 오는 시내버스도 있는가 참...'
혼자 생각하지만
손님이 워낙 선량한 분이고
저도 그런 것을 따질 사람이 아니라서
우리들의 여행길은 즐겁기만 합니다
9
이길을 넘으면 신림이 나옵니다
신림에는
며칠전 남동생이 조심스레 말하던 벌초를 해야 할 산소가 있읍니다
금대리를 올라가면서 우리는 벌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벌초는 하셨어요?" 하고
손님께 물으니
"우리는 청주에 산소가 있어요" 하고 하시네요
"저는 요 넘어 황둔가는 신림에 있어요"
손님은 친척들이랑 이틀전 일요일에
벌초를 다 했다고 하십니다
안그래도 벌초를 해야 하는데....
"요새 그 예초기 빌리는데 얼마죠?" 라고 물어보니
그것도 비쌀거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손님은 바쁜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안그래도 손님께 돈을 받는 것이 참 뭐한 마당에...
하여 손님께 제안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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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렇게 하자고요
저희집 산소가 이곳 신림에 있어요
산소가 두장인데
벌초를 했으면 할수 없이 요금을 받고 주천으로 그냥가고
벌초를 안했으면
제가 받은 5만원을 돌려드리고 벌초를 하고 ,,,어때요?" 하니
손님은 흔쾌히 좋다고 하십니다
손님께
"다치셔서 산재가 나온다는 분이 팔을 쓸수 있겠어요?" 하고 물으니
이분은
"벌써 오년전 일이고 일도 가끔 하는데요. 산소 두장쯤이야
한시간도 안걸리는 일인데요 뭘...."
하시네요
"두장인데 오래 걸리진 않을가요? "라고 했더니
"두장이면 뭐...한시간도 안걸리는 걸 뭐..." 라고 하시네요
벌초 잘하시냐고 물으니 잘하신답니다
하여 돈받는 것보다 차라리 벌초를 하면
저는 손님을 공짜로 모셔드리는게 되고
손님은 그 댓가로 벌초를 해주시는게 되니까
차라리 이게 남보기에도 낫겟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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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엘 오르면서
웬지 이번에는
저의 산소는 벌초가 안되어 있을거란 예감이 오네요
느낌입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이게 앞뒤가 안맞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손님을 모시고 산을 오르고 있거든요
그런데 가서 보니 친척집을 비롯한 다른 산소는 다 되어 있는데
저희 집 산소만 안돼어 있네요
우리는 둘다 잘됐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
산소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기왕이면 친척집에서 예초기를 빌려오기로 합니다
낫으로 하는 것 보다는 예초기가 빠르고
손님때문이라도
예초기를 빌려야 하는데
물어보니 마침 또 손님이 예초기를 잘 다룬다고 하십니다
참 뭔가가 잘 풀어집니다
마치 얽흰 실타래가 슥~ 풀어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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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할머니가 집에 계셔야 할텐데...'하고 걱정하며
신림 친척집을 향하는데
마침 할머니가 지나가고 계셨읍니다
우연의 일치도 이런,,,
저는
"할머니 저예요. 00요." 하니
갑자기 할머니 표정이 밝아지시네요
"할아버지 계신가요? "하고 물으니
지금 농사교육받으러 가셨다고 합니다
저는 벌초를 해야 하는 자초지종을 말하고
예초기를 빌리면서
"할아버지께는 뭘 사다드려야 하나요? " 하고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요샌 담배까지 끊으셔서
그냥 와도 된다고 하십니다
거기서 예초기를 빌려서 가는데
차 트렁크에 예초기가 길어서 안들어 갑니다
석가래도 그렇구요
예초기의 날의 긴목부분을 차에 묵어야 하는데
손님은 처음에 가지고 타셧던 끈을 가지고 오시네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그 끈으로 차에다가 묵었읍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참 이상한 일이지만 그분은 끈을 왜 들고 있었을까요?}
13
다시 산밑을 가니 이분은 산에 오르기 전에
가방에서 옷을 꺼내 옷을 갈아 입으시네요 ㅎㅎㅎㅎ
그래요. 구두와 깨끗한 바지를 더럽힐 순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마치 신성한 일을 하기에 앞서 저렇게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우연의 일치도 이런 우연의 일치가...
저는 그냥 회사복차림으로 올라갔읍니다
산에 오르자
이분이 예초기 줄을 당기자
웽하고 예초기시동이 걸립니다
그리고 능숙하게 밸브를 엽니다
매는것도 능숙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날을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벌초를 합니다
벌초에도 프로가 있나 봅니다
저는 어이가 없읍니다 ㅎㅎ
14
산소 한장을 십분도 안돼서 다합니다
배가 고프지 않을가요?
"우리 벌초 끝나면 내려가서 버섯전골해서 밥먹고 가죠. 뭐 제가 사겠읍니다"
하고 제가 말씀 드렸읍니다
예초기작업이 워낙 능숙해
베어진 풀들을 치우는 석가래의 저는 땀이 나고 정신이 없읍니다
저도 예전에 일 잘했다고 하는 사람인데
정신이 하나도 없군요
하지만 무리하면
돌이 튀거나 벌에 쏘이는둥 혹여 사고라도 날까봐
쉬지 않고 예초기 작업을 하는 분을 말려
"우리땀도 나는데 쉬었다 합시다"라고 말려서
세번을 쉽니다
쉬는 시간이 30분 ...벌초작업시간이 30분 ^^;
그런데 버섯전골은 너무 덥지 않을까요?
저번에 황골에 모셔드렸던 분들께
막국수 드시라고 말씀드렸건만
순두분두신다고 하여 순두부집으로 모셔드렸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그분들을 다시 모시러 가니
역시 더운날에는
시원한 막국수를 먹을걸 하고 말슴 하시던 것이 생각이 다 납니다
하여 전문 예초기작업가에게
날이 더워서
버섯전골은 이런 날에 안맞을 것 같고
우리 막국수 어떻냐고 하니
요기 조금만 올라가면 묵밥집이 있는데
묵밥이 어떻겠냐고 물으시네요
저는 좋다고 띵호와를 외쳤죠~
역시 기공이라서 다르시네요
"뭐 이정도야 뭘..." 하고 대답하십니다
저는 그래도 사고라도 날까봐
욕심 안부리고 대충하고 가려고 하는데
이분은 힘도 안드시는지
마지막 정리까지 웽웽대며 하시네요
15
하여 벌초는 보기 드물게
완벽하게 끝났읍니다.
저는 땀범벅이 되었고 손님도 약간의 땀을 흘렸읍니다
저는 웃으면서 손님께 받았던 차비 5만원을 드립니다
"받은 돈 돌려 드렸어요. 나중에 딴소리 하기 없깁니다" 하자
손님은 말없이 웃읍니다
자 이제 예초기를 갔다드리며
친척집에 선물을 사가지고 가야겠지요
그런데 근처에 슈퍼가 없어서
손님께
요앞 삼거리 읍내에 한번 나갔다 와야겠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그런데 어이 없지만
마침 산밑에 슈퍼가 있어서
음료수를 삽니다 ^^;
이 슈퍼는
땀흘린 저희들이 마실 음료수와
친척 할머니에게 선물할 홍삼선물세트를 팔기위하여
이곳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은 다 듭니다
음료수를 마시고 할머니께 부리나케 갔더니
할머니는
준비해둔 직접 갈은 토마토쥬스를 내어 주시며
"태풍이 지나가서
벼가 다 쓰러져 올해는 너의 묘는 벌초도 못했구나" 하시네요
저도 생각도 안했는데 벌초를 하게 됐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평소에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읍니다
다음에 좋으 모습으로 찾아 뵙겠읍니다 하고
인사드리고 나왔읍니다
16
자 이제는
택시손님께 묵밥을 대접해 드려야겠네요
손님은 요기 돌면 있다고 합니다
여긴가...둥근집이었는데 해서 좀더 가니
정말 둥근집이 나오네요
그앞에 교회건물도 나오고요
손님은 여기서 점심을 드셨다고 합니다
여기면 원준데...
어째 아까부터 버스비 천백원이면 나온다고 하더라니...
교회건물을 옆에둔 길을 다라 올라가니 산으로 난 굴[터널]이 나오고
굴을 지나서
조금 내려가니 안흥이라는 푯말이 나오고 형님집근처가 나옵니다
그러니 터널이라는 것이
저는 황둔끝부분에서 주천 시작되는 곳의
터널인줄 알았는데
신림재너머의 터널이었고
그곳은 주천가는 길이 맞기는 맞아서
제가 오해하기 딱이었던 곳입니다
이곳이라면
택시비가 원주에서 삼만원이면 충분하겠읍니다.
그러니 손님은 만이천이라는 말에
'그런가?'하고 타셨던 모양입니다
황둔길가에서
형님집으로 들어가는 길옆의 옥수수가 와르르하고 웃읍니다
손님을 형님집으로 향한 길옆에 내려드리니
저쯤에서 형수님인듯한 분과
아이가 이분을 마중 나오시네요
"자~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저는 말했고
손님은 "잘왔읍니다" 라며 내리셨읍니다
17
황둔과 신림사이의 재를
내려오는데 푸른 하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웃 갸웃 까불면서 내려왓읍니다
라디오에서 마침 참 아름다운 음악이 나옵니다.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요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앞의 택시기사가
고개를 갸웃 갸웃 흔들고 내려가니 이상한듯 쳐다 봅니다 ㅎㅎㅎ
18
저녁이 되었읍니다
그나저나 사납금을 하려니 걱정입니다
황둔손님때문에 메타기는 십이만원이 나왔지만
돈도 못받고 ㅎㅎㅎ 벌초하느라 시간 다쓰고 참 걱정이 많습니다
저녁이 되어 백학장에 가시는 손님을 모십니다
택시기사가
골목거리의 여길 아는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합니다
저는
저희 택시회사가 이 옆에 있다고 하면서
택시 업계에 자기손님은 따로 있다는 이야길 해주었읍니다
19
손님을 내려드리니
며칠전
택시가 없어서 서있던 손님들을 모시러 무실동으로
급히 가다가 사고가 났을 때 부장님이 한말이 생각나네요
"뭐 그리 급히 가느라고 사고가 나.
몇번을 이야기 해야돼 다 자기 손님은 따로 있는거야"
다행이 그날 부장님이 처리 해주셔서
지금은 행복하게 잘 다니고 있읍니다 ^^
저는 맨날 부장님 욕하고 다녔는데
부장님의 따뜻한 눈빛을 그때 처음 보았읍니다
이글의 제목이 벌초지만
부제목으로 [자기 손님은 따로 있다] 라고 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더 제목같은 지도 모르겠읍니다
이번 추석에 산소에 꼭 찾아가 뵈어야 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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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길어요! 다 못읽겠당!!
삶를듣고가는것같네요,,살아게실때더잘할걸..,,,좋은글,,,굿,,,
쓴 글을 다시 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읍니다. 성준님은 꼭 행복한 인생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