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에서는 흙 한 번 제대로 밟아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답답한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길 아닌 길'을 자동차로 거침없이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저런 곳을? 에이, 절대 못 올라가지"라는 생각을 멋지게 뒤엎는 이들. 오프로드 마니아 김광호 씨는 진흙탕을 가르고 가파른 바위를 넘나들며 자연과 함께 일탈을 꿈꾼다.
- ▲ 사진 : 최충식, 안지섭
3人3色 남자를 미치게 하는 것
자연과 교감하며 달리다 오프로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상태의 비포장도로를 뜻하는 오프로드(Off-road). 일반 차량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나 험한 길을 4륜 구동 자동차로 달리는 오프로드 주행은 울퉁불퉁 험로를 달리며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거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레저다. 국내에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RV(레저용 차량)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부터다. 국내 오프로드 동호회만 해도 약 1500여 개에 달한다.
'남해'라는 닉네임의 오프로드 마니아 김광호 씨는 국내 오프로드 동호회의 시초인 천리안 '케이티맥' (KTMaC)에서 90년대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오프로드 1세대다.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는 차가 들어갈 수만 있다면 산과 강, 계곡 그 어느 곳이라도 즐거운 목적지가 된다. 길이 아닌 곳, 아무도 가지 못하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 ▲ 사진 : 최충식, 안지섭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느끼는 스릴은 일부에 불과해요. 넘어지고 깨지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듯한 기분,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오프로드의 진짜 매력이죠."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 언덕을 넘는 록 크롤링(Rock Crawling)은 오프로드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커다란 바퀴를 장착한 자동차가 4~5m나 되는 바위를 뒤집힐 듯 아슬아슬 넘어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짜릿하다. 록 크롤링을 하다 보면 타이어가 터지고 문짝이 망가지거나 차량이 전복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수시로 일어난다. 하지만 자동차 바퀴와 바위 표면의 접지력을 이용해서 최대한 천천히 앞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아 속도를 즐기는 다른 레저보다 오히려 안전하다.
이렇듯 오프로드에는 항상 위험요소가 뒤따르다 보니 동호인들 간의 의리, 우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함께 난관을 극복하며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오프로드의 가장 큰 매력. 바퀴가 바위 틈 사이에 끼이거나 구덩이에 빠져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차량을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며 땀흘려 구조하는 것 자체도 오프로드를 즐기는 하나의 과정으로 즐기는 것이다.
- ▲ 사진 : 최충식, 안지섭
4륜 구동 SUV 차량이면 충분히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험로에 강한 SUV라고 해도 운전이 서툴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법. 오프로드 운전의 기본은 자신이 없으면 일단 차에서 내려 길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물웅덩이는 깊이가 타이어 중간을 넘지 않으면 가속페달을 밟아 한 번에 벗어나도록 한다. 자갈밭에서는 자동차 바닥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특히 오프로드에서는 운전 시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핸들을 양손으로 꼭 잡고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기본. 움푹 팬 곳을 지날 때는 천천히 들어갔다가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속도를 높이면서 통과한다. 또한 내리막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거나 오르막길에서 급 가속을 해서는 안 된다.
Tip 오프로드 떠나기 전 챙길 것들
위험이 뒤따르는 레저인 만큼 혼자 가는 것보다는 여러 대의 차량이 함께 그룹을 지어 가는 것이 안전하다. 예비용 타이어, 차량이 방전됐을 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배터리 점퍼와 케이블도 반드시 준비한다. 또 흙을 파거나 커다란 돌덩이를 치울 수 있는 삽과 곡괭이 등도 준비하면 좋다. 그 외에 손전등, 공구함, 두꺼운 장갑, 휴대용 간이 텐트와 라디오 등도 챙긴다.
초보자를 위한 오프로드 코스
경기도 양평 계정리 오프로드 코스
임야 관리를 위해 다져놓은 임도이기 때문에 일반 차량도 달릴 수 있는 코스다.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어 산딸기가 지천에 널려 있고, 야생짐승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양평에서 328번 도로를 타고 양동면까지 간 다음 계정리 방향 11번 도로로 3km 가면 제1대월교에 닿는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해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정리 오프로드다.
강원 대관령 목장 코스
목장 입구 매표소를 지나면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총 25km의 순환 코스인데,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이내. 비교적 평탄한데다 도중에 조난을 당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즉시 구조 해주기 때문에 오프로드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