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쿨투라》 12월호는 올 한 해 가장 빛났던 문화아이콘을 선정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가 그 성과를 짚어보았다.
문학 부문은 “모를 일들을 끝내 기억하는” 소설가 최진영을, 영화 부문은 “여유와 원숙함으로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배우 조인성을 아이콘으로 선정하였다. 드라마 부문은 〈연인〉에서 ‘장현’ 역을 맡아 “음험한 시대의 ‘신드롬’”이 된 배우 남궁민을, 음악 부문은 “K-팝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이자 ‘대세’”인 가수 뉴진스를 아이콘으로 선정했다. 미술 부문은 〈딜리버리 댄서의 구〉로 골든 니카 상을 거머쥐며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현대미술가 김아영을 스포츠 부문은 “〈슛돌이〉의 천재 꼬마”로 세상과 만나 “굴곡진 비탈길을 뚫어 한국 축구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그라운드에 가져”온 이강인 축구선수를 아이콘으로 선정했다.
■ 인터뷰에서는 신작 〈물고기를 향한 설교〉를 선보인 아제르바이잔 영화감독 힐랄 바이다로프를 설재원 에디터가 만났으며, 갤러리에서는 《문지르고 끼이고 빛이 나게》전의 이정배 작가를 강수미 비평가가 만났다. 손희 에디터는 대구를 예술로 물들인 Diaf 2023 참관기를, 김명해 화가는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조각가 권진규를 탐방, 리뷰했다.
■ 장재선 시인의 ‘시별’에서는 그룹 god의 “이십 오년의 조각”을 노래하며, 이승은 시인의 ‘시조 안테나’는 이토록 시인의 「겨울이 일찍 오는 마을」을 소개한다.
강유정 평론가는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을. 김민정 평론가는 〈힘쎈여자 강남순〉과 〈도적: 칼의 소리〉를, 손정순 발행인은 도쿄영화제 개막작 〈퍼펙트 데이즈〉와 한일 합작영화 〈너클걸〉을 리뷰한다. 설재원 에디터는 재도약 원년을 선언한 도쿄국제영화제의 현장을 담았으며, 박영민 기자는 제7회 서울무용영화제를, 송석주 평론가는 샤르자국제도서전을 다룬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K-Culture의 빛나는 저력을 보여주는 문화아이콘들과 독자들이 있어 쿨투라는 존재한다. 그들에게 깊은 우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작가정보
저자(글) 작가 편집부
목차
책 속으로
결국에 예술가의 고유성은 손을 통해 드러납니다. 손의 고유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손이 하는 예술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편식하듯이 여타 장르를 가리거나 대립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데뷔한 시기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사회적 주제나 비판적 메시지를 다루었습니다. 저도 거기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크리티컬한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굉장히 헛헛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 앞에서 언어에 기댄 채 현란하게 설명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언어 이전으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 도드라진 면의 안쪽: 이정배 작가와의 대화」(강수미 교수, 미술비평가) 중에서, 본문 18-19쪽
갤러리청애 부스에는 오랜만에 ‘화이트 작가’ 곽동효 화백의 두터운 마티에르 구성과 거칠면서도 스며들듯 따스한 붓 터치의 유화를 만날 수 있었다. 곽 화백의 유려한 색채의 마술과 질감은 더욱 깊고 풍요로웠다. 편안하고 따뜻한 푸른 빛의 색채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원시성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오픈하자마자 작품 〈자연 속 연주〉가 바로 판매가 될 정도로 곽동효 그림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 「Diaf 2023 | 현대미술의 메카, 대구를 아트 도시로 물들이다」(손희 에디터) 중에서, 본문 23-24쪽
권진규는 여느 작가들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자화상, 자소상, 자각상 등을 남겼다. 형태는 마스크, 두상, 흉상 등으로, 재료는 테라코타, 나무, 석고, 건칠 등으로 다양하다. 테라코타 〈두상〉(1958)은 부드러운 인상과 그윽한 눈빛을 갖고 있으며, 〈자소상〉(1968)은 세상을 초탈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1970년대 자소상은 고뇌에 차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시기별로 양식과 표현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작가의 개인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내면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 「미술관 탐방 | 영혼이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집 -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 조각가 권진규」(김명해 화가) 중에서, 본문 33쪽
저는 영화 감독 보다는 화가나 음악인들에게 더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예술, 특히 화가와 작곡가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저는 신을 여러 숏으로 나누기 보다는 그대로 길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보면 클로즈업 장면은 많지 않고 대부분 와이드숏입니다. 안목 있는 관객분들은 그 뉘앙스를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인식하는 대로 이미지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 「인터뷰 |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방법 - 〈물고기를 향한 설교〉의 감독 힐랄 바이다로프」(설재원 에디터) 중에서, 본문 40쪽
분명 일어난 일들을 아무도 모르게 방치하지 않으려고 최진영은 글을 쓴다. 그것으로 그녀의 글쓰기를 전부 환원할 수는 없을 테지만, 이상의 연유를 제외하고 최진영을 기술할 수도 없을 터이다. 모두가 그만두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애도라고 명명할 수 있는 기억을 붙드리라. 이것이 최진영의 사랑법이자, 그녀를 올해의 문학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결정적 동력이다.
- 「테마 – 2023 ICON | 모를 일들을 끝내 기억하는 사람」(허희 문학평론가) 중에서, 본문 55쪽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하다는 명성과 악역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어낸 극 중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는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함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통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개봉 당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 호텔 격투신에서는 신스틸러이자 베스트 신으로 인장을 새겼다.
- 「테마 – 2023 ICON | 여유와 원숙함이 묻어나는 배우 조인성」(양경미 영화평론가) 중에서, 본문 59쪽
〈연인〉의 장현은 환멸과 비극의 역사 속에 서 있다. 그는 임금이 곧 나라였던 시대에 임금보다 백성을 위한 사람이었다. 청나라로 끌려간 포로들을 속환하고 구하고자 애쓴 사람은 임금이나 세자도, 어느 고관대작도 아닌 장현이었다. 그는 나라가 필요로 했으나 희생을 강요당했고, 충성을 다했으나 나라로부터 버림받았다.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에서 누이와 노비 사이에서 태어난 조카(일지도 모를) 소리꾼 량음이나 의주 건달 구잠, 기생 영랑 등 여러 사람들과 호형호제 관계를 맺은 그는 인간이 지닌 존엄함을 알고 계급의 평등을 실천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사는 불온한 현실에서는 흉내를 낼 수 없는 사람인 셈이다. 누구보다 엄혹한 시기를 살았던 장현은 그렇게 이 시대에 하나의 ‘현상’이 되어간다.
- 「테마 – 2023 ICON | 〈연인〉의 남궁민, 이 음험한 시대의 ‘신드롬’이 되어가다」(최정인 교수) 중에서, 본문 62쪽
이지 리스닝은 뉴진스 음악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팬덤을 중심으로 한 K-팝 그룹의 노래는 다소 어렵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팬들 입장에서는 그들을 한데 결속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범 대중에게는 오히려 배타적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K-팝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대중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뉴진스는 멜로디를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가사가 들리는 노래를 부른다는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 「테마 – 2023 ICON | K-팝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이자 ‘대세’」(안진용 기자) 중에서, 본문 67쪽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한 거 같거든요. 테크놀로지가 전면화 되는 작업을 한 2년 동안 안 했는데 ‘몽타주의 전형적인 문법, 영상의 몽타주 맛을 다시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에 맞게 과거 현재 미래가 복합적으로 인식되는 비선형성의 작품을 만들었어요. 영상 문법의 구문론을 많이 쓰고 싶었기에 전시명에 ‘문법’을 넣었죠. 그리고 ‘마법’은 영상의 스토리가 논리를 계속 벗어나는 이야기, 어떻게 설명이 안 되는 세계의 이야기로 향하기에 그렇습니다.
- 「테마 – 2023 ICON | 딜리버리 댄서와 골든 니카: 현대미술가 김아영」(강수미 교수, 미술비평가) 중에서, 본문 71쪽
한국 축구사의 계보는 알다시피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한계를 돌파한 변곡점이었다. 다만, 셋 모두 헌신과 겸양, 국위선양 같은 비장한 정조의 영웅담 속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맥락 위에 있다. 그 이야기들은 감동적이었지만, 다소 버겁고 무거운 것이기도 했다. 이강인은 아직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오르기까지 보여줘야 할 것이 많지만, 그간 한국 축구가 보유했던 어떤 재능과도 다르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축구를 즐기고, 그 태도가 플레이에서 묻어난다.
- 「테마 – 2023 ICON | 이강인, 한국 축구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박강수 기자) 중에서, 본문 75쪽
멤버 중 맏형인 박준형이 50대 중반인 만큼 이들의 공연이 이전처럼 박력이 넘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땀을 흠뻑 흘리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실수를 하면서도 그것을 자책하기보다는 팬들을 웃게 하는 계기로 삼는 여유가 좋았다. 무대 미술에 신경을 써서 볼거리를 만들고, 멤버들이 각자 도슨트가 되어서 공연 내용을 이끌어가는 등 팬 서비스에 정성을 다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god의 공연을 즐긴 후에 그들이 앞으로 25년 후에도 ‘완전체’로 남아주길 바라게 됐다. 60-70대에 접어든 뮤지션들이 살아온 만큼의 공력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를 펼친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 「시로 만난 별 Ⅱ | 이십 오년의 조각 – 그룹 god」(장재선 시인) 시작노트 중에서, 본문 81쪽
눈은 고요히 쌓이지 않네요. 그만, 그만하는 바람조차 덮어버리겠다는 듯 쏟아 붓습니다. 파르르 떠는 문풍지로 눈의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그런 집, 왜 가난은 불화를 수하처럼 거느리고 다닐까요. ‘불화는 잦고 침묵은 숯검정처럼 검고 집요했다’는 시인의 말씀을 옮깁니다. 겨울은 그렇게 ‘폭설 속 눈사람’처럼 문 밖에 오래 서 있었던 가난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 「시조 안테나 | 이토록 「겨울이 일찍 오는 마을」」(이승은) 중에서, 본문 83쪽
〈소년들〉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정지영 감독의 관심사는 사건보다 사람이다. 삶의 중심으로부터 밀어 넘어뜨릴 만큼 강력한 사건을 만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순간 누군가 그 곁을 지켜주고자 했던 사람은 없었는지 그리고 만약 누군가 뒤늦게 용기를 낸다면 그런 사람에게 두 번째 선택의 기회는 없는지, 시간과 거리를 두고 살펴보는 것이다.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에는 그래서 인간은 있지만 영웅은 없다. 누구 한 명, 빼어난 영웅의 고뇌에 찬 선택 덕분이 아니라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겁 많고 시행착오투성이인 보통 사람이 늦었지만 용기를 내어 결국 어긋난 세상을 조금 고쳐 낸다. 흐른 세월만큼이나 빗나간 선택을 고쳐, 제자리로 가져오는 정도의 힘, 이 자기 수정과 교정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엄청난 마중물이라는 사실을 감독 정지영은 강조해낸다.
- 「영화 월평 | 어떤 세계의 복원- 〈소년들〉」(강유정 교수, 영화평론가) 중에서, 본문 85-86쪽
모든 창작의 기본은 인물이다.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냈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승패가 갈린다. 최근 나의 관심사는 ‘최강의 싸움캐를 찾아라’다. 누가 누가 싸움을 잘하나. 맨몸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 드라마 버전을 혼자 상상하고 혼자 연출하고 혼자 감상하는 중이다. 2023년 12월 내가 기획한 연말 특집 결승전에 오른 최강의 싸움캐는 〈힘쎈여자 강남순〉의 ‘강남순’과 〈도적: 칼의 소리〉의 ‘언년이’다. Let’s fight!
- 「드라마 월평 | 2023년 최강의 싸움캐는 누구인가 - 〈힘쎈여자 강남순〉 〈도적: 칼의 소리〉」(김민정 교수) 중에서, 본문 91쪽
올해는 일본영화의 ‘거인’ 오즈 야스지로의 탄생 120주년이자 세상을 떠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거인의 어깨(The Shoulders of the Giants)’라는 이름으로 오즈를 추억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먼저 현존하는 오즈의 영화 대부분을 4K로 복원하여 특별전으로 묶었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서는 〈못 말리는 꼬마〉(1929)의 21분 버전이 일본 최초로 공개됐다. 츠키야마 히데오 컬렉션에서 발견한 16mm 필름을 복원한 〈못 말리는 꼬마〉는 기존의 14분 버전에 없던 소년과 납치범 사이의 대화나 추격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제36회 도쿄국제영화제 |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설재원 에디터) 중에서, 본문 97쪽
밤이면 헌책방에서 사온 책을 읽고 팝 음악을 즐기는 ‘아날로그 인간’인 히라야마의 특별할 것 없는 나날에는 잔잔하면서도 감성을 스며드는 울림이 있다. 그의 일상은 똑같이 반복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언제나 새롭고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차 있다.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로 즐겨듣는 팝 음악과 휴일마다 헌책방에서 들러 구매한 도서의 책장을 넘기는 나날이 그에겐 더없이 행복한 일상이다. 항상 들고 다니는 작은 올림푸스 필름카메라로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사진을 찍는다. 정오의 햇살이 스며들어 눈부신 나무는 어쩌면 영화속 주인공의 빛과 그림자를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제36회 도쿄국제영화제 | 도쿄영화제에서 선보인 특별한 영화 - 〈퍼펙트 데이즈〉와 〈너클걸〉」(손정순 발행인) 중에서, 본문 108-109쪽
출장 2일차인 11월 1일, 샤르자국제도서전 개막식이 열렸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이번 주빈국관 한국의 테마는 ‘무한한 상상력’이다. 1.4㎏의 작은 뇌를 통한 인간의 상상력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변화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했다. 취재 중 주빈국관을 열심히 둘러보는 한 샤르자인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웨즈 단. 영어로 인사를 건넸는데,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해 깜짝 놀랐다. 1999년 샤르자에서 태어난 단 씨는 “유재하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도, 블랙핑크도 아닌 낯선 중동 땅에서 유재하의 팬을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 「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 | 중동에서 만난 유재하의 팬」(송석주 영화평론가) 중에서, 본문 120-121쪽
그는 우리에게 한국영화 100년사를 총결산한 『영화와 시대정신』(작가, 2020)저자로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자 현역 영화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평론가 이전에 그가 50년대 한국시문학사의 교과서인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의 추천을 받은 유명 시인이었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1937년 제주에서 태어난 김종원은 제주 출신 1호 등단 시인으로 학생 시절부터 소년시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제주의 대표적인 학생문예지 《별무리》의 편집을 맡았으며 제주 최초의 시전문지 《시작업》의 발간을 주도하는 등 전후 제주의 문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또한 그는 1959년 영화평론을 시작하여 1965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설립을 주도했으며 현재까지 현역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며, 한국영화사 연구의 한 획을 그은 권위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영화평론가, 영화사연구자로 평생을 살아온 국헌 김종원 선생의 회고록과 시인 김종원을 다시 호명하는 새 시집을 펼치면 우리 현대사에 아로새겨진 문화예술의 일면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 「북리뷰 | 근현대 한국문학과 한국영화사의 산증인 - 시인 김종원 영화평론가의 두 권 저서 『시정신과 영화의 길』 『시네마천국』」(해나 에디터) 중에서, 본문 126쪽
우리는 예술을 탐식하는 과정에서 집요한 사고를 하게 된다. 예술은 복잡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넓고 깊은 사유를 가능케 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순기능이 아닐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개봉한 국내외 영화들을 통해 독자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가 풀어내는 영화에서의 문학하는 마음을 음미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예술에 빠져들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인생을 기습하므로.
- 「북리뷰 | 삶에 대한 사유 - 허희 『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박재희 기자) 중에서, 본문 130쪽
문학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시공을 초월해 사랑받는 위대한 고전은 그래서 더욱 신비롭고 고귀한 인류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하는 보편적 질문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실격』 『위대한 개츠비』 『자기만의 방』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등 제목은 익숙하지만 막상 읽어보지는 못했던 21권의 문학 고전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문학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마 이 책을 덮을 즈음엔 책장에 꽂아만 두었던 세계문학 책들을 다시 펼칠 용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 「북리뷰 | 위로가 필요한 순간, 나를 지켜준 문학의 힘 - 은현희 『문학이라는 위로』」(김혜원 기자) 중에서, 본문 132쪽
출판사 서평
쿨투라 선정, 올 한해 가장 빛났던 ‘2023 아이콘’은
소설가 최진영, 배우 조인성, 배우 남궁민,
가수 뉴진스, 현대미술가 김아영, 축구선수 이강인
올 2023년 한해, 가장 빛났던 문화아이콘은 누구일까? 《쿨투라》 12월호는 올 한해 우리를 설레게 하며, 반짝 반짝 빛났던 한국문화아이콘을 테마로 선정하였다.
12월호 Theme ‘2023 아이콘’
《쿨투라》는 2023년을 빛낸 문화 아이콘으로, 문학부문 최진영 작가, 영화부문 조인성 배우, 드라마부문 남궁민 배우, 음악부문 그룹 뉴진스, 미술부문 김아영 현대미술가, 스포츠부문 이강인 축구선수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희 문학평론가, 양경미 영화평론가, 최정인 교수,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강수미 미술평론가. 박강수 한겨레 기자가 그 성과들을 조명하였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문학 부문 ‘2023 아이콘’ 최진영 소설가에 대해 “모를 일들을 끝내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차트 역주행 주인공으로 소설가 최진영은 2023년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2015년 발간한 장편소설 『구의 증명』이 2년 전부터 판매량이 점점 올라가더니 올해 초에만 5만 부가 판매되었고, 「홈 스위트 홈」은 2023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과거 별빛이 현재 제 눈에 담기는 것처럼, 독자의 눈에 제 글이 담기기까지 이만큼 시간이 필요했나 생각도 들어요.”라는 최진영의 말처럼, 그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했던 그녀에 대한 관심이 이제야 가시적으로 터져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일어난 일들을 아무도 모르게 방치하지 않으려고” 글을 쓰며, “모두가 그만두는 상황이 오더라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애도라고 명명할 수 있는 기억을 붙드”는 최진영 작가를 쿨투라는 문학부문 ‘2023 ICON’으로 선정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영화부문 ‘2023 아이콘’ 조인성 배우에 대해 “여유와 원숙함으로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말한다. 40대 조인성의 여유와 자유로워진 연기는 올해 개봉한 〈밀수〉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하다는 명성과 악역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어낸 극 중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는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함이 묻어나는 캐릭터”이며,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대체 불가한 매력과 연기는 제2의 전성기의 시작을 예고”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날수록 단단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조인성 배우를 쿨투라는 영화부문 ‘2023 ICON’으로 선정했다.
최정인 교수는 드라마부문 ‘2023 아이콘’ 남궁민 배우에 대해 “〈연인〉의 남궁민, 이 음험한 시대의 ‘신드롬’”이라고 평한다. 음험한 시대를 비집고 나타난 드라마 〈연인〉에서 “장현은 환멸과 비극의 역사 속에 서 있”는 인물로 “누구보다 엄혹한 시기를 살았던 장현은 그렇게 이 시대에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또한 “레트 버틀러처럼 매력을 발산하면서 길채가 먹고 싶다고 했던 콩떡을 오다 주웠다는 듯 무심하게 사 안기기도 하는 낭만적인 구석도 있”으며 “장현의 숭고하고도 절절한 찐 ‘목숨을 건 사랑’은 통속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값싼 감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판타지”이다. “주인공의 친구에서부터 주연에 이르기까지 단계를 차근히 밟”아오며 “이제는 연기의 진 맛을 아는 배우”로 성장한 배우 남궁민을 쿨투라는 드라마부문 ‘2023 ICON’으로 선정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는 대중음악부문 ‘2023 아이콘’ 그룹 뉴진스에 대해 “K-팝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이자 대세”라고 평한다. 지난 몇 년 사이 풍년을 이룬 걸그룹 시장에서 뉴진스는 올 한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며 데뷔 1년 만에 내로라하는 선배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요한 것은 ‘왜’다. 왜 글로벌 대중이 이토록 뉴진스에 열광할까? 뉴진스는 대중성에 집중하는 걸그룹과 팬덤을 구축하는 보이그룹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상반기 가수별 피지컬 앨범 판매량 점유율을 살펴보면 뉴진스가 걸그룹 가운데 1위”이고, “이지 리스닝 계열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며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또한 뉴진스의 대중성은 ‘밈’으로 입증된다. “그들의 히트곡 〈하입보이〉는 “혹시 홍대입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을 형성”했고 이는 “뉴진스와 〈하입보이〉를 아는 세대들이 사용하는 ‘그들만의 언어’”이다. “2023년이 낳은 K-팝 최고 히트 상품” 뉴진스를 쿨투라는 음악부문 ‘2023 ICON’으로 선정했다.
강수미 미술평론가는 미술부문 ‘2023 아이콘’ 김아영 현대미술가에 대해 “〈딜리버리 댄서의 구〉로 골든 니카 상을 거머쥐며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한다.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2022년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김아영: 문법과 마법》 개인전의 대표 작품으로, 미디어아트계의 소위 ‘오스카상,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골든 니카 상을 받았다. 김아영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한 거 같”다며 “테크놀로지가 전면화 되는 작업을 한 2년 동안 안 했는데 ‘몽타주의 전형적인 문법, 영상의 몽타주 맛을 다시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에 맞게 과거 현재 미래가 복합적으로 인식되는 비선형성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2010년대부터 국내외 미술계를 넘나들며 장르 실험적이면서 지적으로 정교하게 연구한 작품들을 선보여” 온 김아영 현대미술가를 쿨투라는 미술부문 ‘2023 ICON’으로 선정했다.
박강수 한겨레 기자는 이강인 축구선수에 대해 “이강인, 한국 축구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라고 평한다. 이강인은 지난 1년 사이 자신의 운명을 가장 역동적으로 개척해낸 스타 중 한 명이다. 한국이 수출한 많은 문화 아이콘이 그러하듯, 그도 세간의 억측과 단견, 망상에 괘념치 않고 담대하게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이 압축성장은 경이로웠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일 것이다. “〈날아라 슛돌이〉의 천재 꼬마로 세상과 만난 소년은 굴곡진 비탈길을 뚫어 한국 축구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그라운드에 가져” 온 이강인 선수를 쿨투라는 스포츠부문 ‘2023 ICON’으로 선정했다.
쿨투라가 12월호에 만난 아제르바이잔 영화감독 힐랄 바이다로프
인터뷰에서는 신작 〈물고기를 향한 설교〉를 선보인 아제르바이잔 영화감독 힐랄 바이다로프를(인터뷰어 설재원) 만났다. “모든 장면에는 가장 적합한 단 하나의 앵글이 있다며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고 고백하는 힐랄 바이다로프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는 〈인 비트윈 다잉〉(2020)으로 제77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로카르노, 사라예보, 니옹, 도쿄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쟁 3부작의 첫 작품인 〈물고기를 향한 설교〉가 상영되기도 했고 올해 도쿄에서 첫 선을 보인 〈새를 향한 설교〉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전작에서 이어지는 전쟁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인간의 본성과 밖에 있는 자연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자연은 인물과 같은 특징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이러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단순하게 그림 같은 생생한 이미지를 담으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공명하는 자연의 모습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이런 제 철학은 사운드에도 드러나는데, 저는 소리와 음악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개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특징들 사이의 공통점이나 조화를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그는 영화감독보다는 화가나 음악인들에게 더 많이 배웠다고 고백한다. “저는 예술, 특히 화가와 작곡가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저는 신을 여러 숏으로 나누기 보다는 그대로 길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보면 클로즈업 장면은 많지 않고 대부분 와이드숏입니다. 안목 있는 관객분들은 그 뉘앙스를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인식하는 대로 이미지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는 영화 체험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라 말하며,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깊이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그림을 보면서 받았던 깊은 울림을 작품을 보는 관객도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문화연재물과 월평들
갤러리에서는 《문지르고 끼이고 빛이 나게》전의 이정배 작가를 강수미 비평가가 만났고, 손희 에디터는 대구를 예술로 물들인 Diaf 2023 참관기를 전한다. 김명해 화가의 미술관 탐방은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을 찾아 조각가 권진규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집을 소개한다.
강유정 평론가는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을 리뷰하고, 김민정 평론가는 〈힘쎈여자 강남순〉과 〈도적: 칼의 소리〉를 통해 “최강의 싸움캐”를 찾는다. 설재원 에디터는 재도약 원년을 선언한 도쿄국제영화제의 현장을 담았고, 손정순 발행인은 도쿄영화제 개막작 〈퍼펙트 데이즈〉와 한일 합작영화 〈너클걸〉을 리뷰한다.
박영민 기자는 7회째를 맞는 서울무용영화제를, 송석주 평론가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샤르자국제도서전을 다룬다. ‘시로 만난 별’에서는 장재선 시인이 그룹 god의 “이십 오년의 조각”을 노래하며, ‘시조 안테나’에서 이승은 시인은 이토록 시인의 「겨울이 일찍 오는 마을」을 전한다.
이 외에도 김미향 출판평론가가 전하는 “남북작가 문학기행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의 가치”를 비롯한 “외부와 단절된 이들의 이야기” 연극 〈아메리칸 버팔로〉와 시인 김종원 영화평론가의 회고록 『시정신과 영화의 길』, 허희 평론가의『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 은현희 소설가의 『문학이라는 위로』 등 새책 리뷰와 반짝이는 다양한 리뷰들이 독자를 만난다.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K-Culture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국의 빛나는 문화아이콘들과 독자들이 있어 쿨투라는 존재한다. 그들에게 깊은 우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기본정보
ISSN발행(출시)일자쪽수총권수
19750951 |
2023년 12월 07일 |
144쪽 |
1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