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조도(梅鳥圖)
다산 정약용
翩翩飛鳥 息我庭梅
편편비조 식아정매
가볍게 펄펄 새가 날아와
우리 뜨락 나무 가지에 앉아 쉬네
有烈其芳 惠然其來
유열기방 혜연기래
매화꽃 향내 짙게 풍기자
꽃향기 사모하여 날아왔네.
爰止爰棲 樂爾室家
원지원서 락이실가
이제부터 여기에 머물러 지내며
가정 이루고 즐겁게 살거라.
華之旣榮 有賁其實
화지기영 유분기실
꽃도 이미 활짝 피었으니
그 열매도 주렁주렁 많으리.
귀양살이 10년 째 고향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던
다산의 아내 홍씨(洪氏)가 더 힘들게 귀양 사는 남편에게
시집 올 때 입고 왔던 다홍치마 6폭을 인편에 보냈다고 했습니다.
세월이 오래된 치마여서 색깔도 바래고 붉은 색도 변해서
가위로 잘라 네 개의 첩(帖)을 만들어서 두 아들에게 경계의 글을 써주었고
그 나머지 천으로는 작은 족자를 만들어 외동딸아이에게 넘겨주었답니다.
남편과 아내가 떨어져 살던 기간이 너무 오래이고,
그렇다고 요즘 젊은이들처럼 원색적인 사랑 말을 표현할 수도 없던
점잖은 부부여서, 짙은 사랑의 표현으로 아내가 남편에게 농지기
다홍치마를 보내준 일도 참으로 은근한 애정의 표시이지만,
이것을 받은 남편 역시 경건한 선비여서 두 사람 사랑의 열매인
아들과 딸에게 넘겨주는 멋진 일을 하였습니다.
매화나무에 한 쌍의 새가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거기에 제사(題辭)로 지은 시가 바로 위의 시입니다.
그림도 정말 훌륭하고 글씨도 뛰어나며 시의 의미도 대단한 내용입니다.
딸아이가 시집을 잘 가서 훌륭한 남편과 아름다운 삶을 보내고
후손도 많이 길러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라는 부정(父情)이
넘치는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들에게 써준 네 편의 글은 지금은 전하지 않고 있지만,
딸에게 준 족자 하나인 ‘매조도’만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우리가 감상할 수 있게 해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다재다능했던 다산, 시, 서, 화가 모두 뛰어난 수준이어서
실학자 다산의 면모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일입니다.
넘치는 부정에서 아버지 다산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첫댓글 다산 정약용의 매조도를 보면서 다산선생의 품속으로 들어 가는 느낌입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오선배님 지난 한해의 깊은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새해 다복하십시요. 안성환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