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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와 천주교의 성찬례
부제님! 저는 가톨릭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신학생입니다.
성공회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성공회의 미사 진행은 천주교의 진행 방법과 같은지 궁금합니다. 부제님도 잘 아시겠지만 천주교는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성찬의 전례가 미사의 핵심이 되고 빵과 포도주를 축성해서 그 축성된 것은 그리스도의 실제 몸과 피로
성화가 됩니다. 성공회 미사에서도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통해 그리스도의 실제 몸과 피로 성변화가 됨을 믿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례명을 얻게 될 때 가톨릭은 사도좌에서 시성을 한 성인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입니다. 성공회에서도 세례명을 얻게 되는데 어떤 기준으로 세례명을 붙이는지요. 참고로 제 세례명은 요한 보스꼬입니다. 1920년대에 시성이 된 이탈리아 신부입니다.주님 안에서 일치되길 바라면서 부제님께 글을 남겼습니다. 부제님께 주님이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답변을 부탁드리며 또 성공회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글을 올리겠습니다.
+ 주님의 평화
이정은 요한 보스꼬 형제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형제로 함께 다양한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돼서 즐겁습니다. 하느님의 종으로 부름받아 이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으로 만난 것도 큰 기쁨입니다.
이정은 형제의 질문은 매우 어렵고 난해한 질문인지라, 저처럼 배움이 부족한 사람이 충분한 답을 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답변할 용기를 내어 보지요.
이정은 형제의 질문 :
성공회의 미사 진행은 천주교의 진행 방법과 같은지 궁금합니다. 부제님도 잘 아시겠지만 천주교는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성찬의 전례가 미사의 핵심이 되고 빵과 포도주를 축성해서 그 축성된 것은 그리스도의 실제 몸과 피로 성화가 됩니다. 성공회 미사에서도 빵과 포도주의 축성을 통해 그리스도의 실제 몸과 피로 성변화가 됨을 믿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시도 :
1. 성공회와 천주교 미사의 핵심은?
아시다시피 성공회는 16세기 영국종교개혁을 통해서 드러난 개신교회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른 대륙의 종교개혁과는 달리 성공회는 성서의 권위에 대한 인정뿐만 아니라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전통에 대한 존중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교회 전통이라는 것의 핵심에는 역시 성찬례의 거행이 있겠지요. 그리고 그 성찬례의 형식과 흐름은 초대 이후 중세를 통해서 발전된 성찬례와 그 신학의 영향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물론 성공회가 동의하지 않았던 몇 가지 교리적인 문제는 제거했지요. 그래서 성공회 종교개혁의 결과물은 성공회의 예전서의 결집이요 표준이라 할 수 있는 공동기도서(The Book of Common Prayer)로 나타났습니다. 역사적인 변천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찬례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으로 생각한 것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성공회와 천주교는 이런 점에서 성서와 초대교회의 전통을 이어받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정은 형제의 표현 속에서 몇 가지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보통 사용하는 “미사”라는 말 자체가 별 근거가 없는 말이거니와, 그리스도교 예배의 핵심은 성찬례를 모두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오해도 생기구요. 그런 점에서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 하나의 전례를 곧바로 유카리스트 즉 “감사 성찬례” 혹은 “성찬례”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니 말씀과 성찬은 인위적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말씀보다는 성찬이 중심이라거나, 혹은 성찬보다는 말씀이 중심이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천주교와 다른 여러 개신교들이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고 봅니다.
성공회와 천주교는 서로 갈라진 이래 다양한 일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에서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공동번역 성서”라고 할 수 있겠고, 현재 한국성공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성찬례문인 “1982년 미사”는 세계 교회의 일치 움직임과 함께 한국천주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그 구조가 천주교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후 한국천주교는 몇 번의 성찬례문 개정이 있어서 조금씩 차이가 생긴 것 같습니다만, 그 구조 상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다음 질문은 밑에 따로 붙여 놨어요. ^^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형제 주낙현 요셉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