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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있는 문학 기행! 여행은 누구와 함께, 어떤 목적으로, 무슨 마음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했던가요? 김경식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 기행은 남달랐습니다.
그림에 김경식 시인의 해설을 곁들입니다.
(1) 면앙정(俛仰亭)
면앙정 아래 버스 정류장에서.
면앙정을 향해 돌계단을 오르는 회원들.
면앙정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에 속한 면앙정은 송순(宋純, 1493~1583)이 1533년에 건립하였다. 건물은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지붕이다. 앞과 뒤 좌우에 마루를 만들고, 마루 중앙에 방을 배치한 것이 면앙정의 특징이다. 면앙정의 최초의 모습은 초가집으로 바람과 비를 겨우 가릴 정도로 초라했다고 한다.
면앙정에 올라앉아 김경식 시인의 해설을 경청.
면앙정의 면(俛)은 '머리를 숙이고 땅을 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앙(仰)은 '하늘을 우러러 본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다. 결국 면앙정은 '겸손하게 국토를 바라보며 하늘을 우러러 보는 집'이다. 즉 우리의 국토와 우주를 바라볼 수 있다는 원대한 이름을 지닌 곳이다.
면앙정 현판
면앙정의 현판 글씨는 성수침(1493~1564)의 글씨이다. 송순은 이 현판 글씨를 받기 위해 경기도 파주까지 찾아 갔다. 성수침은 당시 서예에 가장 명망 높던 사람이었기에 그는 직접 그를 찾아가 현판 글씨를 받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현판은 정유재란 때(1597년)에 사라졌다. 지금 글씨는 성수침의 글씨를 모방한 것일 거라고 한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타버린 면앙정은 1654년에 재건하였으며, 몇 번의 수리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 면앙정은 정면보다 뒷면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절경이다.
면앙정 송순은 90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당시의 수명으로 천수를 누린 것은 다음과 같은 안빈낙도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533년 면앙정을 초가집으로 처음 세우고 쓴 시조이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 세 칸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이곳 면앙정이 호남 제일의 시문의 산실과 가사문학의 원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송순을 비롯한 조선 선비들의 전원주의적이며 가난한 삶에도 만족할 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면앙정기
고봉 기대승(1527~1572)이 적은 면앙정기에는 면앙정의 건축 내력이 상세하다. 면앙정기는 긴 문장인데 송순이 이 터를 잡을 때 꿈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면앙정의 터는 본래 곽씨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하루는 그가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금과 옥으로 만든 어대를 찬 선비들이 면앙정 터에 모여 앉아있는 꿈이었다. 곽씨는 꿈에서 깨어나 자신의 집안이 미래에 번성할 징조라고 생각해서 자기의 꿈 이야기를 하고, 아들 지응을 노승에게 과거시험 공부를 시킨다. 그러나 그 아들은 성공하지 못하고 가계가 곤궁하게 된다. 결국 1521년 이 땅을 송순이 매입하게 된다. 12년 지난 후에 1533년 관직을 포기하고 이곳에 초가집을 짓고 5년을 살았다. 그러다가 송순은 다시 조정에 들어갔고, 쓰러져 가는 집을 안타까워 하는 송순의 마음을 알고 있던 담양 부사 오겸이 협조하여 면앙정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송순이 이 땅을 매입한 지 30년만이다. 송순이 제자 기대승에게 '면앙정기'를 부탁하여 썼는데, 기대승은 면앙정기 맨 끝에 이렇게 썼다. "아! 우리 공이 아니면 그 누가 능히 면앙이라는 이름을 감당하리오."
면앙정가 비
넓은 바위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청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린 듯하구나 옥천산 용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올올이 펴진 듯하구나 넓거든 길지나 말거나 푸르르거든 희거나 말거나
<송순의 면앙정가 일부. 김동욱 교수 번역>
송순이 심었다는 상수리나무가 그늘을 짙게 드리웠다.
면앙정 내부에 걸려있는 목판을 읽고 있는 산림 문학 회원들의 모습이 열의에 차 있다.
송순의 삼언시(三言詩)
俛有地(면유지) 내려다 보면 땅이요 仰有天(앙유천) 올려다 보면 하늘이네 亭其中(정기중) 그 가운데 정자를 지으니 興浩然(흥호연) 호연지기 일어나네 招風月(초풍월) 바람과 달을 불러들이고 揖山川(읍산천) 산과 냇물도 끌어들이네 扶藜杖(부려장) 명아주 지팡이 짚고서 送百年(송백년) 한 백년 살고 싶어라
<김경식 번역>
수령 200년이 되었다는 참나무 굵기를 두 팔로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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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변의 무성한 대나무가 눈길을 끄네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그 곳에서 며칠 푸~욱 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 보세요. 마야님! 정자에 올라 시 한 수도 읆어 보시고요.
담양의 정자를 둘러 보셨군요. 뒤로 돌아가면 묘소도 있는데. 면有地 仰有天 亭其中...한때 유행했던 삼행시의 원조 같지 않아요? ㅎㅎ
담양은 면앙정과 같은 정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지요? 그곳에서 서로 다른 집안과 선비들의 인맥이 실타래처럼 엉켜 정치, 문화, 사회사를 낳게 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