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산행기

[김석환]

수락산 산행기

서울건축사 등산동호회의 올해 마지막 산행지인 수락산을 가기 위해 집결지인 장암역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겨울 산행에 나섰다. 근래에는 신통치 않은 일에 치닥거리다 보니 좋아하는 산들을 자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만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다. 요새 기온이 급강하해서 아침 공기가 시렸다. 게다가 산에는 눈이 쌓여 초겨울에 들어서자마자 한겨울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산은 기온이 훨씬 낮기 때문에 겹겹이 옷을 챙겨 입었다.

태릉입구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탔는데 도봉산역까지만 가는 열차여서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렸는데 다음 열차도 역시 그 곳이 종착지여서 한참을 기다려 겨우 다음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 다음의 장암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집을 나설 때는 시간에 여유가 있을 것 같았는데 빠듯하게 되었다. 장암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나서니 일행이 모여 있었다.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다 10시 15분 산행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의정부를 잇는 대로인 동일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다 보니 맞은편에 수락산이 한눈에 펼쳐보였다. 그 곳으로 올라서는 길 좌측 모서리에는 간장게장정식을 하는 식당에서 메뉴를 선전학자 거대한 게 형상을 한 조형물을 세워 놓아서 시선을 자극했다.

동일로를 건너 수락산 등산로에 들어섰다. 등산객이 주로 오가는 곳이어서 길가에 등산매장과 식당들이 연이어 있었다. 길을 가다 김밥을 샀다.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될 만 한 거리라도 산 행시에는 물이나 식량 등을 챙겨가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그 앞쪽으로 가다 보니 주변 모습이 눈에 익어 보였다. 수락산을 찾은 것은 오래전 불수사도 종주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수락산과 인접한 불암산은 두어 번 올랐었는데 이곳에는 발길이 잘 닿지 않았다.

그동안 서울의 다른 산들에 비해 이 산은 자주 오지 못했었다. 처음 이 곳을 찾은 것은 30여 년 전인데, 그 때는 산 자체를 자주 찾지 않을 때라 크고 험하게 만 보이고 그 정상을 오가는 것이 매우 힘겹게 여겨졌었다. 하지만 해발 637m로 그리 높지 않아서 지금으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오르다 보니 좌측에 경기도 기념물 제 41호인 노강서원이 보였다. 복원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개방을 하지 않아서인지 그야말로 기념물처럼 보였다. 그 곳 주소가 의정부시 장암동 산 146-1번지로 되어 있었다.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는 도봉산과 사패산을 잇는 도봉산 역 근처인데 장암역은 의정부 쪽으로 전철로 한정거장 건너에 있다.

노강서원(鷺江書院)은 조선 숙종 15년(1689년)인현왕후 폐출의 부당함을 죽음으로 간언하였던 정재 박태보(朴泰輔, 1654~1689)의 뜻을 기리고, 지방교욱의 장으로 삼기 위하여 숙종 21년에 서울 노량진에 건립한 서원이며, 숙종 23sis에 조윤벽 등의 간청으로 “노강‘이라고 사액 받았다. 영조30년(1754년)에 다시 지었으며, 대원군의 서원철폐 당시 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박태보는 서계 박세당의 둘째 아들로 숙종 3년(1677년) 문과에 장원급제 한 후 관직에 나아간 뒤 숙종 15년 인현오아후 민씨의 폐위를 반대하다가 진도로 유배를 가던 중, 노량진에서 3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숙종 20년에 모든 죄를 사면 받고 그의 충절과 학문이 높게 평가되어 영의정의 벼슬과 문열(文烈)의 시호가 내려졌고,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이 서원이 건립되었다. 노량진 노강서원은 6.25전란으로 소실되어 1969년에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옮기면서 매월당 김시습의 영정을 봉안했던 청절사의 터에 다시 지은 것으로 맞배지붕의 사당과, 동재, 서재가 있다. 앞에는 홍살문과 외삼문이 있다. 외삼문 중앙에는 태극이 그려져 이다.

그 곳을 지나 앞을 바라보니 길에 수락산 석림사 일주문이 세워져 있었다. 등산로가 경내를 지나게 되어 있었다. 앞을 지나며 안쪽을 보니 한글로 쓴 큰법당과 석림사 편액이 걸린 범종루 등이 단출하게 어우러져 보였다. 석림사는 1671년 조선 현종 12년에 석현화상이 석림암으로 창건하였는데 암자의 명칭은 서계 박세당 선생이 지었다.

범종루에서 우측으로 꺾여 다리를 건너 수락산을 향해 계곡 길로 올라섰다. 눈이 쌓인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바위에 쌓인 눈길을 조심조심 걸어 올라가며 설경의 정취를 느꼈다. 가다보니 앞서 온 일행이 잠시 멈춰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시 걸었다. 그 위쪽으로 저만치 산마루가 트여 보였다.

다시 출발해 가다가 뒤돌아보니 맞은편 도봉산 산세가 보였다. 마주 보이는 도봉산 사이에 너른 마들 평야가 형성되어 잇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주변의 황홀한 풍광에 피로를 씻었을 것 같다. 상계하계 월계 등 온통 계곡 이름이다. 지금은 사는 형편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지만 그 지명만으로도 그윽한 정취가 풍겨 난다.

11시 1분 제3쉼터에 도착했다. 거기서 깔딱 고개와 갈림길이 되어 있는데 주봉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했다. 깔딱 고개 쪽으로 가면 정상까지 600m 주붕 쪽으로 가면 900m 로 벌써 정상이 가깝게 느껴졌다.

잠시 쉬다 보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는 날씨가 맑게 나타나 있었는데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다시 앞으로 가다 보니 여러 명의 학생들이 멈춰 쉬고 있었다. 그 중 교사로 보이는 분이 눈이 많이 내리면 상황을 보아서 되돌아가자고 했다.

점차 경사가 급해진 길을 지나 11시 17분 능선에 오르니 그 너머로 의정부 방향이 훤히 바라보였다. 거기서 주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올라갔다. 수락산은 북한산, 도봉산과 마찬가지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바위산은 기가 세다고 한다. 거대한 바위는 큰 기를 뿜어서 그 곳을 지나는 동안 기를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 거꾸로 기를 받기도 한다. 앞쪽에서 두 남녀가 내려오면서 내려가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가다보니 큰 바위로 오르는 철계단이 보였다. 바위에 쌓인 눈이 얼어붙은 곳도 있어서 위험스러웠다. 올라가다 일행을 기다리며 능선에 멈춰서서 정상부 능선을 스케치 했다. 일행들이 미끄럼 길을 올라오고 있어서 손을 잡아 주었다.

스케치를 마치고 뒤따라가서 일행과 함께 12시 8분 정상에 도착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정상 바위 앞에 작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그 곳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그 앞에서 번갈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리 일행도 사진을 찌고 하산을 시작했다.

수락산역을 향해 계곡사이로 내려오는 길을 들어섰다. 전에 불수사도북 종주때 올라왔던 길이다. 그 때는 덕능고개를 지나 오르는 길이 꽤 멀고 정상부가 험하게 느껴졌었는데 오늘은 수월하게 올라온 것 같았다.

12시 12분 좌측으로 조금 내려선 곳으로 내려가 일행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눈발이 날려서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식사를 했다. 김치찌개 컵라면 김밥, 사과 커피 작은 량의 음식 골고루 나눠 먹음 차가운 날씨에 따가운 라면 면발의 맛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막걸리 맛도 좋았다.

12시 27분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부에서 내려오는 길로 접어들어 수락산 역방향으로 가는 길 좌측에 그곳에서 발견된 삵에 관한 표지판에 세워져 있었다. 삵은 살쾡이라고 하는데 멸종위기 동물인데 이 근처에서 배설물이 발견되었다. 일반 집 고양이보다 다소 크며, 털은 점박이 무늬가 있다. 삵의 먹이는 산토끼, 새, 물고기,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좌측 청학골 가는 방향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 산장이 눈 덮인 겨울 산에서 포근한 보금자리처럼 보였다. 거기서 우측 바위에 오르니 앞쪽이 훤히 트여 보였다. 가깝고 먼 암봉이 어우러진 풍경이 특징적으로 다가와 스케치를 했다. 스케치를 하고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길에 하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1시 큰 바위가 마치 처마처럼 들춰진 처마바위에 도착했다. 일행이 모여 있다가 지나가는 여성분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일행이 그 분에게 미인이라고 칭송을 하자 표정이 환하게 살아났다.

수락산역으로 계속 이어진 내리막길을 걸으며. 설경을 만끽하는 산행의 묘미를 느꼈다. 앞쪽 도솔봉에 다른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내려서 우측으로 틀면서 이동했다.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불수사도북 코스와 갈라지는 곳이다. 학림사 갈림길로 가다 보니 길가에 소나무를 설명한 표지가 보였다. 그 길은 수락산 초록숲길로 명명되어 있었다.

솔, 소낭구, 소나무

잎이 두 개이고 언제나 푸르며, 30m 이상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껍질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집니다.

어떤 사람은 용의 비늘을 닮았다고 합니다.

얼마전 여론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45.7%)

수락산에는 제가 살고 있는 면적이 14.5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와 일생을 보냈지요.

때어나면 금줄에 저의 잎을 걸리고

가지와 잎으로 불을 피우고

꽃가루와 어린 순을 먹기도 하고요.

조를 이용해서 여러 기구를 만들어 농사도 짓고,

집도 지어서 살다가

일생을 마감하면 저로 만든 관으로 들어가지요.

조선시대 세종대왕께서는 저를 보호하려고 금산정책을 펼쳤다고 합니다.

봄이 되면 노오란 꽃가루를 뿌리는

저는 소나무입니다.

학림사 갈림길에서 수락산역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이정표를 보고 내려 왔다 다시 올라가서 일행과 함께 앞쪽 길로 걸어갔다. 그 쪽에서 올라온 분이 그 곳은 거리는 가깝지만 경사가 급해 눈길이 위험하다고 했다. 일행과 함께 완만한 눈길을 걸었다. 눈발이 계속내리고 있었다. 12월 중순에 벌써 깊은 한겨울 풍경에 설원의 다른 세상의 느낌도 들었다.

뒤풀이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다. 정병협 회장이 인사말을 한마음 감사 보고 등의 안건으로 정기 총회를 한 다음 올해 가장 많이 참가하신 두 분을 꼽아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추첨을 해서 기념품을 주었다. 기대도 안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 나도 기념품을 받았다. 주변 분들과 술잔을 부딪히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수락산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

(20131214)

[정병협(서울용산)]

수락산 눈 산행
추억이 오래남을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석환]

올해 마지막 정기산행과 총회 치루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길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경희(구로)]

수락산 산행기 잘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갖다온 기분이군요 감사합니다. ^^

[김석환]

겨울 정취가 흠뻑 배어나는 수락산 산행에 동행해서 즐거웠습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길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