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호충북교육감 타계 보궐선거 불가피
김천호(金天鎬·63) 충북도교육감이 20일 오전 4시1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관사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충북도교육청은 “김 교육감이 새벽 취침중 호흡곤란 등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부인이 119에 신고해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모셨으나 이미 운명하신 것으로 진단됐다”며 “사인은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발표했다.
빈소는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흥덕성당 영안실에 마련됐다. 도 교육청은 22일 오전 10시30분 도교육청 강당에서 영결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사인 김 교육감은 1997년 신장염이 악화돼 제자가 기증한 신장을 이식받아 생활해왔다. 타계 전날인 19일 보은 삼산·보덕초, 괴산 송명초, 청주 교동초 등의 학교 체육행사에 참석한 뒤 오후 3시 40분쯤 관사로 돌아왔으며, 20일 제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키로 예정돼 있었다.
평소 차분한 성격으로 매사에 세심했던 김 교육감은 최근 자신의 옥천 모 중학교 방문을 계기로 교장과 갈등을 빚은 이 학교 김모(61) 교감이 자살한 것과 관련해 심하게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도의 물결 이원종 충북지사는 이날 도청 간부회의에서 “김 교육감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큰 지도자로 그 분의 타계는 지역은 물론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라고 애도하고 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애도성명을 통해 “김 교육감은 충북 교육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힘써오신 분”이라며 “고인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이 청주 한벌초등학교 재직당시 발굴해 국가대표를 키워낸 프로축구 포항의 최순호 전 감독은 “많은 스승이 계시지만 선생님하고는 지금껏 끈끈한 사제 관계를 유지했다”며 “너무 슬프고 한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누구인가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김 교육감은 보은 초등학교 때부터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수재였다. ‘공부벌레’이면서도 탁구·배구·테니스·축구 등 구기종목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갖춘 만능스포츠맨이었다.
1962년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교사로 교단에 선 그는 1974년 방송통신대 초등교육과, 1980년 청주대 법학과, 1986년 충남대 교육대학원을 각각 졸업한 뒤 2000년 충남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 형식의 사모곡을 써온 효자였다. 김 교육감은 지난 4개월간 원고지에 매일 편지를 쓴 뒤 컴퓨터에 저장했으며 안방 탁자에는 최근 3~4일간의 편지가 원고지에 적힌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지난 15일자 편지에서는 “저 요즘 힘들거든요. 어머님이 붙들어 주세요”라는 글로 충북 옥천 모 중학교 교감 자살 파문과 관련한 최근의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보궐선거 치뤄야 김 교육감은 청원교육장과 가경초등학교 교장을 거쳐 2002년 보궐선거를 통해 도교육감에 당선됐고, 2003년 재선돼 2007년 12월까지 재임할 예정이었다.
그의 타계로 충북교육청은 2002년에 이어 또 다시 부교육감 직무대행 체제를 맞게 됐고, 잔여임기가 1년보다 많기 때문에 60일 이내 차기 교육감 보궐선거가 불가피해졌다.
조선일보 유태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