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섞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상대방의 근황을 물어보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의 과거에 겪었던 일을 들어보고 공감을 하고 그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잘 되기를 빌어준다. 그리고 나의 생각도 나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말을 섞는다고 한다. 그것은 일종의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남녀의 사랑을 가리키는 다른 말로 몸을 섞는다고 한다. 서로 벌거벗고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말을 섞는 것도 서로 벌거벗은 심정으로 마주하여 생각을 나누는 행위다. 그것은 또 하나의 사랑이다.
말을 섞을 때 우리는 상대방의 영혼을 탐험한다. 우리의 영혼은 그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의 가장 깊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때 우리의 지성과 감성의 정수는 서로 뒤엉켜 하나가 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고 그의 독특함은 나의 그것과 만나 새로운 조화를 이룬다. 거기서 새로운 사상의 씨앗이 발아한다.
이런 사람은 영혼의 벗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남을 통해 우리는 정화되고 교제의 기쁨을 맛본다. 교제(交際)를 헬라어로 코이노니아(koinonia)라고 한다. 헬라어를 처음 배울 때 문법책에 나온 문구가 생각난다:
κοινὰ τὰ τῶν φίλων.
koina ta ton philon.
The property of friends is shared.
찾아보니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것이라고 한다. ‘친구는 모든 것을 공유한다’(For friends, all is shared)는 말이다. 글을 쓰다가 잠시 옛 생각에 사로잡혀 길을 벗어났다가 돌아온다. 30년도 넘은 과거에 그렇게 헬라어를 배우려고 애쓰던 청춘시절, 나는 공대생으로서 그렇게 ‘외도’를 했다.
오늘 나는 이런 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끝>.
참고 자료:
헬라어 문법책(Athenaze)
https://cafe.daum.net/Wellspring/V6bN/5
한블로거도과거를회상하며
전에 배운 문법책에서 몇 과를 정리했다:
http://littlegreeker.blogspot.com/2007/09/chase-and-philips-p-8.html
내가 처음 배운 헬라어 문법책을
누군가 친절하게 번역해 주었다.
https://m.blog.naver.com/mingshey/1401789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