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전설과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Orpheus)는 음악가·시인·예언자이다. 그가 태양신·음악신(音樂神) 아폴론(Apollon)한테 하사받은 현악기 리라(lyra)로써 연주하는 음악은 인간들뿐 아니라 신들마저 감동시켰고 심지어 동물들과 나무들과 바위들마저 모두 도취시켜 춤추게 만들었다고 전설된다.
미국 보스턴 미술관의 관장을 역임한 예술역사학자 아서 페어뱅크스(Arthur Fairbanks, 1864~1944)는 “서양 음악의 아버지로서 숭상되는 오르페우스가 사랑을 담아 연주하는 음악은 심지어 하데스(Hades; 플루토Plouto; 지옥; 지하세계; 저승; 명부冥府; 명계冥界)의 궐문(闕門)을 지키는 살벌한 맹견 케르베로스(Cerberos)마저 감복시킨다”고 썼다.
아랫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 1526~1593)의 1585년작 〈하데스의 궐문(지옥문)을 지키는 사나운 개(맹견); 지옥삼두견(地獄三頭犬; 지옥수문견地獄守門犬) 케르베로스〉이다.
전설 또는 신화 속에서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뤼디케(Eurydice; 에우리디케)를 끔찍이 사랑했다. 에우뤼디케는 원래 숲에 살던 참나무 요정(뉨페; 뉨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폴론과 테살리아(Thessalia) 공주 퀴레네(Cyrene)의 아들 아리스타요스(Aristaios; 아리스타이오스)가 에우뤼디케를 보고 매료되어 쫓아다녔다. 에우뤼디케는 아리스타요스를 피해서 도망다니다가 실수로 밟은 전갈의 독침에 쏘여 (아니면, 독사한테 물려) 끝내 죽고 말았다(하데스로 떠나갔다).
아내를 되찾으려고 하데스로 내려간 오르페우스는 지옥문 앞에서 리라를 연주하여 삼두견 케르베로스를 잠재우고, 막강한 죽음제왕(지옥황제; 명왕冥王) 하데스와 무시무시한 죽음왕후(지옥황후) 페르세포네(Persephone)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면서 아내를 돌려달라고 간청한다. 네덜란드 화가 얀 브뢰걸(Jan Brueghel the Elder, 1568~1625)는 이 장면을 1594년작 유화 〈지하세계(지옥)의 오르페우스(Orpheus in the Underworld)〉에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오르페우스의 연주을 듣고 감동한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에우뤼디케를 돌려보내주며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 조건이란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데리고 지상세계에 도달하기 전에 그를 뒤따르는 아내를 한 번만 돌아봐도 아내와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니나 다를까, 오르페우스는 지상세계에 도달하기 전에 결국 아내를 돌아보고 말았다.
아서 페어뱅크스는 “설령 아내와 영원히 이별해야 할망정 아내를 보고픈 지극한 애심을 억누르지 못한 오르페우스가 끝내 아내를 돌아봐버린 순간, 그가 자신의 심중에서 교차하던 만감(萬感)을 표현해버린 순간,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여태껏 오르페우스의 영웅스러운 지옥행을 주제로 창작한 예술가들이 선택한 절정의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아래 그림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의 영원한 이별장면을 묘사한 듯이 보이는 브리튼 화가 겸 조각가 조지 프레더릭 왓츠(George Frederick Watts, 1817~1904)의 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Orpheus and Eurydic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