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뜨를 떠나기가 왠지 아쉬워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언제 다시 여길 와 볼 수 있을까.
너무나 아름답고 유쾌한 시간들을 뒤로 한 채, 지하철을 타고 퐁네프 역으로 갔다.
개찰구에서 나올 때는 왠지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때문에 어쩔 줄을 몰랐다.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건물들과 아름다운 세느 강변때문에 나는 넋을 잃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구름이 많이 껴도, 바람이 많이 불어도 빠리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누군가, 빠리는 너무 더러워서 실망스러웠다고 했는데 내겐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으니까. 이미 난 빠리의 매력에 빠져버렸으니까.
세느 강변을 따라 내려가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가기 전 샌드위치 가게들과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중 사람이 가장 많은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가니 어떤 걸 고를까 망설이는 내게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 덩?"
"으응?"
그녀가 가리키는 것은 다름아닌 '참치 바게뜨 샌드위치'였다. 그러고보니 농담식으로 누가 프랑스 어로 참치는 '똥'이랬는데.
나는 킥킥 웃으며 3.9유로를 지불하고 커다랗고 긴 참치 바게뜨 샌드위치를 집어들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곧 행복해졌다. 원래 바게뜨를 좋아하긴 했는데, 한국에서 먹는 거랑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빵의 겉표면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했고, 부드러운 흰 빵 부분은 속재료와 적당히 어우러져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파리에 있는 동안 바게뜨 샌드위치를 많이 먹었지만, 한 순간도 지겹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로마에 있는 동안은 그립기까지 했으니까.
내 눈앞에 나타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저 경탄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후와..."
좋은 곳을 보면 함께 감흥을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더니, 멋진 건축물을 보아도 함께 감동을 나눌 사람이 없어
나는 조금 울적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나와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뒤로 의자에 앉아 위대한 스승을 쳐다보듯 혹은 넋이 빠진 듯
황홀하게 성당을 쳐다보고 있으려니까 옆자리에 앉아있던 왠 독일 아저씨가 싱긋 웃으면서 어디서 왔냐, 이름은 뭐냐, 나이는 어떻게 되냐 묻기 시작했다. 그는 내 나이를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며, 자기는 26살이라고 소개를 했다.
(스물 여섯이 뭐냐. 액면가 36살은 훨~ 넘어보였다는...)
그러다 내 카메라를 보더니, 자기는 캐*을 갖고 있다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냐며 사진에 관해 얘길 하다가 오늘 일정을 같이 다니자는 그의 제안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웃으며 손인사를 했더니, 손등에 키스를 해주며 내 여행에 축복을 해주었다.
( 유럽 남자들 사이에서는 동양 여자에 대한 환상같은 게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 나는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을 프랑스 어와 이태리어, 영어, 한국어로 다 들어보았고 귀찮을 정도로 달려드는 외국인들때문에 조금 짜증이 날 정도였다. ) (님하, 짱돌은 잠시 자제효~)
시테섬을 황홀하게 구경하며 퐁피두 센터를 향해 걸어가다 공사 중인 시청 건물 앞 인포에서 한국어로 된 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갈색 곱슬머리 상큼 총각이 웃으며 내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주었고, 하늘은 다시 햇빛이 반짝였다.
안내 지도를 손에 쥔 채 손인사와 그에게 웃어주었고, 퐁피두 센터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퐁피두 센터는 특이한 외형과 현대 미술관 덕분에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하던데, 이거 왠걸. 휴무라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독특한 건물만 보고 있었다. 왼편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광장의 분수에 앉아 있다 마레 지구에나 가봐야겠다 마음을 먹고 일어서는 순간에 나처럼 혼자 여행 온 한국인 여자분이 있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어디서나 만나는 한국 사람은 반갑다. L양과 나는 마레 지구와 사이요 궁을 같이 가기로 했다.
반나절동안 묵혀두었던 한국말이 쏟아져나온 탓일까. 그녀는 내게 무척 활발한 것 같다며 이대로라면 여행을 잘 할 것이라
격려를 해주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고,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마레 지구의 쉴리 저택. 앙리 4세의 대신이었던 쉴리 공작의 르네상스 양식의 저택. 대중들에게 무료로 관람이 제공되고 있다.
현재는 서점과 기획 전시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갑자기 보슬비가 내리더니 결국은 조금씩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L양과 나는 마레 지구를 둘러보는 걸 포기하고
근처 지하철 역으로 뛰어가 퐁피두 센터 근처로 다시 가서 저렴한 스테이크가 감동적이라는 FLUNCH에 갔다.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그저 그랬던 곳.
식사를 마치고 나와 사이요 궁으로 갔다. 역에서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사이요 궁을 두고도 또 헤맨 나.
여기가 설마 사이요 궁일 줄은 정말 몰랐다.
사이요 궁에서 바라본 에펠탑. 과연 왜 여기서 에펠탑의 야경을 보아야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에펠탑 뿐만 아니라 파리 시내의 전망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L양은 숙소 사람들과 바토 무슈를 타기로 해서 나와는 이메일 주소를 교환한 후 헤어졌다.
혼자 타는 유람선도 낭만적이긴 했지만, 왠지 쓸쓸해졌다.
지니언니의 팁대로 바토 무슈를 탔는데, 한국어 방송도 나오고 정말 좋았다. 비만 아니었으면 갑판에서 야경을 즐기는 거였는데.
비때문에 카메라를 넣어두었다가 에펠탑이 보이는 순간, 홀린 듯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빠리의 밤,
여행자들이여. 빠리의 밤은 너무 아름다워서 정신줄을 놓을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로 윗 사진은 정신줄을 놓은 상태에서 찍은 것임. DSLR을 들고 셀카를 찍은 본좌임. ㅋㅋ)
첫댓글 응, 너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여행기이구나.. 짱돌은 나중에 던질께 ㅋㅋ
앗, 살살 던져주세요 ㅋㅋ
짱돌을 바로 집어들었으나 핍언니 댓글을 보고 나도 다시 참앗다 던질께..ㅋㅋ합동공격으로..ㅎㅎ파리 사진 너무 멋지다
ㅠㅠ 언니 살살... 파리는 막 찍어도 넘 잘나오더라구요 ㅎㅎ
'치명적인'이란 단어가 마음에 드네요. 치명적인 매력, 치명적인 중독성..파리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인듯.맨마지막 사진을 보고 외국인들이 들러붙을만 하시네요 말씀드리면 너무 가식적인건가? ㅋㅋ아무튼 치명적인 파리에 어울리시는 미모의 방랑자 분위기 물씬 ~~~
가식적 댓글 완전 원츄! ^^; 파리에 완전 빠져서, 나중엔 떠나기가 싫더라구요. 지금도 너무 그리워요
사진의 하늘과 성당 내부의 모습을 보니 사과나무님의 파리가 느껴지네요. 후드티 입은 사과나무님 모습 반가워요.^^
헤헤. 저만의 파리 맘에 드시나요?
그니깐~ 노틀담 안보고 어딜 몽빠르나스를 갈라고 하니~~ㅡㅡ;; 노틀담...시떼...시청에 마레 뽕삐두...최고의 코스라니깐~~^^ 짱돌은 던지고 싶다만 워낙 자뻑의 일인자가 나인고로...뭐... 그 심정을 충분히 알기에 나도 다소곳이 들었던 돌 내려놓는다~ㅋㅋㅋㅋ 빠리는 정말 매력있는 곳이야...정말 멋있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걸어만 다녀도 좋은곳이야... 담엔 일정 길게 잡고 가면 내가 풀코스로 쫘악 짜주마~~ 다들...파리팁은 부족하나마 저에게 문의하세염~~^^
언니가 가르쳐준 팁들 딴 사람들한테 가르쳐주며 잘난 척 했다는...ㅋㅋ 파리 너무 좋아서 다시 가고싶더라구요
참...저 자유의 여신상 있는 부근이 우리집이었어~~^^ 글고 우리 에펠이 왜 별달았냐~몰랐넹~ㅎㅎㅎ
원래 별이 없었어요? 신기...ㅋㅋ 자유의 여신상 근처였다면 좋은 데인거 같던데..+_+
사과나무님 여행기 재밌어요!~몇년전에 만났을때보다 더 젊어 지신것 같으네요 ^_^
꺅_ 냉면님 땡큐 베리 캄샤~
사과나무님, 충분히 예쁘고 충분히 아름다우세요. 짱돌은 웬? ^^ 읽고 있으려니 참치바게트가 먹고싶어지네요. 저도 바게트와 커피만으로 끼니를 해결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정말 맛있었던 기억입니다. 강남신세계에 같은 재료로 바게트를 판다기에 먹어봤는데 배부른 상태라선지~ ....잘 읽었습니다^^
ㅎㅎ 고마워요 참치 뱌게뜨 인천가는 비행기 놓치고 샤를 드골 공항에서 커피랑 먹었는데 또 감동이었어요. 한국와서 먹었는데 그 맛이 안나더라는... -_-; 공주아닌무수리님 정말 고맙습니다.
나도 참치바게뜨 샌드위치 급땡김!!! (근데 삼십대가 되니 파리고 하와이고 막상 가면 무조건 한국음식만 땡기는 시스템...ㅠㅠ;;;) 파리는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치명적으로 매력적이었다니 너무 부럽다. 난 왜 불호쪽이엇을가...다시 가서 재확인해보고 싶다... 파리에서 남프랑스거쳐 바르셀로나로 가는 루트 빨리 재추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