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네요.
정치철학(or 윤리학?)의 주요 학파들의 주요 논지들을 너무 학문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반인들이 흥미 가질 레벨로, 적절한 사고 실험/실례를 들어가면서 잘 설명해 놓은 것 같습니다. 자기 입장(공동체주의)에도 불구하고, 꽤나 공평하게 서술한 것 같구요. 정치철학(or 윤리학)에 관심이 가는 분들이라든지, 복잡한 거 싫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입문 교재로 써도 나쁘지 않을듯. 괜히 많이 팔린 건 아니구나 싶습니다.
다만,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1장을 2~3번 정도는 읽기를 권장드립니다. 특히, '도덕적 딜레마'의 4페이지와 '철로를 이탈한 열차'의 맨 마지막 1페이지는 꼭이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은 책 전체의 개요 정도에 해당하니 주의해서 읽어두면 좋습니다. 제가 윤리학에 대한 떡밥 던졌을 때에 들었던 오해들은 1장만 제대로 읽어도 다 풀릴 오해들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이 경제학의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일 정도로만 추상적 사고 능력이 있다면, 이 책의 사례들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흔히 이 책에 '문제 제기만 무수하고, 결론이 없다'라고들 하시는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정의'에 대한 담론들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수업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미시경제학이나 사회학 원론 맨 뒤에 결론 장이 없는 것하고 똑같은 겁니다. 그리고, 철학 자체의 특성이나 저자의 공동체주의적 입장(윤리적 타당성은 공동체의 합리적 대화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과도 무관하진 않겠지요. 그 외에는 각 학파의 주요 주장이나 단점 등을 단순히 '생각해보라'를 넘어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직접 쓰든, 예시를 하든) 명시했기 때문에 그다지 모호하게 글을 썼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철학에 어느 정도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굳이 지금 보지 마시고, 심심할 때 보시면 좋을 겁니다. 재밌는 책은 지루할 때 봐야 효율이 극대화되죠.
잡소리 // 많이들 오해하시는 것 같지만, 샌델은 철학과가 아니고 정치학과 교수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실용적으로 씁니다. 사실 책만 봐도 느낌이 옵니다. 각 입장의 논리적 문제 같은 건 안다루었거든요.
첫댓글 아 그리고 어물쩍 넘어가는 듯하게(도덕적으로 중요한 무언가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의문 잠시 접고 몇 챕터 넘어가면 나올 겁니다. 각 학파간 개념, 유사성, 반박 등이 혼재되있는 것을 보기 좋게 챕터구분 한 것이니. 책에서 이상하다거나 부족하다거나 느끼는 부분의 80프로 정도는 다 읽은 후 다시 읽으면 오해임을 깨닫습니다.(일반론) 이 책은 오해를 덜 불러일으키는 류라고 봅니다. 그럼 다시 책읽으러...
옛날에 센델을 엄청 좋아했는데 모든 사고의 판단을 독자에게 맡겨버리는 센델의 무책임함이 요즘은 조금 질리는 느낌....요즘 따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것인가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