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 일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치자꽃은 향기가 짙어서 대면하기도 전에 그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에서 치자꽃은 시인 자신일 수도 있고 혹은 그녀가 알던 어떤 분인지도 모릅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이런 말을 하셨지요. "요즘 우리 수녀회 관구장, 총원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원로수녀님이 노환으로 입원 중이었는데 통증이 심해 호스피스병동으로 이동했다는 말을 들은 이 아침, 그분이 언제 어느 시간에 갑자기 임종할지도 모르는데 요즘 같은 시기엔 출입이 통제되어 있으니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로 작별인사를 할 수조차 없어 슬픔이 밀려옵니다. '먼저 좋은 데 가시거든 저 좋은 자리도 하나 꼭 부탁합니다' '지금 와서 말이지만 옛날에 왜 그리도 저를 엄격하게 대하고 힘들게 하셨어요?' '예비수녀 시절 병원 약제실에서 수녀님 지도하에 약병을 씻고 약봉지를 열심히 싼 덕분에 수도생활에 필요한 끈기를 배웠어요' 하고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올 것 같질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몹시 아프면 사실 인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 인사까지 미루지 말고 순간순간 사랑의 인사를 미리 해두어야 그나마 덜 후회하게 되는 거네'라고 힘없이 혼잣말을 해보곤 했다 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몹시 아파 할 누구에게 눈물 감춘 치자꽃 향기의 인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