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은
장편소설로서 대하 역사소설이다.
1983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89년에 완간하였다.
이 작품은
분단극복의 의미를 적극화하기 위해서
민족사회의 내재적인 모순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소설은 광복 직후의 이념적 혼란에서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사회 내부에 은폐되어 있는 구조적 모순을 규명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데올로기 문제에 내재해 있는 역사적인 모순의 극복없이는
분단극복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이 작품은
분단 극복을 위한 문학적 성과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문학≫, ≪한국문학≫ 연재(1983, 9∼1989, 11)를 거쳐
1989년 전 10권으로 한길사에서 간행되었다가
출판사를 옮겨 1995년 해냄사에서 재간행되었다.
이 작품은
작품집 ≪유형의 땅≫(1982), 장편 <불놀이>(1983) 등을 통해
6·25전쟁과 그로 인한 분단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의 문학적 중간 결산이다.
1980년대 들어
그 동안 한국사회를 엄혹하게 통제해 왔던 반공 이데올로기의 구속력이 약화되면서
6·25전쟁과 그 전후 과정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탐구하여 드러내는 일이 가능해졌는데,
이런 시대상황의 변화가
작가의 오랜 관심과 만나 이 같은 대작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다.
<태백산맥>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여순반란사건이 종결된 직후부터
1948년 12월 빨치산 부대가 율어지역을 해방구로 장악하는 데까지를,
제2부는
여순 사건 이후 약 10개월 뒤까지를,
제3부는
1949년 10월부터 1950년 12월까지 6·25전쟁 발발 전후를,
제4부는
1950년 12월부터 1953년 7월 휴전 협정 직후까지의 시기를
각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순반란사건의 종결에서 휴전협정에 이르기까지,
이후의 한국 현대사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기에 대한 소설적 탐구인 것이다.
이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기본 동인은
좌우갈등이다.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과
토착지주 및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우익 세력 사이의
갈등이
전쟁으로 통치권력의 성격이 수시로 뒤바뀌는 혼돈의 역사 전개를 따라 펼쳐진다.
그 사이에 놓인 민중들과 지식인들은
저마다의 길을 택해 나아가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같은 노선 선택의 양상이
좌우의 갈등과 함께 이 작품을 채우는 중요한 내용의 하나이다.
이처럼 좌우의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노선 선택은
개인적 차원에 속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한데,
토지모순·
민족모순·
분단모순 등
갖가지 모순이 중첩되어 있는 현실과
그것을 해소하고 새로운 역사를 열고자 하는 시대적 지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백산맥>은
저마다 순수한 뜻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던 중심 인물 대부분이
그 뜻의 실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이 시기 역사 전개의 비극성을 증언하고
동시에 그들이 해결코자 했던 과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이후 역사의 과제로 남겨졌음을 강조한다.
소설 <태백산맥>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이다.
<태백산맥>은
한국 전쟁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역사 전개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고자 한 작품이다.
한국 전쟁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해방공간(Haebang Period)을 중심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이런 의도의 소산이다.
한국 소설에 그려진 해방공간은
좌/우의 대립이란 단순 도식으로 추상화되어 있다.
해방공간은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된 왜곡된 역사로서,
그 같은 역사 해석을 뒷받침하는 한갓 소재로서만 문학 작품 속에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싸늘한 적의가 만들어낸 역사의 왜곡,
더 나아가서는, 역사의 무화였던 것이다.
<태백산맥>은
이처럼 무화된 역사를 복원하는 한편,
그것을 딛고 해방공간,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사의 중요 시기를 동적, 총체적 관점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태백산맥>이
단일 주제를 안고 있는 앙상한 단일성의 세계가 아니라
여러 개의 주제가 겹쳐 있는 중층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정래
1943년 전남 승주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
970년 『현대문학』에 소설 「누명」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소설 창작에 전념하면서
한때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하였고,
1984년 종합 문학지인 『한국문학』을 인수하여
1980년대 후반까지 편집을 주간하기도 하였다.
그의 초기소설은
토속적인 공간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청산댁」(1972),
현실의 비리와 삶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는 「폭력교사」(1971),
「비탈진 음지」(1973),
「천동설 시대」(1974),
「이방지대」(1975) 등이 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전쟁과 민족분단의 문제를 소설적 주제로 삼은 그는
「한, 그 그늘의 자리」(1977), 「유형의 땅」(1981), 「인간의 계단」(1982),
「박토의 혼」(1983) 등을 발표하였다.
「유형의 땅」으로
1981년도 현대문학상 소설 부문상을 수상하였고,
소설집 『불놀이』로
1983년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분단의 현실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에는
한국사회에 전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계급적 갈등구조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정과 맞물려 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그가 파악하고 있는 한국전쟁과 분단은
민족의 삶을 왜곡시켜 온 사회구조의 모순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다시 왜곡되면서 해체되는 과정에 해당된다.
이러한 인식은 분
단상황에 대한 정치적인 차원의 논의가 갖는 논리적 허구성을 지적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 작품집으로는
『황토』(1974), 『유형의 땅』(1982), 『불놀이』(1983)가 있고,
대하 장편소설 『태백산맥』(1989)과
『아리랑』(1995), 『인간 연습』(2006), 『한강』(2007)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