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황등행 열차는 20시에 떠나네.(제83회)
"베리 굿! 그런데 그 노래는 너무 애처롭다. 좀 활기 찬 곡 없나?"
"대위 님, 군가만 빼고 신청하십시오. 뽕짝이든, 뭐든...."
"딜라일라(Delilah) 되나?"
"허허허 대위 님 혹시 실연 당 하셨습니까? Delilah를 신청하시게? 허허허" 허너털이었다. 까르르......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 아직 애인이 없었으니까 그런 것은 없다. 다만 조영남의 노래를 좋아 할 뿐이다. 하하하"
"그럼 뽑겠습니다."
I saw the light on the night that I passed by her window
I saw the flickering shadows of love on her blind
She was my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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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응수가 여기까지 나가자 대위를 비롯하여 일행 전체가 따라 불렀다.
"어떤가? 기분들이!?" 노래가 끝나고 대위가 물었다.
"째집니다!" 설응수가 답했다. 까르르... 또 폭소가 터졌다.
"대위 님, 우리가 제일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김영태가 말했다.
"뭔가?"
"우리는 이곳에서 얼마나 교육을 받습니까?"
"3년이다."
"그럼 3년 후엔 제대를 하는 겁니까?"
"아니다. 3년 후엔 병장을 달고 그 계급으로 의무 복무기간 3년을 더한다."
"우와!! 그렇다면 6년!! 6년 동안 군대에서 썩으란 말입니까?" 일행들은 경악했다.
"그 대신 그 6년의 복무기간이 끝나면, 그대들은 사회 어느 곳을 가던지 특별대우를 받는다."
"육사출신들과 같은 동등한 대우입니까?" 손창민이 물었다. 그러나 그 말투엔 비꼼이 있었다.
"그보다 더 특별한 대우가 보장 될 것이다."
"대충 알겠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저 같은 경우 국영방송국이나 국방부 정훈국, 또는 국립영화제작소에 들어가서 국책프로그램이나 연출하라 그거로군요?"
"거기까진 내가 답을 못한다."
"그렇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미술전공인 나도 그런 곳에서 홍보물 포스터나 그리라는 것 아닌가?" 김영태가 손창민을 보며 말했다.
"그것도 내가 답을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곳을 거부하고 그냥 3년짜리 일반 사병으로 가는 것은 가능합니까?"민중태가 물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대들은 이곳을 거부하면 사회로 바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병역미필자로서 그대들의 진로에 법률적 제약을 많이 받게된다."
"그럼 나는, 이곳을 거부하고 밖으로 나가 입산출가나 해야겠습니다." 땡초 유정민이었다.
"그것도 병역 미필자가 가능할까?"
"그러니 죽으나 사나 이곳에 발목을 잡혀 있어라 그거로군요." 민중태의 볼멘 항변이었다.
"민중태, 그대는 법대출신이지!? 그대 같은 경우는 군법무관으로 특별 채용된다. 그 대신 복무기간 내에 사시에 합격하여야 한다. 그 제반 여건조성은 충분하게 제공된다."
"제가 사시에 뜻을 두었다면 벌써 패스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과연 이 나라에 정의의 여신 '디케'같은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관이 과연 존재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고민을 하다 절망을 느끼고 법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절망감이 컸었나!? 구체적으로 말해 봐라."
"지금 이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법부의 판례를 하나 들어 볼까요? '괘씸죄'에 걸린 김 아무거시라는 자를 간첩죄를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라면은 싸고 맛있다.- -경부고속도로는 4차선이다.--남조선의 드라마는 퇴폐적이다.- 따위를 들먹거리며 이 모두가 김 아무거시가 북한의 남파간첩에게 제공한 정보다. 라고 몰아붙인 검사의 공소장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거기에 판사는 그대로 그것을 인정하고 그 김이라는 사람에게 간첩죄를 적용시킨 실례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군법무관 같은 것이 제게 무슨 관심을 갖게 하겠습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