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7,토요漫筆/ 필요악 망상가들 /김용원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내뱉는 말 가운데에는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SNS가 발달하여 일반화되면서 그런 일들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은 큰 실수였다.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중국어나 일본어를 공용하였을 테고, 그러면 정보 영역이 더욱 넓었을 것 아니겠냐가 그 하나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자기 딸이 위안부로 끌려갔더라도 자기는 절대로 위안부를 만든 그자들을 욕하지 않겠다라는 말 끝에 그들을 욕하기 전에 내 자식부터 챙겨 치료받고 위로하기에 힘쓸 것이라는 말이다.
나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말들을 대중 앞에서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원래 호기심이 많고 귀가 얇은 데다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일순 “정말 그럴까?” 동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사이비종교의 교리를 들으면서 자식들은 부모에게는 착취자가 아닌가. 그런데도 사랑하기 때문에 착취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자기 종교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사랑받기 때문에 헌신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 그러고 보니까 그 논리에도 일리는 있네?”하고 대응했던 내가 지나고 나서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나님이 이 우주를 창조하신 지는 7천 몇 년밖에 안 된다는 논리를 펴는 이른바 창조론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대학교수였다. 그는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하나님은 얼마나 전지전능하신지 인간들의 무지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땅속에 지층을 만들어놓고 시조새며 공룡, 조개 따위 화석까지 마련하셨단다. 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한 것처럼 여러 유골을 만들어 세상 여기저기에 묻어두었단다. 따라서 믿음이 적은 자들은 진화론 따위를 믿게 하여 부활과 영생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장치를 하였단다.
그러저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늦게야 나는 그런 요상한 생각을 퍼뜨리는 그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심심할까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상식을 어려운 말로 엮어 놓은 이른바 ‘철학’ 따위 골치아픈 논리놀음만 있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다행히 상식을 뛰어넘는 그런 망상가들이 있음으로써 우리 삶을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있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고마워하자고 나를 가다듬었다.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