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워크 샆에 가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한배달에서 매년 개최하는 개천절 천제 때문에 갈 수가 없네요. 좋은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죄송스런 마음에서, 월간 한배달 11월호에 요약해서 실었던 단편기사 하나 소개합니다. 이런 멋을 살려야 정체성이 회복되지 않을까요?
<맛깔스런 우리 말>
고기 맛보다 이름이 더 고운 "아롱사태"
우리 조상들이 붙인 쇠고기를 비롯한 고기 부위 이름에는 우리말 고유의 순수성, 그리고 아름다움과 운치라는 멋이 더해져 있어 매우 맛깔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갈매기살'이라는 말을 처음 대할 때 바다에 사는 새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고기는 돼지고기의 가로막을 이루는 살이다. 안창고기라고도 불리는 이 이름은 '가로막 살'이 줄어서 된 말이다.
'제비추리'는 제비초리, 즉 제비꼬리라는 의미인 '사람의 뒤꼭지에 뾰족이 내민 머리털'을 일컫는 말에서 온 말인데, 양지머리의 배꼽 아래에 붙은 살코기로서 모양이 '제비초리'와 비슷하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안심' '등심'이라는 말의 '심'은 한자(心)가 아니라 "힘" 또는 근육을 지칭하는 우리말이다. 따라서 안심은 안쪽 힘살, 등심은 등의 힘살을 말한다.
'아롱사태' '뭉치사태'의 '사태'는 두 다리 사이를 뜻하는 '삿(샅)다리'가 줄어든 말이다. 씨름의 샅바가 사타구니에 매는 베를 뜻하듯이…. 그런데 짐승의 경우 사태는 주로 국부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뭉치사태는 '살코기가 뭉쳐있는 국부의 살'이니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아롱'은 아롱다롱, 아롱지다 등에서처럼 '아름다운 무늬'라는 뜻이 내포된 말로서 바로 암소의 그 은밀한 부위를 이르는 말일 것이다.
이러하니 참나무 숯 연기가 밴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그 이름의 내력이 한 맛을 더한다. 특히 아롱사태나 제비추리는 실로 그 고기 맛보다는 고운 이름으로 하여 더 맛깔스러워진다.
(천소영의 《우리말의 속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