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스님의 붓다의 메아리♤
6도 윤회와 제사

「우리들은 4생 6도*를 어여삐 여기라. 왜냐하면 경에 말하기를
‘일체 중생이 모두 친척 된 인연이 있었나니, 혹 서로 부모가 되었고 혹은
스승이 되었으며 내지 형제․자매가 되었으면서도 무명의 그물에 얽혀 서로
알지 못하며,
알지 못하므로 서로를 해롭게 하고, 서로를 해롭게 하므로 원한이 끝이 없다’
하였느니라. 그러니 대중들은 오늘 서로에게 참회를 일으키고 연민히 여길지
니라.」
『자비도량참법』
절집의 1년 행사 가운데, 음력 7월 15일 백중은 대체적으로 큰 의식이다. 『우란분경』에 의하면, 「백중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신통제일 목련존자가 아귀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백중은 백가지의 음식을 차려놓고 스님들께 공양 올린다고 하여 ‘백종百種’이라고도 하며, 또한 중원中元**․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한다. ‘우란분절’***이란 죽은 사람이 사후에 거꾸로 매달려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제를 올리는 날이라고 하여 ‘우란분절’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백중행사가 언제부터인가 절집마다 49일․100일 기도로 확대되고, 천도제라는 의식으로 1년 12달 절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절집마다의 약간의 차이는 있다). 솔직히 가끔 어떤 이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젊은 학승으로서 절에서 지내는 제사나 천도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마다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한다.
“불교의 정법正法으로 따지자면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진리로 하는 종교이므로, 제사 지내는 일이 결코 지향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교의식으로 영가를 천도해주는 것은, 중생 모든 만물의 소중함, 조상에 대한 효 사상에서 비롯되어 영가에게 제사지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라고.......
특히 대승불교가 북방으로 전파되었을 때, 중국에서는 가정윤리 및 황제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불교가 배척하는 사상을 지닌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이해하는 교리를 가지다 보니, 조상에 대한 예의 가운데 하나로 제사지내는 것이 절집에서 당연한 일처럼 행해져 왔던 것 같다. 필자 소견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근 20년 전만 해도 천도 제사나 타태아기에 대한 천도제가 별로 없었는데, 일본불교의 영향으로 부쩍 성행된 것 같다.
불교는 윤회설을 기본으로 가르침이 세워진다. 이 윤회설을 근거로 업, 12연기, 인과법, 소승4과 등의 진리가 설파된다.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을 달래고, 그들을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윤회설에서 발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일전에 윤회의 실화에 대해 ‘사이언스 science’라는 잡지에 실렸다고 하면서, TV 케이블 방송에서 방송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윤회를 믿지 않는 어느 여인이 친정아버지가 경찰신분이었는데, 우연히 가게에서 심장과 폐에 괴한의 총탄을 맞고 죽었다. 그러다 얼마 후 여인은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는 어려서부터 심장과 폐가 좋지 않아 수술을 거듭하는 등 병원신세를 졌다. 이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무렵, 아이가 산만하게 떠들자 엄마는 아이를 야단치며 “얌전히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혼을 낼거다.”라고 했단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예전에 나는 네게 그렇지 않았는데, 너는 나를 엄하게 다루는구나.”라고 하더란다. 또 이 아이는 평소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식만을 좋아하며, 취향이 아버지와 비슷하였다. 또한 예로 스리랑카의 어느 소녀는 어느 날부터 과거 전생의 일을 기억하고 현세의 식구들에게 자주 말하였다. 이에 윤회를 연구하는 어느 심리학자와 함께 소녀는 전생의 자기 집을 찾아가 전생 부모를 만나 서럽게 울었다. 또 전생에 놀았던 장소를 더듬어가고 자기가 물에 빠져 죽은 사실까지 말했다.
물론 이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며,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윤회적 차원에서 굳이 종교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윤회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맨 앞 구절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끝없는 윤회를 거듭하면서 가장 가까운 인연끼리 만난다. 『범망경』에서도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는 동안 6도 중생이 나의 부모와 형제 아님이 없었다.」라고 하였다. 현 나의 부모는 과거 어느 전생의 나의 자식일 수도 있고, 내 자식이 과거 전생의 나의 부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 인간도 과거 어느 생에서부터 인연 지어진 부모, 형제, 친척, 스승, 친구 등 주위의 모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 삶속에서 소중한 인연이라는 점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냄으로써 그 인연에 대해 사랑과 예禮를 다하는 일이다.
‘조상이 꿈에 보여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라던가, ‘어느 조상이 자기를 해코지[害一]한다.’라고 하면서 천도제를 지내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 자녀를 둔 분이라면 생각해보라. 죽어서 자식 잘 못되라고 괴롭히겠는가?, 마찬가지이다. 자기 조상도 절대 자기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정성이 부족함을 한탄하고 그 영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독경을 한다거나 사경寫經을 통해서, 좋은 곳으로 인도해준다는 생각으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
따라서 절집에서 지내는 제사란 이 세상 모든 중생들과 소중한 인연으로 얽혀 있음을 새겨두고, 조상에 대해 효를 강조하는데서 유래되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해마다 제사라는 의식을 통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형성하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인격, 됨됨이를 되새기는 것으로 여겨야 하리라.
주)
* ‘4생 6도’는 4생은 중생의 태어나는 모습과 삶의 현상을 말하며, 6도란 중생 삶의 카테고리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생은 태로 태어나는 태생胎生, 알로 태어나는 난생卵生, 습한 기운에서 생기는 습생濕生, 홀연히 태어나는 화생化生이다. 6도란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계․천상계이다.
** 백중百中이란 음력 7월 15일이 24절기 가운데 가장 중심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원中元은 도가道家에서 나온 말로서 천상의 선관仙官이 1년에 3번 인간의 선악을 살핀다고 하는데 그 때를 원元이라고 한다. 1월 15일이 상원上元, 7월 15일이 중원中元, 10월 15일이 하원下元으로 이를 ‘3원’이라 해서 제를 지내는 세시풍속이 있었다.
*** ‘우란盂蘭’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뜻이고, 분盆은 ‘구제한다, 고통을 여의게 한다’는 뜻이다.
첫댓글 서로가 참회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서운함이 없습니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좋은 말씀입니다....
마음 속에 미안함을 느끼고 대하면
우선 함부로 여기는 맘이 들지 않게 되겠군요 ~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