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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탈북민 통제가 강화되면서 국내외 탈북민 선교계에 비상이 걸렸다. 탈북이 어려워지자 ‘탈북 브로커(중개인)’들이 이 같은 상황을 악용해 최대 6배에 달하는 중개 비용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탈북자 고르기’ 같은 비윤리적 행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선교계에서는 탈북민의 한국행보다 제삼국 등 현지 정착 지원에 방점을 두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29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196명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1000명 넘던 탈북민은 팬데믹이후 최근 2년간 60명대로 줄었다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팬데믹 이슈가 지난 시점인데도 예년 수준의 회복세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북한선교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은 물론 중국 당국의 반간첩법 강화 등에 따른 통제·감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 머물던 탈북민 80%가 체포돼 강제북송됐다. 설상가상으로 탈북 중개인들이나 탈북 유관단체의 횡포가 탈북민의 남한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탈북민 구출 사역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악용해 각종 사기 행위를 벌인다는 것이다. 탈북민 선교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브로커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중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요구하는데 금액은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한다.
브로커들이 마음대로 탈북민을 취사선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민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탈북민만 신경쓰고 그렇지 않은 탈북민은 아예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심지어 탈북 과정에서 노약자, 어린이는 중도에 버리고 와도 된다는 얘기들이 이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탈북민 선교 사역자들은 탈북민의 한국행보다는 ‘선정착 지원’으로의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으로의 탈출만이 능사가 아니며 탈북민들이 제삼국 등에서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북한선교회 노규호 사무총장은 “탈북민 구출 사역은 극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이며 무리하게 추진했다간 자칫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북민 선교의 핵심은 생명 살리기다. 탈북 후 정착한 지역에서 신분을 보장받고 지위를 향상시키고 학교나 의료시설 등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물질적으로 돕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전제되면 추후 한국으로의 이동도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 선교사를 타깃으로 탄압과 추방정책도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선교사들을 대체하는 탈북민 선교의 필요성도 나온다. 최준호 총신대 교수는 “직능별 자비량으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선교’가 필요하다”며 “현지 상주하는 기업체나 개인들이 의지를 갖고 다각적으로 지원하면 선교사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기사원문 : https://www.themiss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