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차 이동장터입니다.
오늘도 기억을 더듬어서 다시 작성해봅니다.
6월 20일경부터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던것 같은데,
비는 오지 않고 지속적인 가뭄이 오고 있습니다.
모든 농민들이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요즘, 무더위만 가득하고 있어 힘듦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비가 간절히 오길 바라며 3주 기록 시작합니다.
9시 25분,
드디어 오늘은 까먹지 않고 초고추장 500g짜리 챙겼습니다.
매번 까먹다가 오늘 갖고가서 가격을 말씀드렸습니다.
"뭐여, 1kg랑 500원 차이 밖에 안나?"
기존에도 말씀은 드렸었지만,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그러면 1kg 사야지~" 하며 1kg를 사십니다.
"아니 혼자 사니깐 1kg 사도 다 먹지도 못하고 냅버린다니깐." 하시는 어르신.
옆에 계신 어르신도
"500원 차이면 남아도 1kg 사야지~ 뭐하러 500g짜리사~" 하십니다.
혼자사시는 어르신들은 식재료 다 쓰기가 참 힘듭니다.
잘 해드시지도 않고, 먹을 일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9시 40분,
"나 설탕좀 바로 갖다 줄 수 있어? 울집에 매실 왔다는데~ 15kg 한포대만 부탁해~"
어르신도 매실 담그려고 하십니다.
다 자녀들 주실려고 양을 많이 하셨겠지요.
옆에 계셨던 전 총무님은
"울집에 갖다 놨지?" 하시며 술 한 박스 결제하십니다.
늘 지나갈 때마다 창고에 술이 떨어질 떄쯤이면 항상 주문해주시고, 장터에서 결제해주십니다.
10시,
멀리서 어르신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집 부엌쪽에 서계신듯 싶었습니다. 오늘따라 뭔가 섬뜩해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어서 내려서 어르신 댁에 가니 다시 안보입니다.
어르신께 혹시 앞에 서계셨는지 여쭤보니,
"아니, 나 좀 전에 내려왔는데~?" 하십니다.
평상시 같으면 어르신께서 나오셔도 마당앞까지 나오셨는데,
그날 따라 서 계신 모습이 뭔가 석연찮았는데 잘못봤나 싶은 생각으로 넘겨봅니다.
어르신은 오늘도 잎새주 한 병 사십니다.
옆집 어르신 계시는지 여쭤보니,
"아마 집에 있는데 안나오고 있을꺼야~" 하십니다.
집에 갈까하다가, 가지 않습니다.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어르신들의 옷이 가볍습니다.
민망할 때가 종종 있어서,
어르신의 정보로 확인하고 넘어갑니다.
10시 20분,
오늘은 회관에서 식사를 하시나봅니다.
회관에 어르신들이 많이 와 계십니다.
뒤에 어르신은 총무님께 주문을 계속 하십니다.
"락스도 없고~ 설탕도 없어~ 식용유도! "
"아 그리고 모기약도 좀 사!"
총무님은 연달아 주문하시기 바쁩니다.
회관에 필요한것들은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꼼꼼하게 체크해서 주문하십니다.
10시 35분,
시정 앞 어르신, 오늘은 칠갑국수와 콩나물 사십니다.
"입맛도 없는데 국시나 삶아 먹어야지~" 하십니다.
밥에 국도 없이 반찬하고 주로 식사하실 어르신들이다보니
여름철엔 밥이 잘 안넘어가십니다.
국을 끓여놔도 금방 쉬어버립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가볍게 콩나물국 끓여서 바로 먹거나,
가볍게 라면, 국수등으로 여름에 주로 드십니다.
시정 뒷집 삼촌은
오늘도 막걸리, 잎새주 그리고 안주로 두부2개삽니다.
10시 50분,
오늘도 요양보호사가 오시는 어르신댁.
"이건 울 할아버지께 아니라, 내꺼에요~ 고등어 한손하고, 계란 한 판 주세요."
요양보호사님들도 오며가며 장터에서 장을 종종 보시곤 합니다.
외부로 많이 다니시다보니 장볼 시간이 안맞을 때도 있습니다.
이동장터 사업은 특정 주민이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장터입니다.
11시,
회관엔 사람이 없어 가려던 찰나 회관 옆 시정에서 어르신이 손짓합니다.
뭐라하는지 잘 안들려서 가보니
"미원~!" 하십니다.
"집에 있는데, 지비 하나 더 갈아주려고 사~" 하시는 어르신.
붙잡고 주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시 10분,
오늘은 어르신이 손짓을 합니다.
늘 가라고 하셨던 어르신.
"두홉짜리 그거 얼마여~?" 누구를 주시려고 하시는듯 싶었습니다.
"저기 회관 아랫집 누군지 알제? 거기 하나 갖다주고 가~"
"거기서 양파주고, 마늘도 주는데 뭐라도 줘야지."
이동네에선 젊은 어르신들이 나이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농산물을 이렇게 잘 나눠주시는듯 싶습니다.
어르신들간 선사 거래는 좋은 관계로 상징되는듯 싶습니다.
11시 15분,
"오늘도 뻥튀기 하나 주쇼~!"
"아? 이거 말고~ 흑미 뻥튀기~! 맛이 달라 달라~"
제가 볼 땐 같은 뻥튀기 같은데 흑미가 적힌것이 더 맛있다고 하십니다.
정확한 수요를 반영해서 다음번엔 흑미뻥튀기로 사와야겠습니다.
11시 20분,
어르신댁 가니 이제 막 밭에서 오십니다.
"아이고 오늘 살게 많은데 잘만났네. 나 음료 한 박스 섞어서 좀 주고, 락스도 하나줘."
"그리고 블루베리 저번에 잘먹었는데, 또 하나 되나? 아니 글쌔 울 동생와서 좋다면서 그걸 다먹어뿌네? 내것도 없어~"
"그리고 라면도 하나주고, 물비누랑 계란도 한판 해줘."
이것저것 다 챙기다가 어르신께 혹시 미역줄거리도 드시는지 갖고가보니,
"이거 좋아~ 소금에 절여놔서 이거 요리해먹으면 맛나지. 오래둬도 괜찮고~ 이것도 하나줘~" 하십니다.
하얗게 일어난것이 뭔가 싶었는데 어르신께서 해먹는 방법도 알려주십니다.
어르신께 이번주 날씨도 알려드리며 강풍에 비소식이 곧 올것 같다고하니,
"오메 비나 올 것이지 뭔 강풍이여 염병하게 시리." 하십니다.
깨를 심었는데, 또 모종들이 다 쓰러질것 같다고 걱정하십니다.
비는 좋으나 바람은 좋지 않습니다. 어르신 농사에 별 피해가 없길 바래봅니다.
11시 40분,
배가 아파서 어르신들께 인사만 드리고 이따 바로오겠다고 다시 출발합니다.
운영자 사정도 잘 봐주시는 어르신들 감사합니다.
13시,
다시 회관가니 어르신들 식사하시고 누워계십니다.
어르신들은 홈키파 초고추장, 다시다, 사이다, 콜라, 커피까지 모두 사십니다.
옆에 계신 어르신은
"기다려봐~~ 생각 좀하게~~" 하시더니
"맞어 나도 홈키파 사야해~" 하시며 같이 주문하십니다.
총무님은
"울집에 좀 가게~ 나 따로 주문할게~" 하십니다.
회관어르신들 물건 모두 드리고 올라기니,
참이슬 2박스, 다시다 하나 주문하십니다.
어르신들, 특히 여자어르신들은 누가보는 앞에서 술을 사는 일이
아직도 부끄러운 일로서 생각이 되나 싶습니다.
몰래몰래 주문하시는 어르신들,
그 마음을 아직 제가 확 공감을하진 못하네요.
13시 40분,
회관에 어르신들이 두분 밖에 안계십니다.
다들 밭에 일이 많으시다고 하시는 어르신.
"나는 울집에 병맥주 하나랑 생강차 하나 갖다놔줘~"
"울 아덜이 금방 먹네." 하십니다.
옆에 계신 어르신은
"울 총무네 알지? 거기 소주나 한박스 줘~" 하십니다.
이곳도 총무님이 마을일을 잘 살펴봐주십니다.
그 덕에 어르신들은 편하게 일보십니다.
14시,
우리 어르신,
오늘은 모기약과 콩나물 사십니다.
"어휴, 모기가 아주 난리여 난리."
얼마나 심하면 오늘은 집이 아니라, 집 밖 그늘서 차를 기다리셨을까요.
어르신은 고맙다며 오늘도 많이 팔라고 기원해주십니다.
14시 15분,
길가서 기다리는 어르신.
어르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늘 짠합니다.
경사진 아스팔트길가서 차량을 기다리는 모습, 굽어진 허리.
언넝 갑니다.
"아이스크림 있지? 그거 만원어치하고, 계란 한판하고, 라면 매운놈 하나줘."
계란값이 만원이 넘어가니,
"아니 뭔놈의 계란이 만원을 넘어?" 하시며
"어이구 이제 무서워서 계란도 못사먹겠네" 하십니다.
계란을 구입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만원이었는데, 10500원이 되다보니
그 충격이 큽니다.
가격을 더 낮춰보고 싶은데, 매입가가 너무 높아 어쩔수 없음을 이야기하며 갑니다.
14시 50분,
"오늘은 콩나물 있어요~?" 하시는 부녀회장님.
콩나물 2개 먼저 사십니다.
그리고 베이킹 소다를 많이 사셨던 어머님은
"울집에 3개랑, 막걸리도 3개 놔줘요~" 하십니다.
어머님은 밭에 약할 때 아주 좋다며 유튜브 보고 배운다고 하십니다.
여러 방법들이 나오는 유튜브,
"아니 그래도, 각자 자기 스타일 방법대로 해야지, 그냥 따라했다간 클나~" 하시는 회장님.
우리나라 농사방법을 하나로 다 모아본다면, 아마 수천 수만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같은 고추농사라도, 약을 어떻게하느냐, 비료는 또 어떻게 하는지,
저마다 개인의 방법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 암묵지를 모으는것도 상당하겠다 싶습니다.
15시 15분,
오늘도 회관에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카스 어르신은 오늘은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를 사십니다.
담주 프로그램 꼭 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지난번엔 몸이 좋지 않아 그러셨는데,
"내가 요즘 잠을 통 못자느데.. 노력해볼께요." 하십니다.
어르신은 항상 몸에 영이 들어있다고 하십니다.
"'영' 이놈이 날 아주 못살게 굴어~" 하시는 말씀을
아주 진지하게 하십니다.
정말 '영' 이라는 존재가 있는걸까요. 심리적인 문제인걸까요.
어르신과 대화하면서도 늘 의아해하곤합니다.
15시 35분,
잠시 기다리니 어르신 나옵니다.
"울 손주들 또 온다는데 아이스크림 맛난거좀 줘봐요."
붕어싸만코와 메로나 건네드립니다.
그리곤 두부도 3모 사시는 어르신.
지난번 과자는 별 인기가 없었나봅니다.
빼빼로 초코과자를 갖고와야하는데, 초코 과자가 다 녹아버려서 장터 차에서는 참 어렵습니다.
초코과자를 갖고다닐 방법도 한 번 더 고민해봅니다.
어르신 댁 옆 저수지를 지나가니
확실히 비가 안옴을 느낍니다.
땅이 보이지 않을 저수지가 땅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어서 가뭄이 해결되길 바랍니다.
15시 45분,
"울 마을에 암도 없어~~ 다들 바빠~ 언넝 콩나물이나 하나 줘." 하시는 어르신.
"그리고 이거 갖고가서 먹어~~ "하며 오이, 살구 주십니다.
문화프로그램 활동 이후 매우 가까워진 마을입니다.
어르신께는 마을에서 외상하신 어르신 소식을 여쭤보니,
"그양반 이제 이사가고 없는데, 어찌 해줬대~" 하십니다.
다른 마을 어르신의 동생분이긴한데,
수소만 해야겠다 싶습니다.
16시,
장터차량 올라가는길, 차 길을 막고 있습니다.
대나무 작업을 하시는데, 기다려보니 어르신이 차를 빼주십니다.
불안하게 빼시지만.. 그래도 잘 빼주셨습니다.
그러곤 잠시 뒤 마을 총무님도 오십니다.
양파있냐고 여쭤보는 총무님.
사실 동네서 매입을 실수해서 잘못샀다고 말씀드리니,
"아니 어쩌려고 그렇게 샀어~" 하십니다.
그래서 홍보시점과 가격이 나오는 시점이 달라,
제가 제시한 가격으로 더 비싸게 샀다고 말씀드리니,
"아휴.. 울 동광씨 살려줘야지~ 회관하고 나하고 1망씩 줘~" 하십니다.
농협에서는 20키로 11,000원에 사시는것, 저는 16,000원에 매입했으니 엄청난 손해입니다.
그럼에도 해당 농가와는 지속적으로 거래를 할 것이라,
농가분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판매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10망밖에 사지 않아 지금은 2망만 남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에서 회관에 쓰신다며 추가로 더 연락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집에 갖다 놓으러갑니다.
어르신댁에가니 어르신은 마당에 닭을 풀어놓고 키우십니다.
가까이가도 도망가지 않는 닭.
참 너른곳에 자유롭게 크는 닭이 참 복 받았다 싶습니다.
마지막 마을 총무님 덕분에
양파의 부담을 조금 덜고 장터도 마무리해봅니다.
다음주면 벌써 6월 마지막주입니다.
그래도 작년대비 매출이 더 오르고 있긴하지만
누적 이용인원이 줄고 있습니다.
질병과 요양원 사망 등이 주요 이슈입니다.
소멸과 관련된 이유이지만, 그럴수록 더 젊은 분들의 이용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과
마을 회관 부식비 활성화 전략을 더 깊이 고민해봅니다.
어쩔수 없는 면 지역의 현실,
무리하지 않게 지속해서 이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