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꿈 같은 약속이 든 마법의 상자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말은 사뭇 낭만적이다.
소싯적 구겨진 지전이 용케도 숨었던 할매의 고쟁이 속과 같이
마냥 신기한 바다의 땅이라면 그 말이 과연 옳다.
바닷물로 씻고 바닷바람으로 말린 청춘의 고뇌가
곳곳 화석으로 피어난 도시.
왁자한 어물전 아지매의 억센 손마디와
일필휘지 화가의 섬려한 손마디가 거침없이 닿아 있는 도시.
찾을 적 마다 도시의 구석구석 찰진 걸음을 옮겨왔다.
그곳이 그곳임에도 늘 감탄하고야 마는 걸음이었다.
그곳이 그곳임에도 분명 바람이 달랐고
하늘빛이 달랐으며 내 마음이 달랐던 셈이다.
근자 통영에도 원래의 길을 무슨무슨 스토리로 정성껏 치장하고 있단다.
마침 그 소식을 접했으니 이것이야말로 횡재.
<토영 이야~길>이란다.
사투리를 더한 이름됨도 매착없다.
설레는 마음으로 미리 걷는다.
이곳에서 출발, 이곳을 돌아 회귀.
얼마나 걸릴까. 조망은 좋을까.
물은 한 통 챙겨야겠지.
그곳으로 간다.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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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뭄은 묘한 쾌감이다.
생애도록 여유를 좇지만 어느날에나 이룰까.
이무렇게나 누워 동분서주의 바람도 모르는 체,
책장 넘기는 소리에 집중하는 여행은 호사.
성게미역국과 게무침의 조찬을 마다할텐가.
장인 어른께 반주 한잔 올리는 도리를 모른다 할텐가.
꿈 속을 유영하기로 두어 시간이면 족한 것.
이른 아침 짬을 내어 통영의 해안길인 삼칭이길을 걷기로 한다.
잦은 구름에 섬너울이 회빛이다.
금빛 찬란한 외줄 파문은 최선의 저항.
저 배도 꿈꾸는가.
탯줄 끊어 기어이 대해로 나아갈 꿈.
중년의 사내, 기어이 소년이 된다.
소용도 모른 체 연신 바위를 들춘다.
변변한 도구도 없다.
그저 그 마음이 이 마음인 여명의 기운을 탓해야 한다.
토영 이야~길의 한 곳인 삼칭이길.
마리나 리조트에서 수륙마을을 거쳐
해안의 끝까지 걸었다가 숲 좋은 종현산을 걸어 회귀할 것이다.
등대낚시공원.
뾰족 솟은 고동산이 곱다.
해안길의 할아버지와 손자.
인생.
아름다운 해안.
반성의 호소가 애닯다.
여하간 몫은 현재진행형이다.
반성하라니 반성하지만 후회는 속절없는 것.
명징한 메시지가 되려 미덥다.
개발과 보존의 간극은
모른 체 할 바 아니요 무시할 바는 더욱 아니니 말이다.
담양의 관방제림이 남긴 지혜를 기억해야 하되
원형의 강변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여튼 잃어버린 해안은 서럽지만
교훈 삼아 지구에게 미안할줄 아는 것이 오늘 우리의 정답 즈음.
영운마을 뒤로 미륵산.
그리 마음 불편하니 저 산의 구조물도 미간을 지푸린다.
수륙마을 전의 모래해변의 상실은 또 어쩌란 밀이냐.
종현산의 초입.
저 길 걸으면 이내 잊혀질까
세상사 아웅다웅이 부질 없다 여겨질까.
바다와 산이 평화롭다.
콘크리트로 둘을 갈라 놓은 인간의 탐욕 앞에서도 그저 평화다.
길.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 그랬다.
길은 인간이 남긴 가장 겸손한 자취,라고.
저 가장 겸손한 자취면 충분한 것임을
차츰 알아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물론 오늘에도 알지 못하는 사이 자살하고 있는,
정도 이상의 개발의 논리가 여전한 것은 어쩔 도리 없다.
뗏마에 홀로 서서 세월 낚고 있는
강태공의 진력이 살아내는 법일 뿐.
오미사꿀빵집이 확장이전을 한 모양이다.
아들의 수완이 더해진 빵집, 아부지의 역사를 존중하는 토대위에 한결 번성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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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칭이길을 걸었다.
좋은 길을 걸었다.
너무 빨리 걸으면 정신이 몸을 쫓아올 수 없다,하였으니
그냥 내치는 대로 걸었을 뿐 속정을 나누진 못한 듯도 싶다.
그래도 부족한 서생이 불만만 많아 이건 어떻고 저건 저렇고를 따질 뿐,
매사 그저 감사하고 감사해야 하는 것임을 요만치 느겼던 것은 사실이다.
원래도 있던 길이라 하나 걷는 내내
그에 이름을 주어 불러주고 흔하게 매만져주는 이들이 고마웠던 것이다.
결국은 마음.
내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여기면 나는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 것.
회상하니 바다가 전한, 숲길이 전한
그 무언의 가르침이 과연 무겁구나.
이상 행복팍팍 사랑팍팍 팬다
첫댓글 바쁜 체 했던 5월도 지나고 어언 6월이네요. 연휴라 통영 다녀갔습니다. 내내 가족 함께 하는 중에 일욜 이른 아침에 짬을 내어 새로 이름 얻은 통영의 토영 이야~길의 한 곳 걸었습니다. 참말 행복했기로 정보나 될까 나눕니다.
오랫만입니다 팬다님~
연이틀 통영시내를 걸었습니다 여고졸업후 처음으로 시내뒷골목을 아들넘하고 걷고..내겉모습은 변했을지라도 마음은 똑같은데.. 그길의 한켠에는 추억도 있었지만 어쩐지 내것이 아닌것같은 생경감..오래된 레코드가게는 기억속에도 있었던지..아..저..책방.세수한얼굴로 변했고..저..금은방은 그대로네..우체국은 여전한 자리에..음악다방은 없어지고..혹시나 여고동창 얼굴 볼수있을까 열심히 찾아해매이었습니다..^^
연휴의 엄청난 인파..달맞이공원의 일몰을 찾아갔다가 차에 막혀 숨쉬기도 힘든 고향..충무..너무 먼세월을 지나쳤을까요..내자리가 없더군요.. 저도 삼칭이길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그리 추억찾기를 하는 마음이 감사한 거겠죠^^ 그것도 건장한 아드님과... 모두가 후우린노오또님의 자리이며 고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다님~~오랜만에 글로 뵙습니다 ^^
저도 참 통영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데
그 이유는 다들 제각각이겠지요?
저는 통영 중앙시장을 지키는 형님, 동생들과
물보라다찌때문에
통영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ㅋ
그러시군요^^ 물보라다찌... 꼭 한번 들러야겠네요. 작열하는 태양 만큼이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연애하시고요!!!
헉 지나가면서 물보라다찌 보았습니다 ~~ ^^
전 마나님 고향이라... 사랑해야 합니다. 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작아서 더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아요. 조금은 분주하고 조금은 소박한 것이 정겨운...^^
제게 통영은 가도 가도 또 가고 싶고,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진정 좋아하는 곳이랍니다~~ ^^
통영을 멋지게 표현 해 주셨네요~ ^^ 첫번째 사진처럼 찍으려면 어떻게 찍는 것인지 팬다님께 정말 꼬옥 배우고 싶어요~ ^^
고향이신가요^^ 제게도 이젠 제2의 고향이 된 곳이지요. 글고 사진은 똑딱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ㅠ.ㅠ
와~ 똑딱이 사진기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담아 낼 수 있는 처음 알았어요~ 와우~ 정말 대단하세요~ *^^*
팬다님께서 진정 고수시군요~ ^^
통영은 고향은 아니지만 여행이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제게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요~ ^^*
아름다운 통영의 참모습을 담으셨네요.통영에가고싶어집니다....^^
한가할 적에 한번 다녀가세요. 내딛는 한발 한발이 문화요 예술인 곳입니다^^
오랫만에 팬다님 글을 뵙네요.^^
너무 빨리 걸으면 정신이 몸을 쫓아올 수 없다.
를 세기며 이번주말엔 혼자 걸어보고 싶습니다.
예^^ 요새 좀 바쁜 체 하느라 몸이 게을러지네요~~~ 행복한 여름 맞으세요~~~
아~~~ 오랜만에 팬다님 글읽으니까 너무 좋아요~~~
별 것 아닌 것에... 고맙구요 행복한 여름맞이 하세요^^
굿윌님~~너무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요새 통 안보여주시네요. ㅋ 어디서 빡센 산행만 하시는지...
팬다님의 서정적 후기를 부산산악문화전시관에 전시하려합니다. 넒은 혜량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