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보다 먼저 다가오는 사랑
"당신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 옛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내게 들려주었던 그 한마디는 먼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내 가슴속에 가장 아름답고 고운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보, 나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 대답을 이제야 하게 되는군요.
음력 섣달 스무여드레. 오늘은 당신의 일흔아홉 번째 생일입니다. 당신의 곁을 지키면서도 늘 고마움만 받아 챙겼을 뿐, 제대로 된 생일상 한 번 차려주지 못한 채 세월을 흘려보냈습니다. 나 역시 어느덧 팔십 대 중반의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당신에게 진 마음의 빚이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돌아보면 나 역시 육순 회갑은 물론, 칠순과 팔순마저도 날짜를 잊은 것처럼, 무심히 지나쳐 버렸습니다. 소중했던 그날들을 아무 일도 아닌 듯 흘려보낸 지난날을 생각하면, 야속한 세월 앞에 억장이 무너지고 멍하니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착한 마음보다 미움이 먼저 앞서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서운함에 나 자신도 미워지고, 괜스레 가족까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미움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언제나 당신을 향한 안타까움과 애달픔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압니다.
요즘 들어 당신의 몸을 보면 너무 허약해져서 걸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안타깝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져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질 듯한 당신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옆에서 당신의 허리를 꼭 잡고 일으켜 주지만, 당신 몰래 돌아서서 글썽이는 눈물을 감추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곁에 없을 때는 홀로 벽을 짚고 겨우 일어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저려오는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서면 아무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여보, 정말 미안합니다. 이제는 꼭 당신 곁에만 머물며 그 따뜻한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당신을 좋아하면서도,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오늘만큼은......" 내 온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 고백합니다.
“여보, 내 말 믿지요?” 또, 한 가지 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천사입니다. 우리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삶의 마지막 날까지 두 손 꼭 잡은 채 오래도록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