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선사의 無依道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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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11.15 00:00
호수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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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종은 마조선사 이후부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모든 진리와 가치가 있다는 정신으로 반성과 새로운 인간상의 탐구에 집중됐다. 당 중기부터 시작되어 송대에서는 선종만이 아니라 문학과 철학계에도 인간의 근원적인 이상 추구와 본질적인 인간성 탐구에 집중되었다. 이는 중국의 종교, 문화의 정신혁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신문화를 리더한 자가 임제선사와 같은 시대인 한유(768~824), 이고(?~845?) 등이며, 명대의 왕양명(1472~1529)을 비롯한 근세 유자(儒者)들이 문제로 삼은 것도 성인이 되는 도의 탐구였다.
〈임제록〉에는 이런 말이 있다. “그대들은 무엇을 구한다는 말인가? 그대들은 어디에도 의지할 것이 없다. 확실히 분명히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부족한데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조사(祖師)와 부처와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이처럼 생각하여 의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대들의 지금의 마음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살아있는 조사라고 한다. 평소의 마음이 바로 조사이며 참된 부처이며 이는 인간의 본질이다. 그대들은 어디에도 의지함이 없는 진리의 체현(體現)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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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선사(?~866)는 사람은 모두 ‘무의(無依)의 도인’이라고 했다. 선사의 주장은 현실을 떠나 따로 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도인은 바로 현실에서 자유로운 주체임과 동시에 모든 내외의 조건을 거부하고 더욱 더 엄하게 살아가는 자라고 한다. 선사가 말하는 조불(祖佛)은 사적(私的)이면서도 주체적인 인간의 가치를 본질로 한다. 이처럼 이상적인 인격을 갖춘 성인을 곧 바로 현재의 제자들에게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 임제의 선이다.
선사의 불교의 자리는 어디까지나 벌거벗은 인간의 가치를 전체로서 긍정하는데 있다. 선사는 활발발지(活發發地)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 말은 물고기가 연못에서 노는 형태이며 연이 놓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자연의 생명의 약동을 뜻한다. 또한 이 말은 살아있는 것에는 불성이 있다든가, 눈에 보이는 초목이나 자연에 모든 신의 소리가 있다는 범신논적인 생각과는 아주 다른 것이며 모든 가치를 결국 현재, 지금에 두는 태도이다. 선사가 ‘활발발지’라는 말을 사용하여 표현하려는 것은, 그 움직임이 다만 시간적으로 빠르다든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행동사이에 분열이 없고 결정된 형식이나 법칙성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새로운 인간관에서 나타난 말이다. 종밀스님(778~841)이 선사를 포함한 마조선사의 그룹을 ‘인간의 본질에 선’이라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평소 마음이 조사이자 참된 부처”
한국 선맥 형성에도 큰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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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본격적인 선사상의 전개는 이같이 새로운 인간주의의 선언과 함께 시작된다. 임제선사의 선은 일상적인 잡다한 세계가운데서 각자의 개성을 밝히고 인간성의 진실을 발휘하는데 있었다. 당 중기에서 오대(五代)에 걸쳐 전국적인 사회동란은 이 같은 성격을 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개성이 풍부한 선자가 무수히 배출되고, 선종(禪宗)의 오가(五家)나 칠종(七宗)이라고 부르는 선자들은 이러한 기백의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대표자였다.
임제선사의 선은 당시 중국 북쪽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이들을 임제종이라고 하며 선사의 종지는 선종의 마지막까지 계승되어, 한국의 선맥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불교신문 2279호/ 11월18일자]되기도 하였다. 개성이 풍부한 선자가 무수히 배출되고, 선종(禪宗)의 오가(五家)나 칠종(七宗)이라고 부르는 선자들은 이러한 기백의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대표자였다.
임제선사의 선은 당시 중국 북쪽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이들을 임제종이라고 하며 선사의 종지는 선종의 마지막까지 계승되어, 한국의 선맥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불교신문 2279호/ 11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