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의 생각을 따라잡으려면 뛰어넘어야할 장벽이 있다. 가장 넘기 어려운 장벽은 時空間이다. 그 외에도 열, 중력, 대칭, 無, 양자물리학이 있다. 時空間은 철학, 종교, 命理를 관통하는 핵심이며 열, 중력, 대칭, 無, 양자물리와의 연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道德經을 해석하면서 왜 이런 골치 아픈 단어들을 언급하는지 황당할 수도 있지만, 그 내용들이 모두 도덕경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 양자물리학 – 근원적 움직임과 변화
우주, 자연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양자물리학이다. 레벤후크(Antonie van Leeuwenhoek, 네덜란드 과학자)가 현미경으로 미생물의 세계를 발견했지만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것이 양자세계다. 양자 구조는 원자핵과 전자로 극히 간단하지만, 그 움직임과 변화의 특징이 너무도 독특하다. 파인만(Richard Feynman, 미국 물리학자)은 이런 움직임을 이해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말한다.
양자 세계에서 보여주는 현상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 멋대로 행동한다. 원자핵과 전자사이의 거리는 엄청나게 멀고, 중간에 텅 빈공간이 있다. 70억 인구의 진공을 다 빼면 사과 한 톨 만한 크기가 되는 이유다. 이 구조는 결과적으로 道德經에 언급되는 無(무), 虛(허), 空(공), 波動(파동), 時空間(시공간), 沖(충), 反(반), 復(복) 등의 개념들과 연결된다.
원자의 움직임에서 무엇을 배우는 것인가? 원자의 뚜렷한 특징은 불확정성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동시다발성이다. 입자에서 파동으로 파동에서 입자로 빛처럼 마음대로 요동친다. 관찰하면 입자로,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변한다. 원자내부에서 빅뱅이 계속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가 여전히 팽창하는 이유는 원자의 접촉면이 많아지면서 충돌하기 때문이리라. 조금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道德經에서도 양자물리학을 설명하는 章이 꽤 있다. 5章에서 원자의 움직임을 풀무(橐籥)로 비유한다. 계속 팽창하며 어디로 튈지 모른다. 23章에서도 그 이치를 표현했다.
사실 양자물리학에서 배울 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가장 작은 단위의 세계에서도 움직임과 변화를 본성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道德經에서 양자물리학을 언급하는 이유다. 우리는 움직임과 변화를 본성으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따라서 원자나 인간이나 움직임의 속성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 인간도 원자의 특징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나의 정체를 규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원자의 불확정적인 움직임 때문이리라. 老子는 25章에서 有物混成(유물혼성) 先天地生(선천지생)이라는 표현으로 원자의 움직임을 묘사하면서 불확정성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속성을 물려받은 인간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하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다. “나는 왜 한시도 멈추지 않고 변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원자의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움직임의 다른 표현은 변화다. 세상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가 끊임없이 변하기에 우주 어디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움직이고 변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만드는 원인과 이유는 무엇일까? 물리학도 이런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진공은 텅 비어있지 않고, 에너지, 입자, 장(field)등으로 들끓고 있다. 즉, 진공에서 전자와 양전자(반전자)와 같은 가상 입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를 “양자요동”이라 한다. 우주의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주 속의 은하, 별, 행성, 그리고 인간은 태초에 있었던 이런 양자요동에서 탄생했다. 《빅뱅 이전의 우주 : 보이드》 프랭크 클로우스 지음❘이 충환 옮김
無라고 생각했던 원자는 결코 텅 비어 있지 않다. 핵은 원자 내부에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강력한 전기장의 원천인데 이 사실은 1906년에 레더퍼드(Ernest Rutherford, 영국 핵물리학자)가 발견했다. 현대에 와서야 우리는 원자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양자물리학과 道德經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고 넘어가자.
4章 道沖而用之 或不盈(도충이용지 혹불영)
道는 沖 작용으로 가득차지 않고 계속 팽창한다.
6章 綿綿若存(면면약존)
면면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회오리친다.
14章 混而爲一 繩繩不可名(혼이위일 승승불가명)
섞여 하나로 엉키고 이어져 정체를 규정할 수 없다.
25章 有物混成 周行不殆(유물혼성 주행불태)
섞여서 이루어진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56章 挫其銳 解其粉 和其光 同其塵(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마구 섞여서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다.
5章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풀무처럼 계속 팽창하는 듯하구나. 비어있으나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 드러난다.
모든 설명들은 원자의 불확정성과 팽창하는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