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며, 인생에서 해보고 싶어 하는
희망목록(버킷리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유도사는 40대 초반에 알게 되어 뜨거운 마음
속에 꿈의 씨앗을 심었다. 시간을 내어 훈련 한다는 생각으로 근교 산들을 다니며, 씨앗을
틔우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밥벌이와 세상살이 와류에 휩쓸려 살다 보니,
속절없이 세월이 흘러 어르신으로 불리고 있었다.
은퇴 하여 희망목록 하나씩 실행 하면서 백두대간 종주는 삭제하였다. 대신 가보고 싶었으나
못가본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 등지의 멀고 큰 산을 '일일 일산' 목표로, 무더운 여름철
30개 산을 28일 동안 매일 오르내렸다. 그렇게 백두대간 종주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하였다.
올해 봄, 매주 가던 동네 뒷산 물금 '오봉산'에서 우연히 등산객과의 이야기 중에 '낙동산악회'를
알게 되었다. 그 다음 주 산행에서 엄청난 포스의 산꾼을 만났는데, 자신감 없는 나를 격려해 주길래
생전 처음으로 산악회에 가입하였다.
당장 따라 나서고 싶었지만 선약된 칠순 잔치 때문에 보름 후 선달산 코스부터 참석하였다.
밤중에 집을 나서는 일은 평생 몇 번 없는 사건이었다. 꼭두새벽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불빛에 의지 하여
앞사람을 바라 보고 오르막 내리막 산길을 따라갔다. 처음에는 신나서 선행대장 뒤에 바짝 붙어 다녔으나
잠을 못자서인지 기운이 빠져 뒤쳐졌다. 먼동이 트고 해가 솟으니 활기가 생겼다.
거리 약 12 키로, 12 시간 가량 걸으면서, 내가 미쳤나? 싶었고 회원들 모두 산에 미친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장거리 산행은 오래 전 경험이라 무리가 왔다. 목, 어깨가 뻐근하기 시작하더니 허리, 옆구리도 아픈 듯 했다.
엉치,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목, 발바닥까지 욱씬거려 물파스를 뿌려도 잠시 뿐이었다. 복숭씨까지 아프다.
산행 후 목욕을 하니 피로감이 사라졌다. 맛있는 식사와 술 한모금에 새 몸이 된 것 같았고, 해냈다는 자긍심이
뭉게구름 처럼 내가슴에 가득 피어났다. 다음 산행 지리종주 신청했고 공룡능선,설악 대청봉---- 계속되는
일정 참가에 무리했는지 좋지 않은 몸상태로 몽골트래킹을 가게 되었다. 더 나쁜 상태로 귀국해서 수액을 맞으며
사흘 뒤 산행을 대비했으나, 구룡령 산행 후 독감, 부비동염으로 고생하였다. 열흘 정도 치료한 덕분에 몸이 좋아져
오봉산을 연거푸 갔다가, 실수로 넘어져 갈비뼈 두 대 부러지고 기흉까지 생겨 대학병원 입원 하였다.
두 달 가량 회복기를 거치며 든 생각은 700번 넘게 다닌 산에서 사고가 난 것은, 앞으로 20기 종주에 대비해서
근신 하며 행동하라고 일깨워 준 것같았다.
2025년 10월 19일. 낙동산악회 20기 백두대간 종주 첫 구간 산행일이다. 또한 유도사와 묘선아씨 결혼 44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의미심장한 날임이 분명하다. 아내와 기념 하는 시간을 미루고, 산을 선택한 내 마음은
운명적인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같은 설레임의 발로였다.
이제는 전생에서 수없이 많은 옷깃을 스친, 19기, 19,5기, 앞서 맺은 인연과 20기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세월을 즐겁게 보내며 살아 갈 것이다.
끝으로 1코스 산행기를 간단히 남긴다.
성삼재~고리봉~만복대~정령치~고리봉~노치샘~수정봉~여원재
거리 약 21 키로미터, 소요시간 8시간 가량.
성삼재 입구에서 기념 촬영 후 10 시경 등산 시작하였다.
산신령께 인사하며 무사안전 산행기원 하는 나만의 의식을, 입구가 복잡해서 조금 더 올라 헬기장에서 하였다.
사방에 삼배씩 절하고 막걸리를 뿌렸다. 음복주는 나와 청포도님이 마셨다.
만복대 도착하니 사진 찍고자 대기중인 사람이 너무 많아 대충 한 컷 하고 조금 아래 공터에서 무쏘꿈님 비롯
여럿이 점심을 먹었다.
노치샘 약수를 한바가지 마시고, 아내에게 맛보일려고 수통 가득 담았다.
산길은 질퍽한 곳도 있었지만 폭신하여 걷기가 좋았다.
정수리에 샘이 있는지 땀이 엄청 났다. 마음에 조금 걸린다.
여느 산행처럼 염불 하다가, 주식 생각, 잡생각 하다가, 발자욱 세다가 걸었다.
도착하니 6시 몇 분 전이었다.
추신;; 청보리 보살님의 "" 할!!!" 방망이에 후다닥 산행기 적습니다..
첫댓글 백두대간 열정에 그저 놀랍습니다
갈망하고 꿈처럼 가슴에 품고 사셨네요~
다박 따박 적으신 일기같은 솔직하고 진솔한 얘기에 뭉클하고 찡 하네요
다치지 않았음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말씀대로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시면 반듯이 해 내시리라 생각합니다
처음이라 하셨는데 역시 대단한 노력과 훈련이 있으셨어요
앞으로도 진통과 고통과 환희를 맛보며 쭉 이어가시길 기도 합니다
치료 받으셔서 첫 산행 하신거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격려 감사합니다.,!
도사님.
도사님.
유도사님.
🙏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다치고 회복후
'20기 대비하여 근신하며 행동하라'
이 말씀이 앞날을 내다 보는 진정한 도사님의 자세로 보입니다.
앞으로 대나무(또는 방울) 들고 오셔야 겠습니다.
함께(together)할 때 저의 입꼬리는 항상 올라가 있었습니다. 즐겁고 흥겹습니다.
20기 첫 걸음 무탈하였습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대간길 350km는 걸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케.
승승장구님
본받아서,
졸업장 받아야
겠어요.
자신을 단련하고, 백두대간을 걷기 위해 조용히,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과정이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알뜰하게 준비하고 나선 길.
대간 길이 아닌 뒷산에서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몸과 마음을 다잡고 추스르는 것을 혼자서 묵묵히 감당하느라 힘든 과정을 겪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반가웠습니다.
진부령까지 멋진 추억 많이 만들어가며 걷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의 멘토 한길 행님. 감사요.
다음 산행이 벌써 기다려 지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우와~~~~역쉬 글솜씨도 가~히 작가도사이십니다.
우와~~~버킷리스트가 이렇게나 절실함을 거쳐 그제서야 염원을 이루게 되셨네요.저역시 대간 버킷리스트가 거의 십수년 넘게 걸려서야 겨우 이루게 되었는데 이제는 재도전의 시간으로 다시 유도사님과 그길을 걷게 되어 넘나 영광이옵니다.이렇게 멋지게 정리하실것을~~진솔함 넘치는 산행기는
감히 최고이옵니다.
엄지 처억~~^^
황공무지로소이다.,! 청보리님
덕분에, 정신이
번쩍!! 책상 앞에 궁둥이 눌러앉았어요.
이제 약속대로
산행기 내 스타일대로 제 때 올릴께요.
@유도사((유성재)) 매회 기대만땅입니다ㅎㅎ
'미학美學의 기초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있어야 감동이 있다'
저는 문학에서 미학의 1순위를 위 내용처럼 배웠습니다.
유도사님의 솔직담백한 내용은 더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자주 나누는 대화를 통해 파편적으로 들었던 내용이지만, 지면을 통해 읽고 있으니까 더욱 감칠맛이 있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케. 무쏘꿈,님.,!
님의 칭찬.
인정 받은 느낌.
또 봅시다.
드디어 도사님께서 멋진 산행기를 쓰기 시작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솔직하고, 소탈하신 말씀으로 주변을 즐겁게 해주시는 도사 형님께서 글로서도 감동을 주시네요. 잠깐의 방심으로 큰 고생을 하셨었네요. 앞으로 건강하시고, 안전한 모습으로 활기차고, 즐거운 대간 산행이어가시길 바랍니다. 함께 할 수 있어 더 행복합니다.
먼거리 산행, 수고하셨습니다.
오우.,!
제이 스치는.--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