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도 보고, 산도 오르고(2) – 수리산(수암봉,슬기봉,태을봉,관모봉)
1. 변산바람꽃
바람이 놀다 간 자리
그리움 안은
꽃잎
송골송골
눈물로 맺혔다
스치는 눈빛에
멍든 가슴 안고
새가 되어
종알종알 화답하는
가슴에 피는
은구슬 닮은
길섶
아담한 꽃
홀로 앉은 그 자리에
바람의 넋이 되어
말이 없다
바람꽃이 핀다
―― 구숙희, 「바람꽃 연가」 전문
▶ 산행일시 : 2025년 3월 14일(금), 오전에는 흐림, 오후에는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코스 : 안양역,천주교수리산성지,안산내미골,수암봉,슬기봉,칼바위,병풍바위,태을봉,관모봉,수리약수터
▶ 산행거리 : 도상 9.2km
▶ 산행시간 : 5시간 20분(10 : 40 ~ 16 : 00)
▶ 갈 때 : 안양역 1번 출구 광장에서 택시 타고 수리산 제3산림욕장 주차장으로 감(소요시간 10분, 요금 8,200원)
▶ 올 때 : 관모봉 아래 수리약수터로 가서, 육교 건너서 개나리아파트 앞으로 가서, 시내버스 타고 금정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10 : 27 – 안양역
10 : 40 – 수리산천주교성지, 수리산 제3산림욕장 주차장, 산행시작
11 : 04 – 사방댐, 변산바람꽃 탐화( ~ 12 : 16)
12 : 34 – 수암봉(0.9km) 갈림길, 안산내미골
12 : 45 – 능선, 수암봉 0.54km
12 : 56 – 수암봉(秀岩峰, 397.9m), 슬기봉 1.8km, 점심( ~ 13 : 15)
13 : 40 - 꼬깔쉼터
13 : 55 – 슬기봉(瑟基峰, 469.3m)
14 : 15 – 칼바위(387m)
14 : 42 – 병풍바위(457m)
14 : 52 – 태을봉(太乙峰, △489.2m), 관모봉 0.75km, 휴식( ~ 15 : 02)
15 : 20 – 관모봉(冠帽峰, 425.2m)
15 : 47 - 수리약수터
16 : 00 – 개나리아파트 앞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16 : 14 - 금정역
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양 1/25,000)
▶ 수암천 동이절골
안양 수리산. 몇 년 전부터 나의 이른 봄날 심춘순례의 한 코스이다. 안양 수리산의 변산바람꽃 소식이 궁금하여
매일매일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았으나 시원스런 소식이 없어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안양역 1번 출구로 나가서
광장 택시정류장에 줄 서 있는 택시를 탄다. 택시기사님이 중무장한 나를 보더니 수리산이 그다지 명산이 아닐 텐데
멀리 서울에서도 오시나요? 하고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이곳 변산바람꽃을 찾아 수년 전부터 오고 있다며, 나는
변산바람꽃 때문에 수리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지나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여러 주차장 중 맨 위쪽에 있는 수리산 제3산림욕장 주차장까지 간다. 수암천 최상류의 한적한 골짜기다. 천변 왼쪽
은 데크로드이고 오른쪽은 임도인 군용도로가 꼬깔봉 아래에 위치한 꼬깔쉼터(바로 위쪽이 군부대 정문이다)까지
이어진다. 데크로드나 임도나 가파른 오르막이다. 산모롱이 돌고 데크로드가 임도와 합류한다. 좀 더 오르면 저
아래 골짜기에 사방댐이 보이고 그 위 오른쪽 응달진 사면부터가 변산바람꽃 군락지이다.
가드레일 넘어 살금살금 사면을 내리면 흐릿한 인적이 보인다. 내 스스로 변산바람꽃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여러 사람의 발길이 머문 곳 주변을 살펴보면 변산바람꽃이 있기 마련이다. 나만 이곳을 찾아온 게 아니다. 그들이
엎드려 사진을 찍고 있는 데 가서 그들이 사진 찍기를 마치기 기다렸다가 나도 엎드린다. 특히 자태가 고운 변산바
람꽃 앞에서는 여러 사람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시절이 아직 이르다. 이제 변산바람꽃이 올라오기 시작
한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한다. 날이 흐리기 다행이다. 이런 혼잡한 데에서는 카메라를 여러 모드로 변환하여 각각
여러 장의 사진을 찍기가 미안하다. 지난주 청계산 두레이골에서는 내 독차지라 얼마나 한갓지고 오붓했던가. 오늘
은 꽃 개체 수보다 사람 수가 더 많다. 작년에 보았던 물가 바위틈에는 흙이 쓸려 내려갔으니 그만큼 개체 수가 올해
는 적어지기도 했다. 삼보일배 아닌 일보삼배를 했는데 어느덧 골짜기 막다른 데까지 올랐다.
임도 건너 오른쪽 골짜기로 이동한다.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변산바람꽃과 눈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배낭
벗어놓고 나도 그들 대열에 합세한다. 한참을 엎드려 한 눈은 감고 한 눈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다 벌떡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면 어질어질한 현기증이 난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여기 온 사람들이 연만하기도 하다. 나도 그렇
다고 서로 자랑(?)한다.
3. 변산바람꽃
우리나라 특산종인 변산바람꽃은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로 약관심종(LC)이다. 산림청은 희귀식물을 6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야생멸종(EW, Extinct in the Wild), 멸종위기종(CR, Critically Endangered), 위기종
((Endangered), 약관심종(LC, Least Concerned), 자료부족종(Data Deficient) 등이 그것이다.
다음은 ‘임종헌의 세상사는 이야기’ 블로그에서 일부 발췌하였다
국가표준식물목록,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제식물명색인(IPNI), 왕립식물원 큐(Kew)에 등재(登載)된 변산
바람꽃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에란티스 변산엔시스 B.Y.선(Eranthis byunsanensis B.Y.Sun)’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에란티스(Eranthis)’는 그리스어 ‘에아르(ἔαρ, éar, 영어 spring, 봄)’와 ‘안토스
(ἄνθος, ánthos, 영어 flower, 꽃)’ 기원 근대 라틴어 ‘안티스(anthis)’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명사다.
노랑너도바람꽃(winter aconite) 등을 포함한 미나리아재비과 내의 분류학적 속명(屬名)이다. 봄에 일찍 피는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인 ‘변산엔시스(byunsanensis)’는 ‘변산(byunsan,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 라틴어
접미사 ‘-엔시스(-ensis, 영어 of, ~의, from, ~로부터)’가 붙어서 이루어진 낱말이다. 최초 발견지나 자생지가 우리
나라 변산(邊山, Byunsan)임을 나타낸 이름이다.
명명자(命名者) ‘B.Y.선(B.Y.Sun)’은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과학부 교수를 지낸 식물학자 선병윤(宣炳崙)
이다. 선병윤은 1993년 ‘Korean Journal of Plant Taxonomy(한국식물분류학회지). Seoul’에서 변산바람꽃의
학명을 세계 최초로 출판했다.
변산바람꽃은 우리나라 경기도 수원시, 전북 부안군, 진안군, 경북 경주시, 울산광역시, 지리산, 한라산에 분포한다.
전북 진안군 마이산 해발 300m지역의 조릿대군락 수림하의 전석지에서 자란다. 전북 부안군 내변산의 세봉계곡
해발 100~200m지역의 물이 얕은 계곡 전석지에서 자란다(국가생물정보시스템). 변산바람꽃은 강원도 설악산,
경기도 안양 수리산, 청계산, 경북 주왕산, 경주 토함산, 울산, 경남 거제도, 전북 내변산, 내장산, 마이산, 완주군
동상면, 전남 여수, 나로도, 제주도 한라산 등 주로 한강토 중부 이남 지역에 분포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위 분포지에 경기도 가평 연인산과 명지산 사이의 아재비고개가 빠진 것은 이상하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아재비고개야말로 우리나라 변산바람꽃의 최대 군락지가 아닐까 한다. 아재비고개는 해발 약 800m인 고지대라
대개 3월 하순이나 되어야 꽃이 핀다. 올해는 아재비고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 개화시기가 상당히 늦어지리
라고 본다.
13. 변산바람꽃
▶ 수암봉(秀岩峰, 397.9m)
얼추 변산바람꽃은 다 보았다. 노루귀는 일주일 후쯤에나 필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발품 덜었다. 이제 산행이다.
수암봉부터 오르려고 한다. 아무 생사면이나 치고 오르려는 성질 죽인다. 아까 택시로 왔던 수리산 제3산림욕장
주차장 오른쪽 골짜기 안산내미골에 수암봉을 오르는 잘 난 등로가 있다. 그리로 뒤돌아간다. 내 처음 수리산을
오르기로는 12년 전 일이다. 그때는 눈이 제법 쌓인 2월이었다. 그때는 오늘의 역순으로 산행했다.
가파른 테크계단 한 피치 바짝 오르면 부드러운 계곡 길이 시작된다. 낙엽송 낙엽 깔린 소로다. 완만한 오르막을
10분 남짓 오르면 오른쪽 태양산(338m)이 가까운 능선 안부이다. 곧바로 320m봉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으면
수리산 주릉 안부에 다다르고 수암봉 정상까지는 오르막 0.2km이다. 그중 절반은 막판에 데크계단을 오른다. 수암
봉이 수리산 연봉 중 최고의 경점이다. 이 수암봉은 조선시대 안산군 관내였고(지금은 안산시와 안양시가 분점하고
있다), 산봉우리가 흡사 독수리의 부리와 같다 하여 취암(鷲巖)이라 불리기도 했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수암봉을 올랐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아 원경이 보이지 않는다. 수암봉 정상을 한 바퀴
돌며 건너편 태을봉, 슬기봉, 너구리봉, 노적봉, 광덕산, 마산 등을 차례로 일별한다. 수암봉 정상을 온 길 0.1km
내린 쉼터에 자리 잡고 점심밥 먹는다. 샌드위치와 탁주다.
수리산 주릉을 간다. 산길 치고는 대로다. 너른 헬기장 지나고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다. 기껏 400m대의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려니 약간 싱겁다. 잰걸음 한다.
▶ 슬기봉(瑟基峰, 469.3m), 태을봉(太乙峰, △489.2m), 관모봉(冠帽峰, 425.2m)
┫자 갈림길에서 꼬깔봉은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직진해야 하는데 인적이 흐릿하거니와 노거수인 소나무가 쓰러져
등로를 막고 있다. 왼쪽 사면 도는 길이 잘 났다. 나도 돈다. 길다. 임도와 만나고 꼬깔봉 아래 꼬깔쉼터다. 꼬깔봉은
안양시, 안산시, 군포시가 분점한다. 정자 뒤쪽으로 난 데크계단은 꼬깔봉을 넘어 수암봉을 오가는 길이다. 임도
잠시 오르면 군부대 정문이고 등로는 왼쪽 사면을 돌아간다. 가파른 오르막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했다.
슬기봉 정상은 철조망 엄중하게 두른 군부대가 차지하여 등산객은 오를 수 없다. 정상 바로 아래 능선을 데크계단으
로 넘는다. 계단이 경점이다. 수리산 주봉인 태을봉이 고산준봉으로 보인다. 나지막한 봉봉을 오르내린다. 안부마다
왼쪽은 천주교수리산성지로 오른쪽은 군포시 쪽으로 가는 길이 아주 잘 났다. 386.4m봉 내린 안부에서 바닥 치고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태을봉 품에 든다. 가파르고 긴 데크계단 오르막이다. 365계단이다. 마지막 365계단에는
“수리산에 오신 멋진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문구를 계단 앞에 써놓았다.
칼바위는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그 위쪽 병풍바위도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12년 전에 손맛 좀 본 바위였는
데 괜히 손맛 다셨다. 병풍바위는 데크계단으로 그 꼭대기에 전망대를 만들어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전망대
목책을 넘어 태을봉을 오를 수는 없고 뒤돌아 내렸다가 병풍바위 왼쪽 사면을 도는 데크계단을 올라야 한다. 울퉁불
퉁한 돌길 오르고 마지막 피치는 168계단이다.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잠시 지나 태을봉 정상이다. 너른 헬기장이기
도 하다. 사방에 키 큰 나무숲 둘러 조망은 없다. 삼각점은 1등이다. 안양 11, 1979 재설.
태을봉 정상의 멋진 오석의 자연석인 표지석과 멋진 글씨 ‘太乙峰’은 예전 그대로다. 다음은 표지석 뒷면에 새긴
글이다.
“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매우 귀한 지상으로 꼽으며 이런 형상을
‘태을’이라 부른다. 일출 무렵 ‘태을봉’에 올라 그 그림자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태을’ 형상이 보인다고 한다. 태을봉
은 수리산 최고봉으로 2004년에 군포1경으로 지정되었다.”
그늘진 벤치에서 잠시 휴식한다. 남은 탁주 마저 비운다. 관모봉을 향한다. 긴 내리막 한 차례 내렸다가 긴 오르막
한 차례 오르면 관모봉이다.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이는 암봉이다. 뭇 산들이 아파트 바다로 포위된 형국이라 얼른 눈
돌린다. 어디로 내릴까? 전철역을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금정역을 권한다. 수리약수
터로 내려서 육교 건너고 개나리 아파트 앞에서 시내버스 타시라고. 꼭 그대로 했다.
23. 멀리 가운데는 너구리산(309m)
24. 가운데 앞쪽이 마산
25. 왼쪽 뒤는 너구리산, 오른쪽 멀리는 노적봉
26. 왼쪽 태을봉, 가운데 능선 너머는 모락산, 그 오른쪽 뒤는 백운산과 광덕산
27. 왼쪽은 슬기봉, 오른쪽은 꼬깔봉
28. 수암봉
31. 태을봉
32. 태을봉 정상표지석
33. 관모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