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고비사막 여행도 실패로 끝났다. 6박 7일의 짧은 일정 때문에 옐링암, 홍그링 엘스, 바얀자그, 엉깅 히드를 못보고 돌아왔다.
4년만에 다시 간 고비사막은 많이 변해 있었다.
7월 25일 12시 2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OM 301편은 14시 40분(몽골 시간)에 칭기스공항에 도착하였다. 예정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하였다. 날씨가 흐렸다. 방금까지 비가 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공항 밖으로 나왔더니 운전사도 가이드도 보이지 않는다. 모르는 한국인한테 전화 한 통화를 부탁하였다. 운전사가 차에 간 사이에 내가 나왔기 때문에 빚어진 헤프닝이었다.
차를 타고 자이승 기념관으로 이동하였다. 간간히 비가 내려 썰렁하다. 구경나온 관광객이 거의 없다. 날개가 젖은 독수리가 빗방울을 털고 있다.
비르가 투어 사장님이 저녁을 내셨다. 뷔폐식당 BDS라는 몽골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맥주와 보드카도 한 잔 했다. 일행 중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두 명 있었기 때문에 그것까지 다 먹었다.
한국식당에서 김치를 샀다.
7월 26일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9시에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기름도 가득 채우고 물과 둥근 통에 든 가스를 사려고 했다. 공항 쪽에 있는 마트에는 그런 가스를 팔지 않았다. 다시 시내로 들어와서 구입하였다.
울란바타르는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다. 특히 비가 내리면 길이 엉망이 된다. 끼어들기가 다반사이고 망가진 도로에 물이 차기 때문에 분간이 잘 안된다.
돈도고브의 도청 소재지인 만달고브로 가는 길은 포장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한 시간 정도 포장된 도로를 달렸다. 덕분에 예정 시간보다 단축할 수 있었다.
초원에서 햇반과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운전사 아요시는 매운 음식을 못먹고, 가이드 자야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 구름이 해를 가린 곳을 만나면 시원한 그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철잉 히드를 구경하였다.
몽골 초원에 이상기온 현상으로 비가 자주 내린다. 울란바타르를 출발할 때 우산을 쓴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우산이 필요없는 나라에서 우산이 필요하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박 가지링 촐로이다. 울란바타르에서 280km이다. 몽골에서는 몇 시간이면 도착하느냐고 묻지 않는 게 예의다. 어떤 자연현상에 의해서 변동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이면 35km 정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초원에 우뚝 선 작은 바위 산, 박 가지링 촐로. 수드트 폐 사원도 있고 선사시대의 무덤도 있고, 바위 그림도 있고, 동굴도 있고, 약수도 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결코 찾을 수 없다.
이곳에 수드트라는 약용식물이 있어 수드트 히드(사원)로 이름이 붙었는데, 1937년 종교탄압으로 폐허가 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입장료를 받는 것도 달라졌고, 주변에 여행자 캠프가 많았는데 없는 것도 달라졌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말을 탈 수 있었는데 말도 탈 수 없다. 만달고브 쪽으로 13km를 가면 여행자 캠프가 하나 있다.
에르뎅 오하 여행자 캠프는 유명한 말 이름에서 딴 캠프다. 여행자 캠프의 저녁시사는 빵, 과일, 사라다, 골야시, 러시아제 초콜렛이 나왔다. 초콜렛이 너무 달다. 화장실도 있고 샤워도 할 수 있다.
5시에 일어났다.
5시 30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제법 빗소리가 크다. 8시 30분까지 비가 내렸다. 에르뎅 오하 캠프에서 만달고브까지 76km이다. 이 캠프에서 차강 소우라가까지는 235km이다.
7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하였다. 빵, 과자, 국, 커피를 먹었다.
8시 30분에 출발하여 만달고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이다.
머린 호른의 전설이 있는 고장 만달고브. 자야가 들려주는 후흐남질이 타던 말과 머린 호르의 전설을 들으며 머린호르가 조각된 전망대에 올라갔다. 7월 28일, 29일에 걸쳐 돈도고브의 나담이 만달고브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7월 28일에는 버흐와 활쏘기가 열리고, 7월 29일에는 말타기가 열린다고 한다. 돌아오면서 나담을 보기로 했다.
차강 소우라가로 가는 도중,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햇반과 라면으로 먹었다. 운전사에게는 몽골음식을 시켜주었다.
오후 5시에 차강 소우라가에 도착하였다. 밑으로 내려갔다.
차강 소우라가도 변했다. 4년 전에는 가까운 곳에 여행자 캠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여행자 캠프도 하루 전에 옮겨와서 전기를 쓸 수 없다. 말도 탈 수 없다. 지난 겨울에 말들이 얼어 죽고 굶어 죽어서 말들이 없다고 한다.
밥과 채소와 염소 고기 덩어리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차강 소우라가는 바다가 융기되었는데 풍화작용에 의행 약한 사암은 풍화되어 기묘한 형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7월 28일 5시에 일어났다. 하늘은 회색 천막을 친 것처럼 낮게 보인다. 바람도 많이 분다. 어워가 보이는 언덕까지 트레킹을 하였다. 함께 여행을 한 친구는 오아시스까지 트레킹을 하였다.
6시 20분에 해가 보인다. 해가 뜨니 더 춥다. 바람도 세게 분다.
7시 30분에 빵고 수태 보다로 아침식사를 하고, 8시 20분에 캠프를 떠나 만달고브로 향했다. 옛날과 달라진 점은 캠프에서 아침식사를 일찍 해준다.
유목민 게르에서 말을 탔다. 나담에 출전하는 말이 보인다. 말에 탈 기수도 자신감을 보인다. 2011년 돈도고브 나담에서 1등을 하였다고 자랑한다.
만달고브에서 나담을 보았다. 활쏘기와 버흐를 한다고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경기인 말타기는 7월 29일 날 열린다고 한다. 놀이 기구와 야바위꾼으로 넘쳐난다. 마치 1990년대 우리의 시골 축제에 온 것같다.
자야 어머니가 매니저로 일하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이흐 가지링 촐로를 향해 출발하였다.
이흐 가지링 촐로는 만달고브에서 북동쪽으로 100km 거리에 있다.
내가 토브 아이막 바얀차강솜과 인연을 맺은 때는 2000년 여름이었다. 그 때 가이드를 했던 촐롱의 고향이었으며 하루 묶었다. 허르헉도 대접받고, 보덕도 대접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바얀차강솜 학교에 학용품도 보내고, 장학금도 보냈다.
2012년에는 학교 선생님 3명과 통역 1명을 초청하여 강원도의 여러 학교를 견학시켰고, 강릉 바다도 구경시켜주었고,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쇼핑을 하고 돌아갔다.
바얀차강솜에서 허르헉을 안주로 보드카를 너무 많이 마셨다.
항상 만남은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별.
또 하나의 소식은 내가 선물로 받은 말이 2012년 7월 11일 - 13일 울란바타르에서 개최된 나담에서 7등을 하였다고 한다. 말도 사람도 나이는 속일 수 없지.
마을 어귀까지 울지네 가족과 나라네 가족과 뭉흐 바트네 가족이 배웅을 나왔다.
보드카 한 잔과 아쉬운 작별.
조상을 기리는 수투파
사막의 나무심기
청동기시대의 바위 그림
눈에 좋은 약수
사막에 비가 내리는 광경
머린 호르 기념탑(만달고브)
경주마
낙타
차강 소우라가
차강 소우라가
관정
돈도고브의 나담
이흐 가지링 촐로
가수 추모비
엄마의 자궁
자궁에서 세상 밖으로
관정
머린 호르를 선물로 받으며
허르헉
이별은 언제나 찡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