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대립과 증오를 넘어서길
제가 청년 시절이었던 80년대에는 정치권에 ‘사쿠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사쿠라’라는 일본 말은 벚꽃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절에는 낮에는 야당이지만 밤에는 여당과 내통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저는 차라리 ‘사쿠라’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여야 진보 보수 진영에 따라 대립하여 서로 증오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서 일부 국민들까지 극과 극으로 대립합니다. 제 느낌으로는 동서로 지역갈등이 심했던 과거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SNS와 유튜브 등으로 더 많은 대립전선이 빠르게 펼쳐지고 심지어 이런 대립이 누군가에는 큰 이득을 주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일방적인 야당의 승리로 끝났으니, 자칫 더욱더 극과 극의 대치전선이 펼쳐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현 정권이 선거에 졌다고 야당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이 많은 표를 얻었고, 현 정권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았으니, 이제 ‘복수혈전’ 속편이 펼쳐지지 않을까, 그러면 또 얼마나 이 나라가 과거에 매여 시끄러울까. 차라리 여나 야에 ‘사쿠라’ 같은 정치인들이 있어서, 낮에는 서로 싸우더라도, 밤에는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쪽으로 짝짝궁하는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야, 진보 보수 정치계나 여기 추종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상대방은 악이고, 자기들은 선이라고 자처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안에 대해 상대방이 주장하는 건 무조건 악이 됩니다. 무조건 반대합니다. 반대로 자기네 편 부정과 불의는 덮어줍니다. 옹호해 줍니다. 이게 얼마나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는 일인지요. 그러나 성경적으로 보면 누구도 완벽한 선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절대적으로 옳고 너는 절대적으로 그르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죄인입니다.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정치적인 메시야’는 없다는 겁니다. 사실 누가 돼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찍은 사람이 안됐다고 절망하고 분노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야당의 누가 집권하면, 또는 여당의 어떤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면, 대한민국이 확 달라지고 번영하게 될까요?
그건 천진난만한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진보도 찍어봤고 보수도 찍어봤고, 어떤 때는 기독교인이라고 찍어봤지만, 결과는 항상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만 더 큰 법입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아, 이 세상에 ‘정치적 메시야’는 없구나. 무슨 말입니까? 모든 정치인이 다 완전치 못하다는 겁니다. 내 자신이 그렇듯 말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성경말씀처럼 그를 위해 기도해줘야 합니다. 내 편이든 상대편이든, 나처럼 죄인인 그가 잘못하지 않도록, 부패하지 않도록, 국민이 잘 감시해야 합니다. 잘하는 것은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제발, 대한민국이 더 이상 대립과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길 기도드릴 뿐입니다☺
(2024년 4월 14일 주일 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