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길 떠나는 한 사내가 있소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소 환한 달빛 고루 비추는 바다 해월 사람이 하늘이라 했소 저 바다를 공평히 비추는 찬란한 빛 해월 천지가 부모라 했소 사람과 하늘과 만물 앞에 온몸으로 빛이 된 사람 몰아치는 민중들이 굽이치는 광야를 피로 적시던 밤 오직 사람이 하늘이 되는 세상을 향해 깨어있는 열망을 등에 업고 어디쯤인지도 모를 길을 한없이 걷던 사내 어찌하여 한시도 쉬지 않는 거요 이보게 한울님도 한시를 쉬지 않는다네 산새도 풀벌레도 쉬지 않고 날아간다네 달빛이 어둠을 걷어내는 밤 새 세상을 꿈꾸던 뜨거운 눈물 반역의 밤을 걷다가 땅속으로 땅속으로 묻힌 동학의 뿌리 깃발이 나부낄 때마다 어디선가 바람되어 춤추는 넋이여 당신이 꿈꾼 세상 어디쯤 나도 있습니까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여기 길 떠나는 한 사내가 있소 돌아오지 못할 것이네 더 먼 곳으로 갈 것이네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