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턴가 우리나라는 축제의 나라가 되었다. 사시사철 어느 지역에선가는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 나라,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그런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렇게 시즌을 불문하고 활발히 전개되는 대다수의 축제가 90년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 졸속으로
만들어져 대부분이 영세한 예산으로 짧은 기간과 미온적인 주민 참여로 형식성을 탈피하지 못한 모양새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는 줄잡아 칠팔백 개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콘셉트가 중복되는 양상도 흔하다. 이를테면 이순신장군이
주인공인 축제가 8개에 세종대왕을 기리는 축제가 6개나 되는 등으로. 그래서 연전에는 '등(燈)축제'를 놓고 서울시와 진주시가 1년 넘게 싸운
것 같은 해프닝마저 있었다. 또한 지역의 특산물이나 에피소드 정도의 주제를 축제(祝祭)로 이끌려다 보니 억지 춘향으로 어색하게 지어낸
‘스토리텔링’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축제의 명분과 참가를 이끌어 내려면 ‘스토리텔링’이 필수이다 보니 확실한 문헌 증거도 없는 정체불명의 고전도 생겨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수용하는 행사도 많다. 실제로 작금에 넘치는 지역축제들이 소재의 중복과 표절에 허덕이며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요인들이 많고 축제의 운영이 사회적 비용으로 충당이 되다보니 전문가와 언론 사이에도 시각이 자주 엇갈리며 심각한 논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축제는 인류와 존재를 같이 해 온 역사라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축제가 함께 해 왔다. 그리고 인류학에서 말하는 축제는
축(祝)과 제(祭)가 포괄적으로 표현되는 문화현상으로 정의되고 전통적 사회의 축제는 성스러운 종교적 제의(祭衣)에서 출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지역축제’의 개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지자체 출범 이후 확산된 개념이므로 현대 사회의 탈종교화,
탈지역화(도시화) 흐름에 맞서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동질성과 자립을 추구하는 문화적 활동을 총괄하는 의미로 전통적인 축제의 개념과
같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현대판 지역 축제도 단순히 즐기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축제(祝祭)는 생활공동체 구성원들이 노동과 일상의 속박을 잠시 뒤로 하고 풍요를 기원하며 참여하는 제의(祭衣)이며 동시에
잔치이며 놀이마당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울산의 열개가 넘는 지역축제의 당위성이나 의미를 점검해 본다면 여러 가지 상반된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축제를 이름만 열거하자면... 먼저 고래 축제가 있다. 그리고 옹기 축제, 쇠부리 축제, 대공원 장미 축제, 조선 해양
축제, 거기다가 서머 페스티벌, 각종 아트 페스티벌, 처용 문화제, 마두희 축제, 언양과 봉계가 콘셉트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한우불고기 축제,
간절곶 해맞이 축제 등... 이중 축제(祝祭)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자면 최근 구의회의 예산 논란으로 언론에서 주목한 300년 역사의 전통놀이
마두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울산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놀이인 마두희는 지역 문화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되어있고 이를 콘셉트로 하는 축제에는
현대적 의미도 반영되어 알짜배기 지역축제가 되었다. 마두희가 수백 년 울산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다가 일제의 한민족 정신문화 말살정책으로
1936년 지금의 시계탑사거리의 행사를 마지막으로 강제 중단된 이후 70여년 만에 울산발전연구원과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같은 장소에서 마두희
축제를 통해 재연된 것이다.
이 축제는 이후 형식적인 행사와 단순한 놀이가 아닌 바로 민속재연과 끈을 엮은 것이어서 지역민은 물론이고 민속학계로부터도 갈채와 응원을
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울산의 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대동놀이가 수반되어 있는 만큼 민족의 혼과 전통성이 바탕이 된
축제로 그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기사입력: 2016/12/14 [16:41]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89199§ion=sc30§i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