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잘 소화시킨 똥은 황금 똥,
생각을 잘 표현한 글똥은 황금 글똥
『황금 글똥의 비밀』은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글쓰기 수업을 둘러싸고 나오는 여러 가지 질문을 솜씨 좋게 펼쳐놓은 작품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글쓰기는 우리 생활과 어떻게 이어질까. 선생님은 글쓰기라는 게 글씨 쓰기와 다르고, 생각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지만 윤솔이가 애써서 쓴 글보다 재범이가 아무렇게나 한 말이 더 근사하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재범이는 조용한 교실에서 아이들 대신 연필이 떠든다고 말하고, 가방에서 찬바람이 나왔다고 놀라워하며, 윤솔이가 노란색으로 써준 알림장을 들여다보고는 노랑나비 같다고 감탄한다. 선생님은 한글을 모르는 재범이에게 글쓰기를 시키지 않고, 글쓰기 부담이 없는 재범이가 그때그때 하는 말은 뜻밖에도 시가 되는 것이다.
윤솔이는 라미가 시키는 대로 재범이는 물론, 재범이네 치킨집과 할머니까지 흉보는 쪽지를 쓰지만 마음이 너무너무 무겁다. 실제로는 재범이네 치킨이 맛있고, 할머니도 좋으신 분이고, 재범이도 자기 콧물이나 빨아먹는 ‘오징어땅콩’이 아니니까 말이다. 라미가 시키는 대로 윤솔이가 받아쓴 편지는 윤솔이의 글일까, 라미의 글일까.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라미 앞에서 윤솔이는 그제야 글과 생각의 관계에 대해, 글에 대한 책임에 대해 깨닫는다. 그리고 재범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자 그 글은 마침내 황금 글똥이 된다.
『황금 글똥의 비밀』은 글쓰기를 잘해서 어른들에게 칭찬받고 싶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다른 반으로 선생님 심부름을 가는 친구가 대단해 보이고, 수업시간에 종이접기를 하는 열등생 친구가 부러운 이 아이들은 투명한 인정욕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짜로 자신을 꾸며내거나 잔머리를 쓰지 않는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쪼르르 선생님한테 고자질하기 일쑤지만 잘못을 지적받으면 또 금세 미안해하고 사과한다. 이 작품은 열 살 남짓 어린이들의 학교 생활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보이지만 결코 어른의 눈높이에서 내려다보지 않는다. 이야기 주변을 어른거리는 어른의 시선은 담임선생님의 것이지만 선생님이 지시하고 지도하는 어른이 아니라 질문하고 다독이는 인물이라는 점도 이 동화가 빛나는 지점이다.
학교 가는 일상을 빼앗긴 코로나 시대, 아이들에게 교실은 더 이상 일상적 공간이 아닌 듯하다. 사각사각 연필을 굴리고 종이접기를 하고 물통을 떨어뜨리고 눈을 흘기고 선생님에게 일러바치는 그 모든 일이 있던 교실은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학교와 교실, 선생님과 친구가 아이들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로 가득한 학교와 교실 풍경이 그리운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첫댓글 김미형 선생님, 축하합니다. 탁구 한 번 쳐야하는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