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미풍
스테판 말라르메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러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정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시인은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먼 바다로 떠나가겠다고 노래한다. 일상의 그 무엇도 떠나려는 시인의 마음을 잡아둘 수 없다고 말한다. ‘낡은 정원도, 빈 종이도, 황량한 불빛도, 젖 먹이는 아내도’ 떠나려는 시인의 마음을 잡지두지 못한다. 여기서 바다는 실제의 바다라기보다는 우리가 꿈꾸는 미지의 세계,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예술의 세계로 볼 수 있다.
프랑스 시인이자 혁명가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é, 1842~1898)는 폴 베를렌, 랭보와 더불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단을 주도했다. 그는 시인의 인상과 시적 언어 고유의 상징에 주목한 상징주의의 창시자로 간주된다. 이 시에도 판에 박힌 기존의 인습을 단호히 거부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뜨겁게 발걸음을 내딛는 열정적 삶의 자세가 잘 드러난다. 생애 한 번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과감히 멀리하고 아무도 찾지 못하는 멀고 먼 미지의 나라로 홀연히 길 떠나는 모습을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리라.(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