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좌 가던 길
입추가 지난 팔월 초순 둘째 토요일이다. 연일 폭염경보가 발효 중 더위 출구가 어디인지 가늠이 어렵다. 비라도 와 주어야 북면 신동리 텃밭으로 나가 가을 채소를 파종할 이랑을 준비할 터인데 그럴 상황이 못 된다. 워낙 오래도록 비가 오지 않아 땅이 굳고 메말라 호미나 괭이로 제초나 북을 돋울 수 없다. 기약 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비가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
토요일은 대산 평생학습센터에서 60·70 대상 웰에이징 문화 강좌가 열려 참석하기로 했다. 평생학습센터는 주말도 센터장과 사서가 격주로 근무해 평소처럼 문을 열어 도서관 열람실 이용이 가능하다. 지역 특성상 농사일과 고령층이 다수여서 이런 문화 강좌 참여자가 적어 센터장은 내가 나가면 무척 반겨주었다. 그간 몇 차례 소소한 교양 수업에 참여해 유익하고 즐겁게 보냈다.
강의는 10시부터라도 나는 새벽같이 이른 시간 5시 이전 길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자가발전 입식 사이클을 타고 허리 운동 기구에도 매달리다 월영동으로 가는 102번 첫차 버스를 탔다. 지귀상가에서 명곡교차로를 지날 때 내려 대방동을 출발 무점으로 가는 34번 버스를 탔다. 첫차는 동읍에서 자여마을로 들지 않고 연근을 경작하는 들판을 지나 동판지가 가까운 무점마을 내렸다.
올여름 이른 아침에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 둑길을 몇 차례 지났다. 두 곳 다 넓은 저수지 수면에 가득 피는 연꽃을 완상하며 둑길을 산책해 가술로 갔다. 지난번 주남저수지 둑길에서는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피는 황화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장관이었다. 그와 함께 늦게 필 코스모스도 잎줄기가 자라는 중이었다. 무점에서 동판저수지 둑길 코스모스 꽃길은 근동에서 알려졌다.
초창기는 한 독지가와 마을 주민들이 나서 조성한 꽃길이 고령 세대가 늘어 행정 당국에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한다. 지난 초여름 저수지 둑길 가장자리 제초를 마치고 코스모스 꽃씨를 뿌리던 과정까지 살펴둔 바 있다. 이후 지속된 가뭄에 발아율이 시원찮고 성장을 멈춰 다가올 개화기인데 예년처럼 제철에 코스모스꽃을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급수차를 동원해 물을 줬으면 싶었다.
지금이라도 물을 주고 빈자리는 보식해 가꾸면 정성을 들인 만큼 풍성한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한낮은 폭염으로 작업을 할 여건이 못되어 이른 아침에 해야겠다. 저절로 싹이 터 자란 나팔꽃은 어린 코스모스 싹을 덮어 뽑아 걷어줘야겠다. 코스모스 꽃길도 농사처럼 사람 손길이 닿아야지 씨앗을 뿌려 놓고 개화만 기다리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동판지는 가뭄에 수위가 낮아 바닥을 드러내 갯버들과 연이 자라는 늪지처럼 보였다. 무성히 자란 연은 꽃을 피워 거의 저물어도 끝물 자태가 아직 고왔다. 주천강 물길이 시작된 배수문에서 둑길 따라 남포로 가서 들녘을 지나 상등에서 삼봉 대산 행정복지센터에서 땀을 씻고 목을 축였다. 인근 평생학습센터 열람실에서 1시간 책을 보다가 신중년을 위한 문화 강좌에 참여했다.
초빙 강사는 방송가에 프리랜서로 40년 넘게 활동한 아나운서였다. 한때 마산문화방송에서 인기리 방송된 ‘아구할매’ 진행자 방송인 김혜란이었다. 강사는 후한 왕충이 남긴 ‘행초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새옹지마를 언급했다. 강사가 살아온 얘기를 먼저 듣고 참여자들은 앞날을 어찌 살아갈지 의견을 나누었다. 각자 휴대폰 앵글에 담은 한 장 사진을 얘기 실마리로 삼아 풀어갔다.
오전 일과 문화 교실 참여를 마친 오후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가 대출 도서를 반납하고 신간 서가를 둘러봤다. 귀로에 ‘조락 가로수’를 남겼다. “수십 년 연륜 더한 반림로 가로수들 / 올여름 마른장마 이후도 비가 없어 / 높다란 꼭대기까지 시름시름 마른다 // 아직은 삼복이라 청청할 잎사귀가 / 서리를 맞은 듯이 누렇게 색이 바래 / 당분간 비 소식 없어 고사될까 염려다” 26.08.08
첫댓글
첫 그림
보는 순간,
아...
걷고 싶다...
아, 참!
지금은 더워서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