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돌아본다. 살아온 나날 속에 놓친 기회와 가능성을. 그리고 내가 했던 선택을 톺아보면 아쉬움, 후회, 안타까움을 마주하곤 한다. 회한의 감정이 휘몰아치기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가 꿈꾸는 미래를 떠올려본다. 놓치지 않고 꽉 움켜잡을 기회와 무한한 잠재력, 우연과 필연이 겹쳐 만들어낸 최고의 선택까지. 마음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기분에 잠깐 빠져든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뒤척이며 깨어난 침대, 아무 생각 없이 도마질하는 싱크대 앞, 덜컹거리는 버스 안, 사람들에게 치이는 지하철에 있는 나를 발견할지 모른다.
치솟는 물가, 불안한 경제 속 ‘자기계발’만이 살길이라는 마법의 주문이 만연한 요즘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채워지지 않는 간극은 현재의 나를 채근하게 만든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자(自)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일과 전 이른 새벽에 일어나 운동, 공부 등 아침을 보내는 ‘미라클 모닝’에 열광한다. 토지, 동산, 주식, 코인에 투자하라는 데 이어 나라는 사람조차 ‘투자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행위라는 점에서 믿음직하지만, 곳곳에 ‘생존’, ‘비교’, ‘우위’, ‘성패’라는 흔적이 묻어있음을 모른 척할 수 없다.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가 초학자들에게 학문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율곡은 학문은 특별한 게 아니라 부모, 자녀, 부부, 형제 등 일상에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격몽은 몽매한 것을 물리치고,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 율곡은 서문에서 “但不學之人 心地茅塞 識見茫昧(단불학지인 심지모색 식견망매)”이라고 말했다. 心地는 마음이 온갖 생각의 터전이 되는데, 학문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꽉 막혀 식견이 좁다는 의미다.
인용된 글은 『격몽요결』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志之立 知之明 行之篤 皆在我耳(지지립 지지명 행지독 개재아이)”에서 생각의 터전을 일구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뜻을 세우는 것, 밝게 아는 것, 독실하게 행하는 것 모두가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휘몰아치는 열풍에 무작정 나를 내던지기보다 나를 바로 세울 것을 권한다. 세상은 급변했는데도 이치는 명료하고 유효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흔들리는 건 나의 마음과 행동. 이것만이 그대로다. 타인과 나를 저울질하기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가늠하는 것. 당연한 말일수록 외면받기 쉽지만, 때론 그 단순한 말은 자욱한 안개 속 같은 삶에서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이정표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