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여자들 3탄/ 자향
제가 「추석과 여자들」 1탄을 쓴 것이 2022년이었습니다.
조횟수가 어느덧 6천을 바라보더군요.
2탄은 2023년에 올렸고,
이제 3탄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맏며느리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오늘은 뜻밖에도
유림원 교장 선생님 같던 우리 집 할아버지께서
폭탄선언을 하셨습니다.
올해부터는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
어머나, 세상에나!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놀랍도록 변했습니다.
파리의 최신 유행이 아침이면 우리 거실을 휩쓸고,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를 누비며
국위를 선양하는 시대입니다.
‘지구촌’이라는 말도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백의민족이 모여 살던 옛날과는 달리
세계 각국에서 온 며느리들이 함께 살아가며
다문화라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가는 세상입니다.
전통을 이어가려는 유교사상의 깊은 뿌리와
새로운 시대의 물결도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함께 진통을 겪고 있겠지요.
상투 틀고 갓 쓰던 옛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듯이
시대의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 막힘없는 흐름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며 외롭게 버텨온 세대가
어쩌면 지금 노년의 현주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 꼿꼿한 우리 집 양반도
신시대의 거센 바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올 추석부터 명절 차례상은 안 차린다
이제 그만 맏며느리 등골 빼고
직계끼리 모여 오붓하게 밥이나 한 끼 해 먹자꾸나.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수십 년 묵은 며느리의 한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부치고
나물 무치고
갈비찜 하고
온갖 음식을 장만하느라
명절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먼저 아파오던 세월.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단 한마디로 끝내버리셨습니다.
차례상은 치운다!
아, 이 말은 정말
명절증후군을 단숨에 날려버린
최고의 명약이었습니다.
이제 전 부치던 냄새 대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채워지고,
정성껏 차린 음식보다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아 나누는
진심 어린 밥 한 끼가 더 소중한 추석이 되겠지요.
전통의 무게와
새로운 시대의 요구 사이에서
우리네 풍습도 이제 조금은
숨을 쉬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전통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전통을 살아 있는 모습으로
다시 이어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이나 다녀오마 하시던
상상 속의 바람처럼,
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AI 시대의 출현처럼,
세상은 지금도
쉼 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는 조금 가볍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며느리의 허리를 휘게 하는 명절보다
가족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명절.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한 상보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둘러앉아
웃으며 먹는 밥 한 끼.
올해 추석은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은 조금 내려놓고,
가족의 정은 더 많이 나누는 추석.
우리 모두에게
그런 따뜻한 한가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멋진 주말 보내세요
좋 습니다 좋아요
들국화님
방가워요
놀래셨지요?
요즘은 저희집 뿐만 아니라
밖에나가 물어보면
거의 차례를 안모신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초고속으로확산되는게
이런 일인가십게
저도 놀라고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경의 식문화도
시대따라 바퀴었듯
우리네
세시풍속도 시대앞엔
어쩔 수 없나봅니다
그래요
전통을 버리는 것이 아니리
전통을 새로운 모습으로 세워나간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사명감으로요
특히
종갓집 종부들이 해방가를
목청껏 부를 그날까지
아지매
화이팅요~~^^
@정순준 응원가를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래요
전통을 버리는 것이 아니리
전통을 새로운 모습으로 세워나간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사명감으로요
말씀 참 잘하셨어요
올추석은 전에없이
행복한 명절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