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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중심 스트라이커 정성훈 ⓒ스포탈코리아 안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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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2006 시즌은 대전으로서는 정말 아쉬운 한 해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전기리그 3위, 컵 대회 4위를 할 때까지 정말 분위기가 좋았으니까... 그러다 후기리그에 들어서서 분위기가 확 흔들렸다. 마지막까지 정말 아쉬웠다. 몇 경기만 더 있었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 사실 전기리그와 컵 대회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을 생각해보면 후기리그에서의 부진은 의외였다. 이관우의 이적 공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전이 그런 면이 있다. 형들이, 연장자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 부상을 당하면 오래간다. 또 우리는 주전 멤버 외에는 뛸 선수가 별로 없다. 실력 차이도 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주전 멤버 중 한 두 명이라도 빠지면 확 무너지는 팀이다. 컵 대회 마치고 후반기 때는 조금 힘들었다.
- 돌아보면 매년 시즌 전반기에는 선전하다 후반기가 되면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적인 문제일까?
체력적인 문제도 많았다. 우리가 전반기에 너무 잘했기 때문에 후반기에는 어떻게 좀 해 보겠다는, 우리끼리 그런 생각이 또 있었을 거다. 해 보겠다는 욕심도 많았을 테고. 선수들도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화가 됐다. 선수들도 미팅을 하면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해보겠다는 욕심에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선수들 의욕이 넘쳤었으니까. 컵 대회 마치고 후반기 들어가기 전 휴식기 동안, 그때부터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 비슷한 시기에 배기종 선수의 이적 파문도 있었다.
영향이 없진 않았다. 그런데 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이해를 한다. 선수 하나 때문에 팀이 흔들리면 안 되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안 좋긴 했다. 그런데 표현은 안 하고, 솔직히 말할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는 (배)기종이가 잘 됐으면 좋겠다. 좋은 팀에 가서 운동할 수 있으면 한다. 잘 하는 선수니까, 생각만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될 것 같다.
- 정성훈 선수가 보기에 대전 시티즌 플레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우리 팀은 개인 플레이가 없다. 장점은 개인 능력으로 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조직력이다. 같이 뛰어주고 같이 공격하고 수비하고. 그게 마음에 든다. 11명이라는 선수들이 단합해서 축구를 하는 것, 공 하나를 보고 함께 달려간다는 그런 것 말이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이)관우 형만 눈에 띄기도 했었다. 관우 형이 볼만 잡아도 ‘와, 와’ 그런 게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도 다 조직력으로 만들어 갔었기 때문에 관우 형이 빛날 수 있었고 지금처럼 좋은 팀에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우 형이 그만큼 열심히 하기도 했다. 어쨌든 우리는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 자체가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다 같이 하는 플레이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단점이라면 힘이 없다. 힘을 주는 그런 선수들이 없다. 이기고 있을 때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먼저 실점한 경우에는 잘 안 된다. 올라서겠다는 욕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먼저 골을 먹으면 의욕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게 최고의 단점인 거 같다. 올라설 수 있는데, 막판이 되면, 포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의욕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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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시즌에 정성훈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다시 한 번 최윤겸 감독의 지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경스러운 분이시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데 감사하는 마음도 크다. 일단 내가 생각이 안 바뀌면 못 따라갔을 거다. 내가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감독님의 지시에 따르고 힘든 것도 참아내고 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너무 열심히 했었다. 너무 열심히 한다고 감독님도 놀라셨었다. 생각이 바뀌니까 또 행동이 바뀌더라.
- 대전에서는 수비진이나 미드필더진의 짜임새나 조직력은 인정 받는데 반해 항상 문제는 공격진이었던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도 1년마다 늘 바뀌고.
1년마다 외국인 선수들이 계속 바뀌다 보니까 이야기도 안 되고 컨트롤도 잘 안 된다. 발을 맞춰 볼 시간도 없이 바로 경기에 투입시키니까 서로 짜증만 부리는 거다. 나 같은 국내 공격수들끼리 ‘이건 아닌데’ 생각하고, 외국인 선수들도 ‘이건 아닌데’ 투정만 부리곤 한다. 그러다 보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고 마음도 안 맞는 경우가 생겼다. 올해도 시즌 초반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데닐손도 오고 슈바도 오면서 자리를 잡았다. 점점 이야기가 통하게 되는데, 사실 그때는 이미 늦은 거다.
- 그래도 올해는 데닐손 선수가 남게 되어 큰 힘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슈바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일단 정을 많이 줬다. 정이 들었기 때문에 같이 있게 되어서 좋고, 데닐손하고 올해 또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새로 영입된 용병(타이슨)은 아직 공차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그런데 얼굴은 진짜 타이슨처럼 생겼더라(웃음). 닮아서 타이슨이라고 예명을 붙였나 보다.
- 작년 시즌 데닐손 선수의 골 뒤풀이도 큰 화제였다. 함께 해 볼 생각은 없었나?
사실 같이 하려고 했었다. 홈 폐막전인 광주전 때 데닐손이 동점골을 넣고 대빡이 흉내를 냈었다. 나도 같이 하자고 미리 얘기했었는데 가보니까 벌써 하고 있더라(웃음). 그래서 내가 역전골을 넣고 한 번 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장)현규가 덮치는 바람에 하다가 말았다. 올해는 같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공격진에서 주로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는데,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나?
내가 포르투갈어를 많이 배워서 문제는 없다. 울산에 있을 때부터 배웠고, 지금은 웬만한 얘기는 통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축구 용어는 조금 쓸 수 있으니까 그게 또 편하더라. 서로 대화도 되고 게임 때도 통한다. “이렇게 해 달라”고 하면 잘해 준다. 말이 통하니까 일단 내가 편하고 또 내가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와주고. 많이 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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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함께 골세러머니를 하는 정성훈 ⓒ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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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종료 시점에 정성훈 선수의 거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상무 입대 이야기도 있었고, 이적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나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경기를 마치고 나면 서포터들이 우르르 오더라. “올해 군대 간다면서요? 안 가면 안 돼요?” 그러기도 했다. 사실 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군대 문제는 지금도 고민 중이다.
이적에 대해서는... 감독님 밑에서, 내가 감독님 때문에 작년에 잘할 수 있었고 감독님이 또 올해도 계시기 때문에. 내 욕심은 그랬다. 지난 시즌 잘했기 때문에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에는 가기 싫더라. 내가 가기 싫다고 했다.
솔직히 나 자신을 위해서 간다면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은혜를 배신하면 안 되겠다, 나를 이렇게 키워주셨는데’하는 생각이 들고, 정도 들었다. 어차피 1년 더 계약이 되어 있으니까 한 해 더 열심히 하고 또 좋은 여건이 되면 다른 팀에 갈 수도 있을 거다.
- 내년 시즌은 어떻게 예상하나? 6강 플레이오프로 바뀌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커진 것 같은데.
이번에 신인들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동계 훈련 때 열심히 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플레이들이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을 한다. 또 기존 선수들, 형들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기대가 있다. (최)은성이 형을 비롯해서 강정훈 주장님(웃음)..
- 정성훈 선수도 올해 부주장을 맡게 되었다고 들었다.
감독님이 “열심히 한 번 해 봐라”라고 하시면서 부주장으로 뽑아주시더라. 부주장은 선수들을 위해서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자리니까 열심히 해야겠다.(웃음) 목표가 있다면 올해는 6강 플레이오프에 꼭 진출하고 싶다. 선수들도 다 그런 욕심이 있고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 축구 선수라면 대표팀에 관한 욕심도 없을 수 없다. 최근 대전의 김창수 선수와 양동원 선수가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면서 남다른 느낌을 가질 것 같은데.
국가대표 욕심은 축구선수라면 당연한 거지만 우선은 팀에서 잘해야 한다. 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고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창수나 (양)동원이를 보면 참 뿌듯하다.
또 창수는 나하고 고향 후배다. 울산에 같이 있기도 했고 본가도 창원이라서 같다. 우리 집 하고 5분 거리라 집에 다녀올 때는 내가 같이 데려오기도 하고. 내가 울산 있을 때부터 창수한테는 “너는 생각만 바꾸면 대표팀 감이다”라고 말했었다.
내가 선수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늘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도 그랬다. “창수야, 너는 봐, 생각만 바뀌니까 올림픽팀도 뽑히잖아”라고 했더니 창수가 내 말이 맞다고 그러더라.(웃음)
창수가 능력은 있다. 그런데 더 빨리 뽑힐 수 있는데도 조금 늦게 뽑힌 것 같아서 안타깝다. 팀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더 좋은 팀에 있었으면 빨리 주목 받고 빨리 뽑혀나갈 수 있었을 텐데. 우리 팀에 대표팀 선수가 많이 없다는 건 참 안타까운 점이다.
- 사실 대전 소속의 선수로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팀의 재정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이라든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내가 가장 속상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다. 돈도 많이 쓰고 힘이 큰 구단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도 못 받고, 잘 하는 선수도 대표팀에 뽑히기가 힘들다. 솔직히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팀이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돈도 많은 팀이라면 수원삼성 못지않게 많은 인재들이, 지금도 올림픽대표팀에 두 명 뽑혔지만, 한두 명씩이라도 대표팀에 뽑혀나갈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조금 안타깝다.
- 축구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딱 한 가지다. 내가 어디를 가든 여기서 그만두든 ‘아, 정성훈이라는 선수가 있었구나’. 정성훈이라고 하면 딱 ‘최고의 선수였다. 대전 선수 중에서 최고의 선수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든 듣고 싶은 말일 거다.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봐 주는 것보다는 정성훈이라는 축구 선수를 기억해준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소망이다.
- 정성훈 선수에게 ‘축구’는 어떤 의미일까?
내가 축구를 안 했으면 이런 말을 못했을 거다. 축구를 하다 보니까 배운 게 축구밖에 없으니까. 축구는 나의 전부고, 은퇴하기 전까지는 아마 은퇴하고 나서도 축구에 몸 담을 것 같다. 평생 동안 축구는 곧 나의 인생일 것 같다.
- 혹시 아들이 축구를 한다면 어떨 것 같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내는 능력이 있으면 시키라고 한다. 애가 좀 크긴 한데 아직 걷지를 못한다. 이제야 걸음마를 하고 있는데 돌치고는 키가 많이 크고 덩치도 있다. 그래서 ‘축구를 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얼굴이 자기 엄마 닮아서 예쁘다고 연예인을 시키라고 하더라(웃음). 나 닮았으면 큰일이 날 뻔했는데 다행이다. 나야 아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믿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