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석 CJ제일제당 수산식품팀장
매운 큰 꼬막.황태구이.북어채무침
식사.안주용 수산물 간편식 공략
제품화 힘들지만 가능성 무궁무진
비린내제어 기술 확보로 '자신감'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수산물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참치캔을 제외하고 수산캔 시장은 지난 몇년 간 정체 상태다.
꾸준한 수요가 있는 수산캔도 대부분 식재료로 활용될 뿐, 식사나 안주용으로 단독 취식할 만한 제품은 드물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수산캔 브랜드 '계절어보'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며 수산물 HMR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 수준인 만큼, 취식 편의성 등이 개선된다면 성장세가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간편식 주 소비층인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고 있고 밥 차리는 시간도 아끼려는 바쁜 소비자들이 늘고 있죠.
(계절어보 제품은) 캔 따서 접시에 얹기만 하면 되는 안주나 반찬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안정식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산식품팀장은
계절어보 기획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97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안 팀장은 2002년 자사 식품연구소에 수산식품연구파트가 신설된 이후
지금까지 수산 가공품 개발에 매진해오고 있다.
어육 소시지 '맥스봉'과 각종 어묵류, 연어캔 알래스카연어, 최근 계절어보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가장 최근 제품은 '계절어보 바로먹는 매운 큰꼬막을 포함해 '계절어보 바로먹는 황채구이',
'계절어보 바로먹는 북어채무침', 등 3종이다.
매운 큰 꼬막은 서울 유명 족발집의 인기 매뉴인 꼬막무침에 착안한 제품이다.
꼬막과 채소 등의 식감이 중요한 무침을 캔 제품화하는 건 까다로운 일이다.
일반 채소는 고온고압 과정에서 물러지기 때문에 비교적 조직이 단단한 죽순채로 대체했다.
새빨간 고춧가루 색을 살리기 위해서도 실험을 거듭했다.
당류가 많이 들어간 황태구이와 북어채무침은 고온가열 과정에서 갈변되기 더 쉽기 때문에 색상 유지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식물성 유지로 꽉 찬 참치캔과 달리 (계절어보 수산캔음) 공기층이 많다보니 품질에 변화가 생기고 열전도가 어려운 문제도 있었죠.
캔 제조엔 고온.고압 공정이 필요한데 공기는 열전도를 방해하거든요.
그문제부터 시작해 색상, 식감까지 차근차근 잡아가며 완성했어요'
한국은 수산물소비량은 많은 데 비해 HMR 제품은 한정적이다.
일본이나 포루투갈,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한국보다 다양한 어종의 통조림 등이 유통된다.
이는 국내 소비자가 비린내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영향이 크다.
연어캔이 저변 확대에 고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수산캔 1위 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연어캔 맛을 ㅍ평가받는 일이 있었죠.
그분은 비린내를 못 느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산물 원물 맛에 초점을 둔 거죠.
한국인 입맛엔 조미를 하더라도 비린내가 안 나는 것이 중요해요.
먹기에 우선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관점이 더 큰 거죠'
CJ제일제당은 사과 추축물을 활용해 비린내를 제어하는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계절어보 제품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안 팀장은 '이제는 80~100명 불러놓고 제품 태스트를 하면 비린내 난다고 하는 사람이 2명도 안 돈다'며
'거의 비린내가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독자적인 비린내 제어 기술 등을 확보하며 수산캔 제품력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다만 참치.꽁치 등 일부를 재외하고 수산캔은 가공육에 비해 비싼 가격이 대중화에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힌다.
재료 원가 자체가 높은 탓에 불가피한 부분이다.
안 팀장은 호나경 변화 등 영향으로 수산 가공품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양식이 확대되면 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안 팀장이 이끄는 수산식품팀은 황태구이와 북어채무침에 이어 명태를 활용한 제품을 추가로 준비 중이다.
현재는 계절어보 브랜드 강화를 위해 캔 형태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년께는 다른 형태의 수산가공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안 팀장은 덧붙였다. 이혜미 기자